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용 칼럼] 현대차 중국 판매 50% 급감, 그럴줄 몰랐나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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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10 10:38
[김한용 칼럼] 현대차 중국 판매 50% 급감, 그럴줄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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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한류는 완전 끝났어요. 얼마전까지 채널을 돌리면 거의 한국 방송이었고, 주변 광고판엔 늘상 한국 연예인 얼굴이었는데, 한 순간에 싹 사라졌어요. 중국은 한다면 하는 무서운 나라예요.”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만난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이너 이일환씨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국인 이일환(Hubert Lee)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선행 디자인팀의 수장이었는데, 회사 안팎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재작년부터 중국 베이징 디자인센터장을 맡고 있다. 

▲ 메르세데스-벤츠의 치프 선행 디자이너 이일환(휴버트리)가 자신의 팀원들에게 디자인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얼마전부터 업계에선 "실력있는 자동차 디자이너는 다 중국에 갔다"는 말이 나온다. 독일 BMW의 디자인 수장들은 대부분 중국브랜드로 자리를 옮겼고, 다임러 또한 “중국에서 가장 적합한 차를 개발하기 위해 중국에 깊이 자리잡겠다”고 공언하며 중국 베이징 R&D센터에 500여명의 엔지니어 및 디자이너를 투입, 중국 중심의 고급차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 생산 공장을 짓는데서 나아가 몇년전부터는 대부분 주요 회사들이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센터를 열고 있다. 또 자사 최고 디자이너를 중국에 파견하는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놓은 중국 전용 C클래스

다임러는 중국시장만을 위한 차를 개발하거나, 혹은 중국 디자인 센터가 주도한 자동차를 세계 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중국에만 팔리는 E클래스 롱휠베이스 모델이 있고, 글로벌 제품인 E클래스 쿠페 또한 중국 디자인센터가 주도한 차종이다. 실제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의 판매량도 큰 폭으로 올라 지난해 중국에서만 50만대 가량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일환씨는 말을 이었다. “한국 연예계만 타격을 입을리 없어요. 직간접적인 경제 제재도 있을거고 한국산 자동차는 물론 당분간 산업 전반에 타격을 입을게 분명해요”

그 우려는 불과 2개월만에 현실로 나타났다. 3월 현대기아차그룹의 중국 판매가 52% 넘게 하락한 것이다. 

# 중국 판매 하락은 자동차 회사에 어떤 의미인가

▲ 중국 시장 출시가 연기됐던 현대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현대차그룹의 중국 판매가 절반 넘게 하락한데 충격을 받았다는 한 관계자의 말을 듣고 오히려 충격을 받았다. 중국이 그토록 반대하는 사드 레이더를 우리 땅에 들이고도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될거라는 사실을 어찌 모를 수 있었을까. 지난해까지 중국 열병식에까지 참가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갑작스레 뒤통수를 쳤다는 중국인들의 배신감은 또 왜 모를까. 어쩌면 우리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무지한게 아닐까. 

대다수는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것 같다. 지난해 현대차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판매한 486만대 중 100만대는 중국에서 팔렸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는 77만대를 판매해 실상 현대차의 흥망성쇠를 중국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상 현대차는 중국에 사활을 걸었다. 중국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창저우에 중국 4공장을 세우고, 충칭에 5공장을 세우는 등 현대차와 기아차 브랜드로 현지에서만 270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었다. 올해 825만대 목표 중 1/3은 중국에서 팔겠다는 장밋빛 목표다.

 

하지만 새로 만드는건 고사하고 현재 운영 중인 공장 가동도 하루 절반(주간)만 겨우 진행하거나 그나마도 몇주씩 중단해야 할 정도로 판매가 폭락했다. 5월초 있을 춘절 앞뒤로 몇주의 휴무 기간까지 둘 예정이어서 이번 주부터는 현대차 뿐 아니라 협력사들도 생산을 중단하게 된다. 한 부품사 관계자는 “더 이상 재고를 쌓을 공간이 없어 생산 라인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로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을 가진 이도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 눈치나 볼게 아니라 그저 품질 높은 차만 생산하면 중국도 어쩔 수 없이 한국차를 사게 될거라는, 순진하기 그지없는 생각이다. 그러나 중국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선 도요타나 닛산 등 세계를 호령하는 일본 메이커들의 중국 판매량이 우리보다 떨어지는건 결코 품질 때문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역사에 대한 뿌리깊은 적개심 때문이다. 댜오위다오(일본어 센카쿠) 부속도서 사태로 일본에 대한 제재가 있을때 일본은 3년여 동안 대 중국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중국 모터쇼에서 미쓰비시 프레스컨퍼런스를 열면 군인들이 빈틈 없이 삼엄한 경비를 설 정도로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4월 19일에 열리는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현대차를 둘러싼 중국인들 분위기가 어떨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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