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이라는 말은 워낙 유명해져서 이제 무슨 뜻인지 모를리가 없는데, 쌩뚱맞게 한일 언론 플레이에 ‘치킨게임’이라는 표현을 들고 나와서 다시 관심을 받는가보다. 치킨게임이라는 표현은 자신의 사생을 걸고 하는 극단적 경쟁을 말하는 것인데 단어의 뜻이 이상하게 왜곡돼 사용됐다. 

1955년 영화 ‘이유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을 들어 치킨게임을 설명하는 기사도 나타난다. 기사에선 차를 마주보고 달리다 먼저 핸들을 돌리는 쪽이 치킨(비겁자)이 되는 게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유없는 반항에서는 그런 게임이 나오지 않는다. 우선 치킨게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치킨런’이라는 표현을 쓴다. 뿐만 아니라 게임 방법도 전혀 다르다. 

‘이유없는 반항’에서 짐 스타크(제임스 딘)와 상대(버즈)는 버즈의 여자친구 주디를 놓고 수차례 사소한 다툼을 벌인다. 이후 버즈가 바라는대로 절벽에서 ‘치킨런’을 하게 되는데, 그리피스 천문대 인근에서 절벽을 향해 차를 내몰다 차에서 먼저 뛰어내리는 사람이 패배하는 게임이다. 

 

그날밤 수많은 고등학생들이 자동차를 몰고(대체 이게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새벽 번개’에 몰려들어 절벽 주변을 가득 채운 가운데 ‘썸녀’ 주디가 손을 내리자 둘은 차를 최대 속도로 출발시킨다. 짐 스타크는 차문을 열고 뛰어내리지만 상대는 손잡이에 옷이 걸려 차와 함께 추락해 버리고 말았다. 

잘못하면 죽기 딱 좋고, 설령 이기더라도 자신의 차를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는게 기정 사실이라는 점에서 현실성이 좀 낮은 편이다. 대체 누가 그런 게임을 하겠나. 하지만 차를 이용해 서로 목숨을 걸고 경쟁하는 모습을 다룬다는 점에서 영상 매체를 통해 자동차를 이용한 ‘치킨 게임’의 최초 사례가 됐다.

제임스딘하면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이 장면은 수많은 관객들의 뇌리에 박혔고, 이후 수많은 영화에서 ‘치킨게임’이라는 표현을 쓸때면 이 장면(미묘하게 왜곡되기도 했지만)이 떠오르기도 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그 잘못된 기사에서는 치킨 게임이 존내쉬의 게임이론을 토대로 하는 것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실은 존내쉬가 내놓은 것은 ‘내쉬 균형’이라고 해서 합리적인 당사자들이 내놓는 통계적인 균형점을 찾기 위한 이론이다. ‘게임 이론’은 상호 의존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논의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의미가 있지만 실은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난다는 표현인 ’치킨 게임’과 정 반대되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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