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신형 쏘나타…새로운 여정 “Bon voyage”
  • 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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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6 16:33
[시승기] 현대차 신형 쏘나타…새로운 여정 “Bon voy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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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는 현대차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승용차 중에서 가장 오래된 모델이다. 1985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한국에서만 350만대가 팔렸다. 그리고 지금도 160만대가 한국 도로를 달리고 있다. 신형 쏘나타(DN8)는 8세대 모델이며, 역대 쏘나타 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변화가 담겼다. 현대차는 쏘나타의 이미지를 송두리째 바꾸려 한다.

현대차는 예전에도 쏘나타의 일탈을 꿈꾼 적이 있다. 그땐 ‘삼엽충’이라고 놀림만 받았다. 겉모습만 바뀌었을 뿐, 의도나 이해가 동반되지 않아서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르다. 쏘나타의 모든 변화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새로운 디자인은 단번에 변화의 본질을 말해준다.

‘르 필 루즈(Le Fil Rouge)’ 콘셉트에서 시작된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센슈어스 스포트니스(Sensuous Sportiness)’의 핵심은 조금 더 감각적인 자동차 만들기다. 신형 쏘나타는 르 필 루즈와 비슷한 시기에 디자인 작업이 시작됐다. 그래서 닮은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르 필 루즈의 스포츠카와 같은 비율이 그대로 신형 쏘나타에도 반영됐다. 그동안의 쏘나타들과 비교하면 감동적인 수준이다. 디자인 요소도 납짝하고, 늘씬한 신형 쏘나타의 실루엣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LED 주간주행등은 보닛까지 치솟았고, 크롬 라인과 맞닿아 있다. 빛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한줄로 이어진 크롬처럼 보인다. 크롬은 보닛에서부터 사이드글라스 라인까지 이어지며 YF 쏘나타부터 시작된 쏘나타의 시그니처를 유지하고 있다.

보닛 중앙에는 입체적인 굵은 주름이 잡혀있다. 디자이너들의 욕심이 서린 부분이다. 엔지니어들과의 오랜 협의와 설득 끝에 완성된 디자인이다. 라디에이터 그릴도 과감하게 아웃라인을 없앴다. 그만큼 철판의 끝단까지 자신있게 마무리했다는 얘기다. 3억원짜리 자동차를 만들던 디자이너들이 3천만원짜리 자동차를 만들고 있지만, 그들의 능력까지 값어치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

얇은 스포크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듯한 18인치 휠에는 피렐리의 피제로 타이어가 조합됐다. 현대차의 최근 타이어 선택은 파격적이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현대차가 수입 타이어를 조합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미쉐린부터 시작해서, 스포츠카들이 즐겨 사용하는 피렐리를 중형 세단에 달아놓았다. 적은 노력으로 단번에 운동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안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다.

뒷모습의 변화도 극적이다. 기존 쏘나타의 모습은 하나도 없다. 대형 스포일러를 형상화한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지만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 현대차는 붉은 선을 아주 얇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확실히 택시에 쓰이기는 아까운 디자인이다. 트렁크 리드는 스포일러처럼 하늘로 솟았다. 현대차는 진짜 스포일러처럼 공기가 지나는 통로까지 만드려고 했다. 비용,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포기했고, 대신 테일램프 상단에 여섯개의 에어로 핀을 설치했다. 전부 윈드터널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실내는 더 현대적으로 변했다. 일단 현시점에서 하극상이라고 불릴 만 하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0.25인치 센터 터치 스크린은 세련됨과 편의성을 모두 가지고 있고, 전자식변속버튼은 미래적인 느낌까지 준다. 현대차가 추구했던 여러 새로운 디자인이 신형 쏘나타에 전부 모여들었다. 무난한 중형차의 이미지를 꽤 벗어났다. 시승한 최상위 트림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같은 구색을 갖췄다. 시트에는 나파 가죽이 쓰였고, 플라스틱 마감도 훌륭한 편이다.

새로운 플랫폼이 적용된 신형 쏘나타는 더 안정적이고, 기본기가 출중해졌다. 강성이 증가된 새로운 뼈대는 더 가벼워졌고, 무게중심도 잘 잡혔다. 타이어도 한몫을 거든다. 빠르게 달리는 상황에서의 방향 전환이나 연속되는 방향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적었다. 신형 쏘나타의 밸런스는 수준급으로 나아졌다. 엔진이 조금 더 차체 중앙으로 파고 들었고, 섀시의 개선도 있었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를 위한, 무난한 파워트레인이 조금 아쉬웠다. 160마력의 최고출력과 20kg.m의 최대토크는 간이 덜 된 설렁탕 같았다. 여전히 어르신들을 위한 파워트레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동적이고 미래적인 생김새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다. 물론 도심을 유유히 다니기에는 충분히 좋았지만, 더 젊은 감성이 필요해 보였다. 터보 엔진이 추가되면 갈증은 덜하겠지만, 기본 모델의 출력을 조금 더 높일 필요도 있어 보인다. 여전히 보수적이다.

현대차의 차세대 엔진으로 불리는 ‘스마트스트림’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변화의 체감이 크지 않았다. 아반떼, K3처럼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현대차는 전륜구동 모델에 대해 다양한 변속기를 가지고 있다. 6단 자동변속기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그만큼 개선이 많이 돼서 숙성도가 높지만, 신선함은 덜하다. 그 성격 자체도 워낙 무던해서 인상적이지 않았다.

출력은 주행성능에 있어서 가장 쉽게 변화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또 가장 쉽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뼈대와 섀시의 개선이 이를 만회하고 있고, 연비도 나아졌다. 과감함이 조금 아쉽지만, 이래저래 총점은 더 높게 받을만 하다. 짧은 시간 안에 단점을 찾기 더 어려워졌다.

신형 쏘나타에 탑재된 편의 장비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현대차의 발전 방향을 잘 보여준다. 전세계 볼륨 브랜드의 중형차 중에서 신형 쏘나타보다 더 ‘첨단 자동차’는 없는 것 같다. 현대차는 쏘나타를 자동차가 아닌 ‘디바이스’로 부른다. NFC 기술을 활용한 현대 디지털 키, 스마트키로 차량을 원격 조종할 수 있는 원격스마트주차보조, 자연어로 음성 명령이 가능한 카카오 i, 전후방 카메라로 영상을 기록하는 빌트인캠, 스스로 멈춰서고 운전대를 조종하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 헤아리기도 힘든 다양한 기술을 신형 쏘나타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사람들은 고착된 것을 굳이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하지 않는다. 쏘나타에게는 새로운 관심과 이해가 필요했다. 그동안 쏘나타는 쏘나타가 아닌 아빠의 차, 엄마의 차, 택시, 회사차 등으로 불렸다. 현대차는 그런 쏘나타를 해방시켜주고 싶었다고 했다. 35년만에 쏘나타는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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