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형 벤츠 G클래스...새 차로 영광을 이어가는 법
  • 김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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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23 20:28
[기자수첩] 신형 벤츠 G클래스...새 차로 영광을 이어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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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그래프가 신형 G클래스를 시승했다. SUV 전문 기자 답게 김상영기자가 굳이 남부 프랑스 카르카손까지 가서 시승을 했다고 한다. 독일 기술로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차를 프랑스에서 시승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또 G클래스가 뭐기에 이렇게 부럽고 궁금해지는가. 부러우면 지는거라던데. 

독일에서는 G클래스라는 이름보다는 겔렌데바겐(험로주행차)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1979년은 독일산 SUV라곤 찾아볼 수 없던 시절이니 이 차에 별다른 이름 없이 그냥 '험로차'라고 이름 붙인게 어찌보면 당연하다. 우리나라나 미국에서는 이를 줄여 G바겐이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 

얼핏보기에도 일반적인 메르세데스와 궤를 달리하는 G바겐은 탄생부터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최초의 G바겐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주요 주주였던 이란의 국왕 모하메드 팔레비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말하자면 이란의 국경 경비와 야전을 위한 차량이다. 물량도 얼마 안되는데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고려한 만큼 벤츠는 이를 직접 만들지 못했다. 결국 오스트리아의 4륜구동 전문업체 슈타이어-다임러-푸흐(Steye-Daimler-Puch)과 공동으로 설계, 생산했고 그게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다. 각종 규제와 판매량 감소 때마다 라인업 정리를 고려하다 중동이나 중국의 갑부의 러브콜로 다시금 전성기를 수차례 누렸다. 덕분에 연식변경이나 페이스리프트 같은 자잘한 변화만 있었을 뿐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 전체에서 가장 적게 만들면서 가장 오래토록 변하지 않고 이어지는 자동차가 됐다.

당시 독일의 군용차 폭스바겐 일티스는 이렇게 생겼다.
당시 독일의 군용차 폭스바겐 일티스는 이렇게 생겼다.

흔히 알려진 바와는 달리 G바겐은 독일 군용차가 아니었다. 정작 군용차는 폭스바겐의 타입 183, 일명 일티스(독일어 iltis=족제비)가 됐다. 보면 알겠지만 일티스는 말 그대로 족제비 같이 생겼다. 전후 독일은 값싸고 널리 보급될만한 자동차를 선호 했던 걸로 보인다. 

# 달리는 오프로더, 친환경적(?)이 되다

비록 G클래스가 과거 모습을 유지함으로써 인기를 얻고 있는 모델이긴 하나 40년전 설계로 최신 자동차의 정숙성이나 승차감, 운전 편의성을 따라잡는건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모든걸 바꿔야 했지만 디자인은 가급적 과거의 느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제작됐다.

특히 문을 여닫을 때의 소리는 압권이다.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 도어를 적용했지만, 이로 인해 사라진 철문 소리를 특수 설계를 해서 "철컹"하고 기존과 같이 큰 소리가 나도록 튜닝했다고 한다. 

보드게임으로도 유명한 역사적인 요새도시 '카르카손'을 달리는 G클래스의 모습은 이게 최신 현대적인 것인지 과거에서 튀어나온 것인지 시대 감각을 모호하게 만든다. 길이는 53mm 늘었지만 그에 맞춰 폭도 64mm 가량 늘었기 때문에 비율도 이전과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기존과 유사한  디자인을 보면 이게 과연 잘 달릴 것인가 싶기도 하다. 우려는 잠시, 빨라도 너무 빠르다. 이 덩치에다 무모한 공기역학으로 시속 100km까지 4.5초에 끝내다니.  

사다리형 철제 프레임에 얹혀진 바디는 초고장력 강판에 알루미늄을 혼합해서 제작했는데, 이전에 비해 170kg이 경량화 됐으면서도 비틀림 강성은 55% 향상됐다고 한다. 여기 저 부하시엔 실린더 일부를 끄는 실린더휴지시스템과 아이들링 스톱도 장착돼 있다. 그럼에도 무게는 2.4톤. AMG G63의 유럽 연비는 6.7km/l로 기름먹는 하마, 중동에서 많이 팔리는 이유를 쉽게 짐작케 한다.  

오프로더로서의 성능도 놀라운 수준이다. G클래스의 최대 등판각은 45도, 측면 경사는 35도, 그리고 도하 깊이는 700mm에 달한다. 디퍼런셜을 전륜 후륜 센터로 3단계로 잠글 수 있는 제대로 된 오프로더다. 

좋은 차는 어쩌면 개발 되는게 아니라 지켜나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동차를 매번 백지에서 만드는게 아니라 기존의 것을 잘 살리고 보완해 나가는 것 또한 팬을 만들고 이어가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몇몇 차들도 그럴만한 싹이 보인다. 부디 우리나라에도 수십년간 오래토록 사랑받는 자동차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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