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사랑받는 닛산이 미래 자동차 시대를 맞아 또 한번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계획이다. 전통적인 자동차의 개념이 바뀐 만큼, 더욱 다양한 모습의 자동차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닛산이 7일(현지시각) 싱가포르 난양공대에서 자사 미래차 디자인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알폰소 알바이사 닛산 글로벌 디자인 수석 부사장은 "닛산 미래차 디자인은 전동화 파워트레인, 자율주행, 커넥티드 등 차세대 이동수단을 구성하는 3대 핵심 기술에 의해 극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운전자가 탑승자가 되는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한다면, 디자이너들은 익스테리어보다 인테리어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운전에 필요한 부품이 삭제됨에 따라 드라이빙 포지션이 사라지고, 이에 내부 공간 구성 자유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알폰소 부사장은 일본의 미가 담긴 새로운 디자인 정체성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도로 발달된 기술 속에서 사람이 느끼는 부담감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겠다는 목적이다. 그는 "얼핏 봤을 땐 단조로울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교한 세공으로 가득 찬 일본의 전통 의복처럼 기능에 멋을 더한 미래차를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알폰소 알바이사 닛산 글로벌 디자인 수석 부사장과의 질의응답 전문이다.

Q. 미래차 디자인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화할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바뀌길 원하는지?

A. 프론트 엔진, 프론트 휠 드라이브는 일반적인 자동차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틀'이었다. 이런 틀은 전기차를 통해 깨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구조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더 이상 엔진룸을 크게 뽑을 필요도, 기술적인 한계에 의해 디자인이 손해 보는 일도 없다. 파워트레인이 단순해 질수록 디자이너의 역량은 강화될 것이다.

운전이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이 실현되면 디자인의 자유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스티어링 휠, 기어 노브 등 주행에 필요한 부품이 100% 삭제됨에 따라 드라이빙 포지션에 대한 고민이 싹 사라지기 때문이다. 내부 공간을 보다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는 얘기다. 그 형태는 라운지와 같은 모습을 보일 수도 있고, 집의 연장선상으로 자리할 수도 있다. 앞으로 디자이너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익스테리어가 아닌 인테리어다.

Q. 닛산은 인텔리전트 인티그레이션을 앞세우며 자동차와 집 간의 커넥티드를 강조한다. 이 같은 연결성이 미래차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은?

A. 닛산은 자동차와 집 간의 커넥티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V2H(Vehicle to Home)가 그 대표적인 예다. 다만, 이 둘을 어떻게 디자인적으로 연결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Q. 미래차 인테리어는 스크린으로 도배돼 있다. 이를 두고 업계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안전상 문제가 전혀 없다고 보는지?

A. 자동차는 스마트폰처럼 쉽게 변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스크린 비중을 늘리면서도 버튼을 삭제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급진적인 변화는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고, 안전상에도 좋지 않다. 닛산은 기술의 진보와 사용의 안전성 그 중간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Q.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가 많은 부품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브랜드 간 정체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 디자인 차별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A.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등 기술적인 공유는 브랜드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디자인은 얘기가 다르다. 얼라이언스를 구성하는 세 회사는 매월 회의를 통해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이를 시각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회의 내용은 얼라이언스 엔지니어 부서에 공유되고, 각 사는 어떤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지 의견을 개진한다. 닛산과 인피니티를 예로 들면, 닛산은 액티비티를, 인피니티는 프리미엄을 목표로 디자인을 진행한다. 소재는 같지만 표현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다.

Q.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자동차 디자인이 비슷해지고 있다. 날카로운 눈매와 역동적인 차체는 모든 차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얼라이언스를 구성하는 세 회사의 디자인적 차별화가 과연 가능할까?

A. 오늘날 전 세계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자동차 디자이너 수는 약 4000명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모두가 대부분 아는 사이라는 점이다. 자동차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교가 전 세계적으로 4~5개 밖에 되지 않아 동문인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어느 하나를 디자인 할 때 비슷한 요소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각자의 철학이 달라도 디자인은 유사점을 갖는다는 얘기다. 디자인의 세계화는 지양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Q. 닛산 리프 디자인 과정에 참여했는지?

A. 후반 작업에만 참여했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조언만 좀 줬을뿐 직접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지 않았다.

디자인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1세대 디자인은 기술적인 면이 많이 부각돼 아쉬움이 컸다. 반면, 2세대는 와이드 앤 로우 스타일을 적극 적용해 핫해치를 연상시킬 만큼 역동적이다. 신형 리프는 전기차도 충분히 스포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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