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자동차 업계 '올해의 인물' 5인…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냐
  • 신승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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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23 11:28
2016 자동차 업계 '올해의 인물' 5인…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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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 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이슈가 많았다. 내수 시장 경쟁은 치열했고, 소비자 선택은 까다로웠다. 다양한 신차들이 쏟아졌고, 그와 관련된 여러 인물들이 좋은 일 혹은 나쁜 일로 입에 오르내렸다.

 

자동차를 만드는 것부터 팔고 사는 타는 이 모두가 사람이다. 모터그래프는 올해 국내 자동차 업계 화제의 인물 5인을 선정했다(무순). 

#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 A.K.A. 폭스바겐코리아 초대 사장

르노삼성 박동훈 사장은 올 한해 롤러코스터를 탔다. SM6와 QM6의 잇따른 성공으로 영광을 누린 한편, 폭스바겐 인증서류 조작 사태에 연루돼 명성에 큰 흠이 갔다. 

지난 2013년 르노삼성 국내영업본부장에 취임한 박동훈 사장은 세일즈·마케팅의 귀재답게 부족한 살림에도 기대 이상의 우수한 성과을 거뒀다. 수입차에 이어 국산차 업계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올해 4월 회사 출범 후 첫 한국인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런 그에게 올해 출시된 SM6와 QM6는 날개를 달아줬다. 올해 회사는 내수 시장(1~11월 9만7023대)에서 전년동기대비 40%에 가까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박 사장이 올 초 공언했던 내수 연 10만대 달성도 확실시된다. 업계는 르노삼성이 또 한 번 전성기를 맞았다고 평가한다.

▲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

그러나 박동훈 사장 개인은 아우디·폭스바겐 인증서류 조작 사태에 엮여 검찰 조사도 받았다. 폭스바겐코리아 초대 사장(2005년~2013년)을 역임한 그는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로 전환됐고, 여전히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폭스바겐 허위·과장 광고로 고발한 명단에도 포함됐다. 

새로운 둥지에서 날개를 달았지만, 과거에 발목을 잡힌 박동훈 사장의 새해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내부고발' 김광호 현대차 부장…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대차 내부에서 차량 결함과 관련해 '회사가 조직적으로 결함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9월 말 경향신문을 시작으로 MBC 2580 등이 차례로 보도했고, 그 일부가 우선 사실로 확인됐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세타 II 엔진의 리콜 및 보상을 결정했고 국내에서 보증기간 연장 등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를 제보한 현대차 김광호 부장은 보안상 사규 위반으로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 김광호 현대차 부장

김광호 부장은 지난 1991년 현대차에 입사해 연구소와 생산본부, 구매본부, 품질본부 등을 두루 거쳤다. 그는 품질전략팀에서 여러 차종의 심각한 결함을 접했고 회사에도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변화나 개선은 없었다고 전한다. 결국, 김 부장은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언론 등에 제보를 선택했다.

김 부장은 세타 II 엔진 불량 뿐만 아니라 에어백 작동 불량, 내수 리콜 차별 등 30여건에 달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국토교통부는 세타 II 엔진에 대한 재조사에 나섰으며, 에어백 불량과 관련해 현대차 이원회 사장을 자동차 관리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관련 결함에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그 동안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강조해온 '품질경영'의 실체가 드러났다. 만약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제2, 제3의 김 부장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 코리아 사장, 올해는 웃었지만…

올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법인 설립 13년 만에 수입차 판매 1위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더불어 수입차 업계 최초 단일 브랜드 연 5만대 판매도 한 달이나 앞당겨 조기 달성했다.

작년 9월부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를 이끈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의 위상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신형 E클래스와 S클래스 등 우수한 제품력을 십분 활용해 판매력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

다만, 전임 브리타 제에거의 그림자가 아직 남아있다. 그녀는 시장에서 소모적인 판촉 활동보다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노력했고, 오랜 기간 지속된 딜러사 간 갈등을 해결하는 등 성장의 탄탄한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반면, 실라키스 사장은 합리적이지만 성과에 대한 강한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영업 일선에서는 일부 불만도 터져나온다. 

정부와의 관계 개선도 과제다. 500억원 상당의 국세청 추징금 문제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딜러사 독과점 조사 등이 아직 남아있다. 

그가 한국을 떠날때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평가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설거지부터 다음 밥상까지 잘 준비해야겠다.

# 이상엽 & 알렉산더 셀리파노프…새로운 현대차 미래는?

이번은 한 명이 아닌 한 조직의 복수 인물을 선정했다. 벤틀리 출신의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 상무와 부가티 출신의 알렉산더 셀리파노프 제네시스 유럽 수석디렉터다. 여기에 작년 11월 영입된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디자인센터장까지 포함할 수 있겠다.

사실 올 한해 이들이 보인 성과나 실적은 선뜻 꼽기가 어렵다. 그들의 생각과 손을 탄 결과물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름값만으로도 그들의 행보는 화제가 됐고, 향후 현대차가 선보일 신차 디자인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높이고 있다.

▲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 상무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이 문을 연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경영'은 이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그룹 내에서 디자인 영역에 대한 중요도가 한층 더 높아지고, 유명 디자이너들 아래로 젊고 실력 있는 이들이 더 몰려들 것이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등 해외 각지에서 활동하던 젊은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현대차그룹으로 대거 자리를 옮겼다. 디자이너 인재풀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이제 새로운 디자인에 어울릴 품질과 성능, 그리고 안전성 등을 갖출 차례다.  

# 홍동곤 교통환경과장…'환경부의 입'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올해 수입차와 관련된 여러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정부 입장과 조사 결과 등을 공식적으로 발표해왔다. 물론, 직급상 결정 권한이나 의견 등은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다만 홍동곤 과장 개인보다 환경부 조직을 대변하고 대표하는 인물로 그를 꼽았다. 

환경부는 올해 8월 아우디·폭스바겐 차량 80여종에 대해 인증취소 및 판매중지 처분을 내렸다. 배출가스 및 소음 관련 인증서류 조작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적발됐기 때문이다.

▲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

환경부의 입장은 강경했다. 이례적으로 공식 자료에 '행정소송이나 집행정지(가처분)를 제기할 경우, 정부법무공단 외 민간법무법인을 추가로 대리인으로 선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재인증 신청시 '서류검토 뿐만 아니라 실제 실험을 포함한 확인검사를 실시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독일 폭스바겐 본사를 현장 방문하여 철저한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환경부는 지난해 불거진 디젤게이트(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에 대해서도 아우디·폭스바겐 측에 리콜 시기(18개월 이내)와 시정률(85% 이상)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BMW·닛산·포르쉐 등도 인증서류 오류가 발견됨에 따라 수입차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작결함 리콜을 결정하는 국토교통부보다 환경부의 연락이 더 무섭다는 말까지 나온다. 내년에도 홍동곤 과장의 입에 수입차 업계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 화제의 인물 : '코너링'이 남달랐던 우병우 전 수석의 장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지난 10월 '북악스카이웨이 코너링'이 포털사이트 검색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인 우 씨(24) 때문이다.

우 씨는 의경 복무 당시 인사배치 규정을 어기고 보직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작년 2월 입대한 우 씨는 서울청사 경비대에 배치된지 두 달여 만에 이상철 서울청 경비부장의 운전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의경 인사배치 규정에 따르면, 부대전출은 전입 4개월 이후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우 수석이 아들 보직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당시 우 씨가 보좌했던 이상철 경비부장은 작년 12월 치안감으로 승진해 서울청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우 씨도 차장실 소속 운전병으로 복무했다.

 

백승석 서울지방경찰청 경위는 우 수석의 보직 특혜 의혹에 대해 지난 10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뭐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자세, 그리고 운전이 정말 남달랐다"며 "코너링이 굉장히 좋았고 요철도 굉장히 스무스하게 잘 넘어갔고 그리고 코너링도 굉장히 좋았다. 다른 대원하고 비교가 많이 됐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우 씨는 포르쉐를 주로 타고 다녔고, 가족들은 제네시스, 마세라티, 랜드로버, 기아 카니발 등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우병우 전 수석은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규명 국정조사특위 5차 청문회에서 "포르쉐와 랜드로버는 처제나 그쪽 소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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