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신형 레이…7년을 기다린 보상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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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02 09:41
[시승기] 기아차 신형 레이…7년을 기다린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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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제품이 다양해야 한다. 혹은 소비자들의 절실한 요구가 있어야 한다. 경차 시장의 위축은 이런 기본적인 조건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대차는 2002년 아토스를 끝으로 경차 시장에서 발을 뗐고, 기아차도 경차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작은 차의 수익성은 크지 않다. 세단에 비해 판매도 적고, B세그먼트의 성장으로 설 곳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소극적인 투자로 이어졌고, 겨우 충돌평가에서 낙제점을 면할 정도로만 발전하고 있다. 특히 레이는 수출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 더디다. 지난 1월 새롭게 등장한 ‘더 뉴 레이’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경차가 풀체인지를 겪었던 지난 7년 동안, 레이는 고작 내외관 디자인이 조금 달라진게 전부였다. 그것도 호평 일색이 아니니 문제다. 프로젝션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 LED 테일램프 등으로 세련됨이 한층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레이의 가장 큰 무기였던 귀여움은 사라졌다.

활짝 웃고 있었던 입을 앙다물었다. 일정한 패턴이 담긴 플라스틱 판때기가 마치 그릴처럼 헤드램프 사이에 자리잡았다. 온전한 디자인 요소인데, 바디 컬러와 동일하다보니 다소 어색한 느낌도 든다. 보닛과 재질도 다르다보니 도장의 차이도 분명했다. 스마트 포투처럼 다른 색상의 레이를 타고 있는 지인들과 이 부분을 교체하는 것도 좋겠다.

‘타원’은 신형 레이를 관통하는 디자인 포인트다. 안개등, 아웃 사이드 미러, 테일램프, 반사판 등을 타원으로 꾸몄다. 레이는 ‘박스카’라고 불리긴 하지만, 알고보면 모난 부분이 없다. 대부분의 모서리는 둥글게 처리됐다.

다만, 새롭게 디자인된 LED 주간주행등은 캐릭터 라인에 따라 날카롭게 꺾였다.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지만, 타원 디자인 요소와 유독 다른 느낌을 준다. 덕분에 애써 만든 부드러운 느낌과 레이 특유의 귀여운 이미지가 크게 반감됐다.

실내의 변화는 설명을 들어야 비로소 알아차릴 수준이다. 플라스틱 마감이나 조립 수준도 변한 것은 없었다. 넓은 공간, 다양한 수납공간 등의 장점이 진화하거나, 참신한 아이디어가 새롭게 담기지도 않았다. 일본처럼 다양한 박스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기아차도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 같았다.

발전은 없지만 레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장점은 여전히 우수하다. 앉는 공간과 짐을 넣는 곳의 균형을 잘 잡으면 승합차 부럽지 않은 쾌적함과 실용성을 발휘할 수 있다. 다만 5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고, 최하위 트림에서는 이 옵션을 선택하지도 못한다.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없고, 주행감각이 달라진 부분도 없다. 껑충한 차체가 주는 불안감도 여전히 안고 있었다. 특히 버스나 트럭이 빠른 속도로 옆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휘청거렸다. 덩치들에게 추월당하지 않으려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도 속도는 쉬이 오르지 않았다. 토크가 워낙 부족해서 순간적인 추진력을 얻긴 어려웠다. 기어를 변속하며 엔진회전수를 올리는 것도 큰 의미는 없었다. 3기통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내세울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 도심에서는 약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시속 80km까지는 소음이나 진동에서도 꽤 자유로웠고, 가속도 한결 경쾌했다. 도심 주행에 대한 집중도가 높았다. 직진성, 핸들링 등을 비롯한 조향 감각도 낮은 속도에서는 우수한 편이었다. 와인딩을 달릴 때도, 핸들링이나 제동 시스템보다 엔진의 허약함과 변속기의 흐리멍텅한 판단이 더 발목을 잡았다.

더 큰 문제는 효율이었다. 레이는 모닝이나 스파크에 비해 부피가 크고 무겁다. 특히 무게는 100kg 가량 더 나간다. 작은 차에게는 큰 부담이다. 그래서 복합연비도 경쟁모델에 비해 못 미치고, ‘실연비’를 우수하게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경차는 제조사에게 매우 힘든 과제다. 많은 것을 넣고 싶어도 차량 가격을 감안해야하고, 여러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 그럼에도 새로운 레이를 기다린 시간은 너무 길었다. 여전히 매력적이고 독보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7년이란 시간 동안 진화는 없었고 변화만 있었다. 여러 세그먼트에게 빼앗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조금 더 무기를 달고 닦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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