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용 칼럼] 오로라 '크리스엄슨', 정의선 부회장 누구와 악수를 했나
  • 미국 라스베이거스=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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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19 16:18
[김한용 칼럼] 오로라 '크리스엄슨', 정의선 부회장 누구와 악수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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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2018 CES 현대차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수소연료 전지차 NEXO가 전시된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이 크리스엄슨 오로라 CEO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8일 라스베이거스 CES 현장에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어떤 이는 "입이 쩍 벌어진다(Jaw drop)"고 말하기도 했다. 오로라의 CEO 크리스엄슨(Chris Urmson)이 현대차의 프리젠테이션 중간에 무대위로 올라 간단한 인사를 하고 양웅철 부회장과 악수를 한 후 곧장 무대를 내려갔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서 저렇게 관심 받는 사람이 겨우 10초만에 내려간다니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장면은 세계 언론들이 대서 특필했다. 심지어 전날 있던 앤비디아-폭스바겐의 제휴와 함께 단연 이번 CES의 최고 주제 중 하나로 다뤄졌다. 

2018 CES에서 현대차 양웅철 부회장이 수소연료전지차 넥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스터리 기업 '오로라', 크리스엄슨은 누구?

​무슨 이유로 미국 언론들이 이렇게 관심을 가졌을까. 우선 크리스엄슨이 누군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는 2007년에 카네기멜론 대학에 있는 동안 다르파챌린지에서 우승을 하면서 알려진 인물이다. 이후 미국에서 자율주행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알파벳(구글)의 X(자율주행 부문)에서 수장이었다.

미국의 유명 강연회 TED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에 대해 설명하다가 자신의 아들 사진을 내보이며, "이 아들은 지금 12살인데 지금 기준에선 4년 후 운전면허를 따야 하지만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덕에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스털링앤더슨(Sterling Anderson) 테슬라 자율주행 기술 책임자와 드류바그넬(Drew Bagnell) 우버의 자율주행 책임자와 함께 자율주행 전문 스타트업 기업 '오로라'를 설립했다. 오로라가 대체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를 놓고 수많은 추측이 오가기도 했다.

오로라가 그동안 제휴를 맺은 회사는 포드, 테슬라, 혼다, GM 등 자동차 회사들과 우버, 웨이모(구글), 애플, SAIC(상하이자동차) 등이었다. 이 작은 회사가 짧은 기간 제휴를 맺은 포트폴리오만 봐도 미국인들이 이 회사를 얼마나 믿고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오로라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한다는 점에서 웨이모(Waymo,구글 계열사), 누토노미(nuTonomy) 등과 같은 방향을 걷고 있지만, 리프트(Lyft) 같은 카쉐어링과 연관 돼 있는 두 회사와 달리 스스로 자율주행 비즈니스를 기획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특정 기업에 소속되는 대신 자율주행 솔루션을 공급하는 중립적 업체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실제로도 크리스엄슨은 “오로라의 사명은 전 세계에 자율주행의 혜택을 빠르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리는 자동차 파트너사들의 다양한 제품 및 모델 지원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날 앤비디아도 오로라와의 제휴를 이번 CES 발표의 주요 이슈로 내세우는 등 여러 회사들의 관심은 지대했지만 정작 크리스엄슨을 무대에 세운건 현대차가 유일했다. 

현대차는 이날 "현대차-오로라 프로젝트로 2021년까지 레벨4수준의 자율주행차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양웅철 부회장은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로라는 테슬라, 우버, 구글 등 자율주행 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집단"이라면서 "자율주행에 대한 경험, 가치, 방향성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고, 정작 차를 구성하는건 자동차 회사가 할 일"이라고 못을 박았다. 자율주행이 어떤 회사와 제휴해서 끝날 일이 아니라 현대차 스스로의 역할 또한 매우 크다고 보는 것이다.

크리스엄슨이 앤비디아와 함께 개발하는 자율주행 시험차

​# 정의선 부회장과 크리스엄슨 CEO는 같은 꿈을 꾸는가

문제는 크리스엄슨의 생각이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생각과 사뭇 다르다는 점에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ADAS(Advanced driver-assistance system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를 강화해 점진적인 방향으로 진행하면 결국 자율주행 자동차가 완성된다고 본다. 때문에 현재 레벨2 수준인 자율주행을 한단계씩 끌어올려 레벨4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내놓는다.

반면 크리스엄슨은 ADAS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 차량이 드라이버 지원을 강화 할수록 운전자의 주의력이 떨어져 결국 사고가 오히려 증가한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폈다. 스마트크루즈가 장착된 차를 타는 운전자는 운전중에 가방을 뒤지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한다는 조사 결과가 많다는 이유다. 따라서 크리스엄슨은 운전자의 운전 기회를 없애고 완전 자율주행 시대로 완전히 전환 해야만 모두가 안전한 도로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이번 정의선 부회장과 크리스엄슨과의 악수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현대차는 ADAS의 발전이 아니라 완전 자율주행 체계로 점프를 하게 될까. 혹은 오로라가 약간의 타협을 통해 중간 지점의 자율주행차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문제는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중간 결과물 없이 먼 미래만 바라보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완전 자율주행 목표가 2021년이라고 잡혀 있지만, 상용화가 지체될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모쪼록 목표한 3년내 완전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 돼 우리 아이들도 운전면허를 딸 일이 생기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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