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현대·기아·쌍용' 국산차는 유럽에서 얼마나 팔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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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05 16:41
[이완 칼럼] '현대·기아·쌍용' 국산차는 유럽에서 얼마나 팔릴까?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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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0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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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자동차의 유럽 진출은 40년이 넘었죠. 긴 세월 꾸준히 시장을 공략했고 그 결과,  유럽 시장 진출이 역시 오래된 일본 자동차들과 충분히 경쟁하는 규모까지 발전했습니다. 현대와 기아 경우 유럽에서 팔고 있는 모델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차종으로는 어디에도 밀리지 않을 수준이죠. 여기에 현지 전략형 모델로 유럽인 취향을 고려한 맞춤 전략을 들고나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부분변경된 유럽 전략형 모델 i20 / 사진=현대자동차

하지만 여전히 현대와 기아차 하면 파격적 보증기간, 가격 대비 성능이 유럽 시장에서는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기아 스팅어,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N 라인업 등을 통해 영역 확장을 시도 중입니다. 유럽 출신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을 계속 영입했고, 그들이 내놓은 결과물에 대한 유럽 내 디자인 및 성능 평가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과거 밋밋한 생김새와 부족한 성능의 자동차를 만들어 내던 한국 자동차 이미지가 투자와 노력을 통해 많이 좋아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요즘 쌍용차가 유럽에서 다소 부침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투자가 이뤄진다면 SUV 전문 브랜드로 유럽에서 일정 부분 활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쟁 브랜드들이 지켜만 보고 있을 리는 없겠죠? 그렇다면 지난해 유럽에서 현대와 기아, 그리고 쌍용차의 신차 판매량은 얼마나 됐을까요?

# 2018년 EU 28개국 브랜드별 자동차 판매량 (자료 : ACEA)

1위 : VW (169만8084대), 전년 대비 3.2% 증가, 점유율 11.2%

2위 : 르노 (108만8346대), 전년 대비 3.0% 감소, 점유율 7.2%

3위 : 푸조 (95만6247대), 전년 대비 5.2% 증가, 점유율 6.3%

4위 : 오펠/복스홀 (86만9054대), 전년 대비 157.3% 증가, 점유율 5.7%

5위 : 메르세데스 (83만8358대), 전년 대비 2.2% 감소, 점유율 5.5%

6위 : BMW (77만8343대), 전년 대비 1.4% 감소, 점유율 5.5%

7위 : 피아트 (70만1892대), 전년 대비 8.7% 감소, 점유율 4.6%

8위 : 스코다 (70만1670대), 전년 대비 4.0% 증가, 점유율 4.6%

9위 : 아우디 (70만670대), 전년 대비 12.2% 감소, 점유율 4.6%

10위 : 토요타 (68만6267대), 전년 대비 4.8% 증가, 점유율 4.5%

11위 : 시트로엥 (58만9943대), 전년 대비 5.3% 증가, 점유율 3.9%

12위 : 현대차 (52만8659대), 전년 대비 3.9% 증가, 점유율 3.5%

13위 : 다치아 (51만9088대), 전년 대비 12.0% 증가, 점유율 3.4%

14위 : 기아차 (48만3680대), 전년 대비 4.9% 증가, 점유율 3.2%

15위 : 닛산 (47만3810대), 전년 대비 14.3% 감소, 점유율 3.1%

# 현대와 기아는 증가, 쌍용은 감소 예상

유럽 판매량 1위는 독일이라는 확실한 시장을 가지고 유럽 전역에서 선전한 VW이었습니다. 하지만 푸조 시트로엥 그룹의 성장이 눈에 띕니다. 2017년 하반기부터 PSA에 합류한 오펠/복스홀 덕에 르노 그룹을 따돌릴 수 있게 된 건데요. 반면 닛산은 14.3%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현대와 기아 등에 밀리고 말았고, 아우디 역시 2017년과 비교해 12.2%나 판매량이 줄면서 라이벌 BMW에 몇 년 만에 순위에서 밀리고 말았습니다.

한국의 현대와 기아는 매년 비슷한, 그리고 꾸준한 성장세를 거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각각 3.9%와 4.9%의 판매율 증가를 보였네요. 하지만 아쉽게도 쌍용차는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회원사가 아닌 관계로 이번 자료에는 이름이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카세일즈베이스닷컴을 통해 따로 확인을 해봤더니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만3170대였습니다.

이 정도면 12월 판매량을 고려하더라도 2017년의 1만7221대는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2016년 1만9082대까지 올라간 이후 계속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어 반등을 어떻게 꾀해야 할지, 쌍용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티볼리가 힘을 잃으며 전체적으로 고전했다 / 사진=쌍용자동차

# 유럽 내 현대, 기아의 새로운 경쟁자들

2018년 유럽 신차 판매 결과를 보면서 PSA 그룹의 성장만큼이나 관심이 간 부분은 급부상하고 있는 3개의 자동차 브랜드였습니다. 체코 스코다, 스페인 제조사 세아트, 그리고 르노 그룹에 속한 루마니아의 초저가 브랜드 다치아입니다. 스코다는 이전의 높은 성장세와 비교하면 다소 낮은(?) 4%의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SUV 라인업 강화, 새로운 준중형 해치백과 새로운 소형 해치백을 곧 내놓게 되는 등, 스코다의 야심 찬 도전은 2019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넓은 실내와 훌륭한 주행 성능에 개선되고 있는 디자인까지 더해져 팬층도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의 뒤를 쫓는 그런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반대가 되고 말았네요.

코디악 RS / 사진=스코다

그리고 루마니아 국민차 다치아는 전년보다 12%나 더 자동차를 팔아 기아를 따돌리고 13위에 랭크됐습니다. 고작 5개 차종으로 얻은 결과여서 진정한 다크호스로 다이차를 꼽는 게 무리는 아니란 생각입니다. 품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최대 1천만 원 가까이 경쟁 모델들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유럽 전역에서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르노는 이 다치아의 성장으로 그나마 그룹 전체가 0.8% 플러스 성장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은 스코다처럼 VW 그룹에 속한 스페인 제조사인 세아트입니다. 세아트는 지난해 유럽에서 44만대 수준의 판매량을 보였습니다. 전년 대비 13.3%의 성장이었는데요. 이런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2019년 닛산과 기아는 세아트에 역전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만년 적자 기업이던 세아트는 경쾌한 주행 성능 위에 새로운 디자인이 입혀지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여기에 몇 개 없던 라인업도 최근 C와 B세그먼트 SUV가 등장하며 경쟁할 만한 수준으로 올라섰죠. 특히 지난해에는 B세그먼트 SUV 아로나가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2017년 말에 등장해 2018년부터 본격 판매가 시작됐고, 한 해 동안 약 9만 대 전후의 판매량을 보여 스코다 전체 판매의 20%를 담당했습니다.

전략형 모델 프로씨드 GT. 유럽 현지 평가가 좋다 / 사진=기아

이렇듯 현대와 기아는 기존의 경쟁 브랜드는 물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3인방과도 치열한 판매 경쟁을 하게 됐습니다. 거기에 요즘은 여러 제조사가 무상보증 서비스를 현대 기아처럼 강화하고 있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입니다.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특별한 계기를 만들지 않는 이상 판매량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따라서 시장 점유율에 대한 욕심보다는 성능과 품질을 키워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것을 우선의 목표로 삼는 게 좀 더 현실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반대로 쌍용은 유럽에서 판매량을 상대적으로 더 쉽게 끌어올릴 수 있는 입장입니다. 너무 적은 판매망, 소극적 마케팅이 문제로 보이는데, 이 두 가지만 해결한다면, 그것만으로도 0.1% 수준의 빈약한 점유율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다치아처럼 가성비를 강조하는, SUV 전문 브랜드로 확실하게 유럽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건 어떨까 합니다. 과연 2019년에는 한국산 자동차들이 유럽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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