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20년' 도요타 프리우스…미래를 앞당긴 21세기 자동차
  • 문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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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7 10:21
'위대한 20년' 도요타 프리우스…미래를 앞당긴 21세기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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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도요타는 자동차 역사에 위대한 첫걸음을 내딪었다. 그로부터 약 20년, 세계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는 친환경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프리우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하이브리드카가 나왔고, 덕분에 도요타는 지구상 그 어떤 자동차 제조사도 이룩하지 못한 '하이브리드카 누적판매 1000만대 돌파'와 '7700만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 효과'를 달성했다.

특히,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더하는 방식'은 유행처럼 퍼졌고, 각 자동차 업체들은 나름의 노하우를 발휘해 친환경차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한 사무실에서 시작된 작은 날갯짓이 21세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움직이는 큰 폭풍으로 이어진 것이다.

#발상의 전환,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더하다

1994년, 도요타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내다봤다. 날로 심화되는 대기환경오염을 바라보며 자동차 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다음 세기가 필요로 하는 자동차를 생각하고 제안하는 프로젝트팀인 G21을 신설했다. 

 

여기서 ‘G’는 지구를 의미하는 ‘글로브(Globe)’의 머리글자고, ‘21’은 ‘21세기’를 의미했다. 10명의 기술진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 G21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닌, 기존 내연기관의 장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친환경성을 높인 자동차 개발에 온 힘을 쏟았다. 

이 과정에서 배출가스 없이 동력을 구현하는 전기모터가 새로운 동력원으로 떠올랐고, 전기 공급원으로 니켈수소 배터리가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울러 배터리 주변 온도가 40℃ 내외, 충전율이 40~60%일 때, 가장 이상적인 전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프로젝트팀 G21은 일련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무려 80개에 달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설계안을 검토했다. 어떻게 하면 가장 친환경적인 유닛을 제작할 수 있을지 시험에 시험을 거듭했다. 여러 설계안이 물망에 올랐지만, 엔진에 두 개의 모터를 결합한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참고로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풀 하이브리드라고도 불리며, 명칭 그대로 직렬과 병렬을 혼용한다. 저속에서는 직렬 시스템을, 고속에서는 병렬 시스템을 주로 사용하는데, 최적의 효율을 확보하고자 저속에서 전기모터를 쓰고, 고속에서 엔진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해당 시스템 개발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가령 파워트레인 구조가 복잡해지니 냉각에 전력 소모가 늘어났고, 덩달아 연료도 필요 이상으로 소비됐다. 그러다보니 연비가 내연기관차보다 떨어지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외 전기모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니켈수소 배터리 성능은 계획의 절반에 불과했고, 크기도 목표의 두 배였다.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배터리 수명 역시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했다.

도요타는 여러 문제를 동시다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묘책이 필요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동시설계체제’. 차를 구성하는 각 부품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덩어리가 될 수 있도록 고안한 방법이었다. 회사는 이 설계 체제를 통해 설계 오류를 차츰 줄여나갔다. 

그렇게 3년이 시간이 흐른 1997년 10월 14일, 마침내 세계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가 세상의 빛을 봤다. 하나부터 열까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프로젝트팀 G21의 핵심 멤버이자 현 도요타 고성능 브레이크 개발담당 오기소 사토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아이를 출산한 엄마의 심정이었다. 과정은 고됐지만, 결과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값졌다. 프리우스가 앞으로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몰라 걱정이 되기도 했다. 기존에 없던 차를 만들다 보니 개발비가 상당히 많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그 걱정은 잠시 스쳐가는 기우에 불과했다”

#뜨거운 반응, 늘어가는 누적판매량

반응은 뜨거웠다. 판매에 나선 지 한 달 만에 3000대를 수주했다. 월 목표대수의 3배가 넘는 수치였다. 출시 당시 가격은 약 2100만원(215만엔). 시장의 예측보다는 저렴했지만, 동급 가솔린 세단에 비하면 꽤 비싼 편이었다.

 

그런데도 주문이 빗발쳤다.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예상외로 높았다. 결과적으로 1세대 프리우스(NHW10) 누적판매량은 1997년 3000대에서 1999년 3만3200대로 10배 이상 뛰었다.

2000년 등장한 1세대 프리우스 페이스리프트(NHW11)는 호주, 북미, 유럽으로 판매지역을 넓혔다. 더 넓은 시장에 나가는 만큼 성능과 효율을 높였다. 이에 따라 엔진과 모터 출력은 각각 12마력, 4마력씩 증가했고, 배터리 용량도 1.73kWh에서 1.78kWh로 늘어났다.

당시 뉴욕타임즈는 “프리우스 영향력은 미미하다. 하지만 이 작은 차가 보여줄 미래는 결국 지구상에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따라야 하는 단 하나의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내수용이었던 1세대 프리우스와 달리 판매지역을 세계로 넓힌 페이스리프트 버전은 누적판매량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2000년 5만2200대였던 누적판매량은 2002년 10만9800대로 2배가량 상승했다. 

2세대(2003년)와 3세대(2009년)는 친환경성은 물론이고 성능과 효율 등 모두 면에서 진일보했다. 특히, 3세대는 이전 모델보다 크고 무거워졌지만, 공기역학계수를 낮추고 전기모터와 배터리 무게를 줄여 효율을 높였다. 여기에 실내 내장재로 식물성 소재인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성을 강조하며 시장 경쟁력을 강화했다.

3세대 프리우스는 마케팅적으로도 유례없는 성공을 맛봤다. 진보주의 성향 할리우드 배우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프리우스를 타면서 의도치 않은 수확을 올린 것이다. 이 시기 프리우스 판매량은 급격히 증가했고, ‘하이브리드=프리우스’라는 공식도 힘을 얻었다.     

 

프리우스 영역 확장을 위한 도요타 전략에 따라 가지치기 모델도 여럿 나왔다. 2011년 공간을 달리한 프리우스 C와 V가 나오더니 이듬해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프리우스 PHEV도 등장했다. 

이처럼 3세대 프리우스는 높은 상품성과 유명인을 통한 파급력, 그리고 모델 라인업 확장을 통해 높은 실적을 기록했고, 2003년 15만3000대였던 누적판매량은 2015년 361만2100대로 가파르게 치고 올랐다.  

#어느덧 4세대, 진화한 하이브리드카

2015년 하반기 글로벌 시장에 등장한 4세대 프리우스는 1, 2, 3세대가 구축한 탄탄한 기술력 아래 만들어졌다.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로 불리는 모듈형 플랫폼이 적용됐고, 차체는 레이저로 용접한 고강도 강판과 구조용 접착제 사용으로 이전보다 60% 향상된 강성을 확보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직렬 4기통 1.8L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로 구성됐다. 구조상 이전 세대와 다를 바 없지만, 열효율이 38.5%에서 40%로 개선됐다. 엔진 열을 회수해 히터를 돌리고, 주행 환경에 따라 여닫히는 그릴 셔터를 장착한 덕분이다. 여기에 충전성능을 28% 높인 니켈수소 배터리는 충전과 구동을 각각 따로 하는 두 모터의 유기적인 움직임 속에서 빠른 에너지 회수율을 갖췄다.

연비 향상을 위해 공기저항계수도 0.25에서 0.24로 줄였다. 개발진은 후드 70mm, 루프 20mm, 트렁크 55mm를 낮춰 향상된 수치를 끌어냈다. 이에 따라 복합연비는 21.9km/l, 고속도로 연비는 22.6km/l를 달성했다. 

 

이런 상품성에 대해 영국 인디펜던트는 “4세대로 진화한 프리우스 뒤에 누가 남아있는가? 수많은 경쟁자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20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명성을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했다. 

4세대 프리우스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35만4500대가 팔려나가며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2332대가 팔리며 캠리와 함께 실적을 견인했다. 1세대 프리우스의 직계 혈통이자 도요타·렉서스 35개 하이브리드 모델의 구심점은 그렇게 묵묵히 성공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미래 시장 초석 다진 프리우스, 시장의 선구자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다. 그간 수많은 경쟁자가 도전장을 내밀지만, 20년 세월이 쌓아온 단단한 기반을 바탕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프리우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도요타 회장 우치야마다 타케시는 “세계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는 출시 초기 비주류에 불과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가 ‘환경’에 초점을 맞춘 우리의 차에 공감을 표했고, 덕분에 빠른 속도로 주류로 올라서고 있다. 업계의 흐름이 프리우스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고 전했다.

도요타는 프리우스가 처음 나온 20년전과 마찬가지로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매년 하이브리드카 150만대를 판매해 2020년까지 누적판매대수 1500만대를 달성하고, 2020년 이후에는 연간 연료전지차 3만대를 보급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까지 수립했다.

도요타는 미래 이동수단을 3단계로 나눠 체계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도심용 근거리 이동 수단으로는 아이로드와 같이 작고 가벼운 전기차를, 중거리 이동은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장거리 이동 수단으로는 수소차를 주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모든 계획은 프리우스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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