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쏘나타(LF) 시승기…그랜저급 업그레이드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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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03 14:31
신형 쏘나타(LF) 시승기…그랜저급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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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F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들이 이전 쏘나타에 비해 월등히 나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다행스러운건 이전 쏘나타(YF) 디자인이 공감대를 널리 형성하지 못했고, 주행 특성이나 도로 소음 등에도 불만이 많았던 점이다. 어지간한 차를 내놔도 'YF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듣겠다. 

그래선지 엔진과 변속기는 바뀌지 않았다. 모두 새롭게 바뀌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일부가 바뀌지 않았다고 굳이 전체를 평가 절하할 필요는 없다. 이 조합으로 충분한 상품성이 있는지만 살펴보면 될 일이다. 더구나 일반적인 풀체인지 시점보다 한두해 앞서 내놓은 차인만큼 조만간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통해 다시 한번 신차 효과를 누리겠다는 복안도 있는 듯 하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부분도 그렇다. 풀체인지라고는 하지만 이전 쏘나타 이미지가 담겨 있는 동시에 모든 부분이 분명 발전한 듯한 느낌이 든다. YF는 메르세데스-벤츠 CLS나 폭스바겐 CC에서 보여준 극단적인 쿠페 스타일 루프 라인을 잘못 따라간 느낌이었는데 이번 쏘나타는 보다 세단에 가까운 스타일로 바뀌었다. 

◆ 실내 - BMW 베꼈지만 훌륭해

계기반이 특이하다. 바늘만 있고 숫자판 글씨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도 그렇지만, 대시보드 버튼 형상이나 테두리, 무광 숫자판 등을 보면 영락없는 BMW 스타일이다. 우연히 비슷해진게 아니라 옆에 두고 자로 재가며 베껴낸게 분명하다. 그러나 형태만 흉내냈지 표현력이나 질감에서는 현격한 차이가 느껴진다. 심지어 아우디를 닮은 우드트림 무늬는 자세히 보면 마치 일간 신문용 그림처럼 조악하게 인쇄 돼 있다. 

 

‘카피’에 대해 '싼 가격에 수입차 수준의 디자인을 탄다’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존심있는 기업이라면 앞으로는 조금 더 창의적으로 해주면 좋겠다. BMW나 벤츠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디자인을 주도하는데, 한국인 디자이너를 가장 많이 보유한 현대차가 그걸 따라한다는건 납득이 안된다. 

 

전반적으로는 꽤 안정적이고 이전에 비해 정리 된 느낌이다. 싼타페나 제네시스 같은 현대차의 이전 최신 모델들에 비해 단차 수준이 조금 떨어지지만 이 정도면 굉장히 우수한 수준이다. 

뒷좌석에 앉으면 ‘중형차'에서 기대하는 것에 비해 월등히 넓은 공간으로 인해 좀 당황할 정도다. 컵홀더 달린 팔걸이도 있고 스키스루도 있고, 머리공간과 무릎공간도 모두 충분해 전반적으로 만족감이 매우 높다.

 

등받이가 꽤 눕혀져 있어 머리공간을 더 내기 위한 방편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편안하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더 많겠다.  파노라마 선루프를 선택하면 머리 공간 앞쪽이 약간 낮아지는데 이 정도면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쏘나타를 타고서 마치 사장님이 된 듯한 느낌이 드니 기분이 묘하다. 

◆ 주행성능 - 느긋하지만 충분한 느낌

잘달리고 잘돌고 잘서고,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했다는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과연 섀시는 누가 차를 몰아도 대번에 느낄 수 있을만큼 일취월장했다. 서스펜션이 든든하고, 쏠림이나 출렁임도 극도로 억제됐다. 핸들의 단단함도 이 정도라면 충분하다. 다만 유럽차들과는 달리 핸들을 좌우로 조금씩 움직여줘야만 하고 둔감한 면이 있는데 이건 현대차의 종 특성이라고 할 수 있고 이미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이같은 운전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큰 거부감은 없겠다. 

 

배기음은 중저음으로 키우고 스포티하게 세팅했다. 가속감이 썩 훌륭한 느낌은 아니지만 마치 빨리 달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나서 그나마 만족감이 커진다.  실제 가속감도 이전에 비해 조금 나아졌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최고 출력을 내고 있어서다. 초고속영역으로 들어선 기자들도 있었다. 일부는 계기반으로 시속 210km까지 가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6단 변속기는 비교적 잘 만들어졌지만, 요즘 다단화 추세에 걸맞지 않아 조금 아쉽다. 고속주행시 엔진회전수(rpm)를 요즘차 답지 않게 좀 높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엔진과 변속기가 그리 강력하지는 않아도 굽은길 위주인 우리도로에서는 속도를 충분히 내면서 달릴만 하다. 시승 내내 터보엔진 모델이 어서 나오기만 바라는 기분이 들었다. 엔진이 부족해서라기 보다 섀시가 너무나 잘 만들어져서 더 힘차게 달려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시승차의 타이어 공기압은 43psi로 규정 압력(34psi)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들어있었는데, 아마도 차가 더 잘 달리는 느낌이 들게 하고, 연비가 높은 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꼼수로 생각된다. 이로 인해 실제 차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 신형 쏘나타 LF는 무엇인가

우리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중형차 판매는 매년 급격히 줄고 있다. 아예 작은차나 프리미엄 자동차의 수요가 늘었다. 국내서도 승용차 중 가장 많이 팔리는건 기아 모닝과 현대차 그랜저다. 

따라서 신차 LF는 줄어만가는 쏘나타급 시장에 마냥 내놓아선 곤란하다. 프리미엄을 입고 한단계 윗급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딜레마가 생긴다. 새로운 이름으로 가자니 기존 쏘나타의 이름이 아까워서다. 하지만 프리미엄 차종인 만큼 어지간한 옵션을 붙이면 3400만원이 넘는데, 어지간한 그랜저를 넘는 수준이 된다. 

 

실제로 그랜저 못지 않은 기능이 쏘나타에 내장됐다. 버튼을 눌러 앞차와의 거리를 정하면 앞차를 따라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막히는 길에서 아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중형차에 이런 기능이라니 대단한 호사다. 드라이빙 모드를 에코, 스포츠로 바꾼다거나 T자 주차를 도와주는 자동 주차시스템도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장착돼 있다.

현대차는 끊임없이 프리미엄을 얘기하는게, 어쩌면 쏘나타는 현재 그랜저급으로, 그랜저는 차후 후륜구동으로 이행하려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시승하고 나니 이 차의 가격대 성능비가 업계 최고라는 생각이 대번에 들었다. 조금 비싸지긴 했지만 그만큼 나아진 면도 많아서다. LF 쏘나타는 제네시스와 함께 현대차의 달라진 기술력을 알리는 차다. 워낙 잘 만들어진 자동차인 만큼 현대차 라인업의 허리로서 든든하게 부동의 1위를 지켜내는 효자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단점

- 시승차는 풀옵션 3405만원짜리. 중형차 치고는 좀 심했다.

- 변속기, 엔진은 이 차의 치명적 단점이라 할 만 하다. 없는게 아니라 안붙인것이라 하니 더 아쉽다. 

- 연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시대에 11.6km/l의 연비라니, 영 탐탁치 않다. 

* 장점

- 넓은 실내, 경쟁 차종을 압도하는 크기에, 얼핏보면 럭셔리한 구성이 매력. 

-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하이빔 어시스트 같은 첨단 기능이 놀랍다. 

- 든든한 차체는 쏠림이나 노면 충격을 모두 효과적으로 막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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