[기자수첩] 그들은 오얏나무서 갓끈을 고쳤나?
  • 신승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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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27 07:00
[기자수첩] 그들은 오얏나무서 갓끈을 고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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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사모터스 김영집 대표가 수입차 딜러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도자기 창업주 김종호 회장의 손자인 김 대표는 지난 2008년 재벌가 2·3세들과 공모해 코스닥 주가조작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법원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더구나 최근 그의 행보는 과거 주가조작 사건에 함께 연루됐던 한국타이어 조현범 사장과도 관계가 있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마세라티 공식수입사인 FMK(대표 김광철·이건훈)는 신규딜러사인 프릭사모터스(대표 김영집)와 서비스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지난 22일 공식 발표했다. 

사진=프릭사모터스 김영집 대표(좌)와 FMK 김광철 대표(우).

프릭사모터스는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 업체인 프릭사가 설립한 자회사다. 한국타이어 계열사였던 프릭사는 지난 2015년 알비케이인베스트먼트(RBK Investment)로 매각됐다. 알비케이인베스트먼트는 한국도자기 창업주 김종호 회장의 차남 김은수 대표가 맡고 있으며, 그는 현재 프릭사 대표직을 겸하고 있다. 마세라티 일산 신규딜러사인 프릭사모터스는 김은수 대표의 아들 김영집 대표가 이끈다.

프릭사 사내이사 겸 프릭사모터스 대표인 김영집 씨는 과거 엔디코프(舊 비트윈네트웍스)와 코디너스(舊 엠비즈네트웍스)를 운영하며, 주가조작 및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코스닥 상장사 주가조작 사태는 한국도자기 3세인 김영집 대표를 비롯해 효성가(家) 3세인 한국타이어 조현범 사장, 극동유화 2세인 장선우 대표, 아남그룹 3세인 네오위즈 나성균 대표 등 재벌 2·3세들이 대거 연루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특히 조현범 사장은 당시 현직인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라 더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김영집 대표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조현범 사장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사진=프릭사가 생산하는 레이싱용 디스크로터

이들의 관계는 지난해 한국타이어가 비상장 계열사인 프릭사를 알비케이인베스트먼트로 매각하며 또 한번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수년간 글로벌 자동차 종합부품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왔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데 이어 여러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한온시스템(舊 한라비스테온공조)을 인수했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 20년간 함께 성장해온 비타이어 부문 부품계열사인 프릭사를 설립한지 1년밖에 안된 신생투자사에 매각한다. 거래 금액도 65억원에 불과했다. 프릭사의 경우 매각 이전 내부거래 비중이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모기업 의존도가 높았다. 

결국 해당 거래 후 증권가에서는 조현범 사장과 김영집 대표가 다시 손을 잡았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사진=한국타이어 신축 중앙연구소 기공식서 발표에 나선 조현범 사장

이어 올해 마세라티 일산 신규딜러사로 프릭사모터스가 선정됐다.

마세라티 공식수입사인 FMK는 현재 효성이 맡고 있다. 동아원 3세인 이건훈 씨가 공동대표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분 및 경영권은 사돈관계*인 효성으로 지난해 모두 매각됐다. 효성에서 수입차 사업을 총괄하는 조현상 부사장과 조현범 사장은 사촌관계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마세라티 신규 딜러사로 프릭사모터스가 선정된 배경으로 조현범 사장을 꼽는다.

과거는 용서받을 수 있어도, 잊히지 않는다. 조현범 사장과 김영집 대표가 서로 긴밀해질수록 더 많은 의심을 사게 된다. 거액의 수입차를 과시하며 주식 사기를 일삼았던 ‘청담동 부자’ 이희진 사건 때문이라도 최근 증권가와 수입차 업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옛말에 ‘오얏(자두)나무 아래에선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李下不整冠)’고 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어떻게 봐야할까.

*붙임: 동아원 이희상 회장의 혼맥

동아원 이희상 회장은 3녀를 모두 대통령 집안으로 시집 보냈다. 1남3녀 중 장녀인 이윤혜 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인 전재만 씨와 결혼했다. 차녀인 이유경 씨는 신동방그룹 신명수 회장의 조카인 신기철 씨와 결혼했다. 신명수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노재헌)의 장인이다. 3녀인 이미경 씨는 효성 조석래 회장의 장남(조현준)과 결혼했다. 효성 조현준 사장은 한국타이어 조현범 사장과 사촌관계이며, 조현범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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