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서 차량을 구입하면 '프리미엄 썬팅 시공권'이라는 것을 줍니다(참고로 썬팅보다는 틴팅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사실 썬팅도 선팅이;;;). 비매품으로, 제3자 양도가 금지된 상품권이죠. 들어보니 적잖은 소비자들이 추가 비용을 내지 않고, 제공 받은 시공권으로 차량 썬팅을 한다고 하네요.

모터그래프의 롱텀 시승차인 신형 벨로스터에도 썬팅 시공권이 나왔습니다. 요즘 여름 날씨가 워낙 더운 탓에 돈을 좀 들여 좋은 필름을 씌워줄까 하다가, 이 주제로 기사를 쓰는 것도 좋을것 같아 시공권을 자세히 살펴봤죠.

기본적으로 시공권은 양도할 수 없으며, 출고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 들어있네요. 또, 자외선 차단이 우수하고 합법적 투과율 기준의 썬팅 필름만 시공한다고 쓰여있더군요. 아, 썬팅은 좌우면과 뒷면만 해주네요. 전면을 하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합니다.

썬팅 필름은 다양한 회사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3M, 존슨, 루마, 레이노, SKC, 솔라가드, 썬가드 등 총 7곳이나 됩니다. 이제야 고민이 시작됩니다. '총 태양에너지 차단율(TSER)'이 각기 다르기 때문인데요. 이때부터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우리나라 썬팅 시장은 루마와 3M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도 루마가 40%, 3M은 30% 정도로 루마가 조금 더 높더군요. 나머지 30%는 이들을 제외한 존슨, 레이노, SKC, 솔라가드, 썬가드 등 5개 업체가 나눠 갖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필름을 선택해야 하느냐?란 질문에 썬팅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시공권으로 제공되는 필름에는 그리 큰 차이가 없지만, 굳이 고르려면 총 태양에너지 차단율이 가장 높은 제품을 선택해라'고 말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시공권을 다시 한 번 살펴봤습니다. 각 브랜드의 썬팅 필름의 총 태양에너지 차단율에는 눈에 띌 정도로 큰 차이가 있더군요.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점유율이 낮은 존슨(56.9%)과 레이노(55.9%), 썬가드(55%)가 55~57% 수준의 차단율로 상위권을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또, SKC(54%)와 솔라가드(50%)도 50~54%로 중위권에 올랐네요. 반면,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루마는 39%, 3M은 47.8%로 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이에 대해 썬팅 업계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일반적으로 현대차는 각 브랜드들에게 비슷한 가격으로 계약을 맺고 썬팅 시공권을 제공한다"면서 "다만, 루마와 3M은 높은 점유율 만큼 단가가 비싸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필름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필름의 태양에너지 차단율이 가장 낮다는 점은 조금 충격입니다. 물론, 단가는 브랜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부분이죠. 이미 안정적인 점유율에 접어든 루마와 3M은 정상적인 단가에 맞춰 필름을 공급할 수 있고, 나머지 브랜드는 점유율 및 인지도 향상을 위해 상대적으로 단가보다 좋은 필름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추가 취재 결과, 루마와 3M은 실내·외 가시광선 반사율과 열 차단율 등 세부 항목에서도 7개 브랜드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루마는 열 차단율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다른 브랜드와의 격차가 이상할 정도로 컸습니다. 

이에 대해 루마 측에 연락을 해봤습니다. 루마 관계자는 "열 차단이 썬팅 필름 기능의 전부는 아니다"면서 "자외선 차단 및 눈부심 방지, 프라이버시 확보, 시인성 증대 등 전체적인 상품성에서는 루마 제품이 가장 우수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현대차와 가장 먼저 시공권 계약을 맺은 곳도 루마고, 가장 많은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제품도 루마"라며 "썬팅 후 1~2년 후의 내구성까지 포함하면 루마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공개적으로 정보가 드러나는 상황이라면, 루마와 3M도 다른 브랜드와 어느 정도 수준을 맞추는게 좋지 않을까란 싶네요. 당장 저만 해도 시공권에 나와있는 차단율 수치를 확인한 후 선택지에서 루마와 3M을 제외했습니다. 대신 상위권인 존슨과 레이노, 썬가드 중 가까운 곳에서 시공할 수 있는 필름을 골랐습니다.

물론, 현대차에서 더 높은 가격에 품질 좋은 필름으로 계약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썬팅 업체 스스로의 개선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현대차가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각 브랜드별로 제공하는 필름의 품질 격차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죠. 각자 자신들의 단가에 맞는 필름을 제공하려는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한 번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루마와 3M에 대한 이미지가 썩 호의적이지 않게 됐습니다. 같은 가격이면 루마와 3M보다 다른 브랜드의 필름 품질이 더 좋겠구나란 생각도 들고요. 현대차를 포함해 각 자동차 업체에서 신차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썬팅 시공권은 소비자가 처음으로 썬팅 업체와 만나는 중요한 접점입니다. 조금의 손해를 보더라도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서 필름 품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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