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WRC] 스웨덴 랠리…또 한번 불운에 시달린 현대차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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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13 16:07
[2017 WRC] 스웨덴 랠리…또 한번 불운에 시달린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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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이었던 폭스바겐 모터스포츠의 해체 이후, WRC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다만, 지난 몬테카를로 랠리와 이번 스웨덴 랠리의 우승자는 모두 지난 시즌 폭스바겐 모터스포츠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우승이 단지 ‘좋은 차’를 만났기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올시즌에서 증명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12일(현지시간)까지 ‘2017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의 두번째 경기인 ‘2017 스웨덴 랠리(Rally Sweden)가 스웨덴과 노르웨이 북부 지역에서 진행됐다. 

1950년부터 시작된 스웨덴 랠리는 핀란드 랠리와 함께 가장 추운 곳에서 진행되며, 얼어붙은 숲길을 달리는 경기다. 올해는 랠리의 ‘익스트림’함을 강조하기 위해, 서비스 파크는 기온이 더 낮은 북쪽으로 이동됐고, 코스의 58% 정도가 새롭게 꾸며졌다. 

2017 스웨덴 랠리는 총 18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됐다. 랠리 코스는 331.74km로 구성됐으며, 약 1천km에 달하는 로드 섹션 등을 소화해야 한다. 드라이버는 총 1415.18km에 달하는 차가운 스웨덴의 도로를 달려야 한다.

 

이번 스웨덴 랠리는 새로운 팀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세바스찬 오지에(Sebastien Ogier)’의 독주가 계속될 것인지, 지난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유독 운이 없었던 현대차의 반격이 시작될 것인지 등에 대해 큰 관심이 쏠렸다. 

# 첫째날, SS1 “진격의 도요타”

목요일 아침부터 코스를 미리 점검하는 ‘쉐이크다운(Shakedown)’이 시작됐고, 각팀의 크루들의 미팅이 이어졌다. 또 금요일부터 진행되는 본격적인 풀코스 랠리에 앞서, 목요일 밤에는 오프닝 세레모니와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SSS)’가 진행됐다.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는 일종의 팬서비스로, 칼스타드 시내에 마련된 간이 서킷에서 진행됐다. 살인적인 슬라럼과 헤어핀, 점프 구간 등으로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코앞에서 380마력의 랠리카가 질주하는 것을 지켜봤다.

SS1에서는 지난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2등을 차지했던 ‘도요타 가주 레이싱 WRC’의 ‘야리-마티 라트발라(Jari-Matti Latvala)’가 가장 뛰어난 기록을 세웠다. 현대 모터스포츠의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과 ‘다니 소르도(Dani Sordo)’가 라트발라의 뒤를 바짝 쫓았다.

# 둘째날, SS2~SS8 “현대차의 독주”

라트발라와 누빌은 금요일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SS2에서는 누빌이 선두로 나섰다. 누빌은 “컨디션이 무척 좋다”고 목요일부터 얘기했다. SS3에서도 누빌은 페이스를 유지했다. 

SS4부터 라트발라의 반격이 시작됐다. 라트발라는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누빌의 기록을 앞섰다. M-스포츠의 오지에도 눈길에 적응하며, 페이스를 찾았다.

 

오전에 고전했던 현대 모터스포츠의 ‘헤이든 패든(Hayden Padden)’은 점심 시간을 이용해, i20 쿠페 WRC의 몇가지 셋업을 변경했고, 오후에 시작된 SS5에서 곧바로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누빌은 SS5에서 다시 선두를 탈환했고, SS7까지 연속으로 피니쉬 라인을 통과했다. 

SS8까지 누빌은 1시간 16분 24초의 기록을 세웠다. 2위인 라트발라와의 차이는 28초. 누빌은 “SS8에서 레이스 도중 문이 열려 집중하는데 방해가 됐지만 무사히 랠리를 마쳤다”면서 “만족할 만한 하루였다”고 말했다.

 

스웨덴 랠리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많았다. 특히 도로 가장자리에 쌓인 눈 때문에 많은 드라이버들이 고전했다. 시트로엥 토탈 아부다비 WRT의 ‘크리스 미케(Kris Meeke)’, 도요타 가주 레이싱 WRC의 유호 하니넨(Juho Hänninen) 등은 이런 ‘스노우 뱅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 셋째날, SS9~SS15 “운명의 장난”

누빌은 토요일에도 아주 순조롭게 랠리를 이끌었다. 지난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3위에 올랐던 M-스포츠의 ‘오트 타낙(Ott Tanak)’이 선전했지만, 누빌과의 시간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누빌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토요일 마지막 스테이지인 SS15 직전까지, 2위인 라트발라와 격차를 43초로 벌렸다. 누빌과 i20 쿠페 WRC의 컨디션은 최고조였고, 올시즌 현대차의 첫번째 우승이 유력해보였다. 

 

하지만, 이날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현대차에게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 발생했다. SS1과 동일하게 칼스타드에서 진행된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에서 누빌의 i20 쿠페 WRC는 코너를 돌다 콘크리트 블록과 충돌했다. 이로 인해 왼쪽 앞바퀴 차축이 부러졌고, 종합 1위에서 13위로 떨어졌다. 또 현대 모터스포츠의 패든은 파워스티어링 문제로 고생하며, 힘겨운 랠리를 진행했다. 

다만, 현대 모터스포츠의 ‘백전노장’ 소르도는 안정적인 주행을 무기로 순위를 끌어올렸고, 누빌이 좌절한 SS15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다.

현대 모터스포츠팀 총괄 미쉘 난단(Michel Nandan)은 “이런게 바로 랠리지만, 일어나지 말아야 할 절망적인 사고가 발생했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 속담이 현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 모터스포츠의 불운으로 라트발라가 종합 1위에 올랐고, 이날 폭발적인 스퍼트를 보여준 타낙이 2위, 조용히 순위를 끌어올린 오지에가 3위를 기록했다. 일요일 세개의 스페셜 스테이지를 통해 우승자가 가려진다.

# 마지막날, SS16~SS18 “도요타의 저력”

라트발라는 아주 손쉽게 우승컵을 차지했다. 컨디션도 좋았지만, 운이 따랐다. 라트발라를 위협하던 타낙은 자신의 포드 피에스타 WRC의 핸들링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고, 맹렬하게 라트발라를 쫓던 오지에는 SS16의 첫코너에서 스핀하며 약 30초를 허비했다. 

 

누빌은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정비를 마친 랠리카로 경기에 임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다만 추가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마지막 SS18에서는 3위에 오르며, 약간의 드라이버 포인트를 얻었다. 

그러는 사이, 라트발라는 SS16에서 SS18까지 연이어 가장 빠른 기록으로 피니쉬 라인을 통과했다. 결국 라트발라는 2위 타낙과 29초의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라트발라의 활약으로 도요타는 17년만에 복귀 후 두 경기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직접 도요타 가주 레이싱 WRC를 진두지휘하는 아키오 도요다(Akio Toyoda) 사장은 “항상 이 순간을 기다려왔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며 “팀원들과 팬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2017 WRC 3차전은 내달 9일부터 12일(현지시간)까지 멕시코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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