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픈' 질문 거부한 폭스바겐…뭐가 그리 불편했나
  • 문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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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2 14:07
[기자수첩] '아픈' 질문 거부한 폭스바겐…뭐가 그리 불편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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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코리아가 1일 파사트 GT를 출시하고 판매 재개를 알렸다. 인증 문제로 긴 공백을 보낸지 1년 6개월 만이다.

 

오랜만의 출시회는 꽤 조용한 분위기의 포토세션으로 진행됐다. 가뜩이나 인증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가스실험 사건까지 터지면서 도저히 잔칫집 분위기를 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쯤 되면 폭스바겐코리아의 가장 큰 적은 독일 본사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행사장에 몰려든 기자들도 신차보다는 이런 이슈에 대해 더 궁금해하는 모양새였다. 사실, 파사트 GT는 국내에서만 신차일 뿐 해외에서는 2015년에 나온, 이미 많은 정보가 공개된 모델이어서 흥미가 다소 떨어졌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폭스바겐코리아는 애써 이런 궁금증을 외면하고 오로지 파사트 GT에만 초점을 맞췄다. 현장에서의 질문도 제품에 대한 것만 허용됐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배출가스 인증서류 문제와 가스실험 사건에 대한 질문은 가로막혔다. 관련된 단어가 하나라도 나오면 해당 질문은 답변을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이런 대응 방법은 매우 아쉽다. 사실대로 말하고 대책을 설명하는 '소통'의 자리가 아니라, 당장 불리한 이슈를 피하기 급급한 '불통'의 자세였기 때문이다.

 

물론, 폭스바겐코리아의 입장이 전혀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힘들게 출시한 파사트 GT가 이런 이슈에 뭍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게 싫었을 것이다. 

게다가 배출가스 인증서류 위조의 발단도 엄밀히 따지자면 미국발 디젤게이트였고, 가스실험 역시 본사 차원에서 발생한 이슈여서 해명에 한계가 있다. 특히, 폭스바겐코리아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소속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해 독자적으로 왈가왈부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하지만, 배출가스 인증서류 위조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관련 재판은 사법 당국에 의해 진행 중이고, 이와 관련된 후속 처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간·동물 가스실험이 사실로 밝혀지며 큰 파문이 일었다. 이 같은 비윤리적인 실험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세계 언론은 물론 독일 정부까지 나서 독일 자동차 업체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폭스바겐 본사는 성명을 내고 공식으로 사과했으며 실험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담당 임원을 정직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문제 자체가 아니라 이를 대하는 태도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또는 불편할 수 있는 질문을 모두 거부하는 폭스바겐코리아의 모습은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트리고 대중의 외면을 사는 최악의 수다.

차라리 자신들이 아는 선에서 최대한의 입장을 밝혔다면 어땠을까 싶다. 단순히 신차만을 공개하는 것이 아닌, 난제가 가득한 상황 속에서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돌리려는 보다 근본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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