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복되는 카셰어링 명의도용, 이제는 바꿔야 한다
  • 신화섭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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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19 09:51
[기자수첩] 반복되는 카셰어링 명의도용, 이제는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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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셰어링은 원하는 시간에 복잡한 절차 없이 차를 빌릴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빠르게 성장해왔다. 물론, 국내 카셰어링은 특정 공동체가 차량을 소유한다는 원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대면 확인 절차 없이 온라인을 통해 분 단위로 차량을 빌려 주행 시간 및 거리에 따라 요금을 내고 이용하는 초단기 렌터카 성격이 강하다. 

문제는 이런 편리함을 악용해 발생하는 사고도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6일 강원도 강릉에서는 10대 학생 5명이 카셰어링으로 차를 빌려 달리던 중 가드레일을 받고 바다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숨진 학생들이 이용한 업체는 ‘운전면허 취득 1년 이상’과 ‘만 21세 이상’만 운전할 수 있다는 약관이 존재했다. 그러나 숨진 운전자는 선배 명의를 빌려 차량을 이용할 수 있었다. 대면 절차 없이 편리하게 이용 가능한 카셰어링 서비스의 허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명의도용이 쉬운 만큼 무면허 사고 위험도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운영하는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SS)에 따르면, 국내 카셰어링 서비스가 상용화된 2011년 이후 무면허 렌터카 사고는 2011년 66건에서 2017년 141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경찰청은 카셰어링 명의도용을 막기 위해 2017년 9월부터 ‘운전면허정보 자동검색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2018년 ‘카셰어링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휴대폰·면허증·신용카드 명의가 일치하는 경우에만 카셰어링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게 제한했다. 또한, 차량 이용시 인증받은 휴대폰으로 안내 문자를 보내고 불법 이용이 확인될 경우 즉시 예약을 취소하는 시스템도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카셰어링 업계 관계자들은 “실시간으로 면허 정지 및 취소 여부를 확인하는 실시간 면허 유효 검사를 진행 중이며, 운전면허와 카드, 휴대전화 명의가 일치하는지 인증도 진행하고 있다”며 “또한, 고령 운전자나 특정 고객의 차량 이용량이 갑자기 늘어날 경우 직접 전화해 본인이 차량을 사용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 절차도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방식으로 명의도용을 차단하는 것은 역부족이라 지적한다. 실제로 이번 강릉 사고 역시 위와 같은 명의도용 방지책이 이미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했다.

국토부는 아이디를 빌려준 사람도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가입 시 등록한 기기로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업체와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해당 규제는 시행되고 있지 않다.

카셰어링 업계 관계자들은 “매번 인증을 진행한다면 불편함이 생기고 24시간 편리하게 이용한다는 카셰어링의 본질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가입 시에만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며 “1인당 1 ID 혹은 1 디바이스로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배터리가 없는 경우 차 문을 잠그지 못하거나 반납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아직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비대면 서비스라는 특성상 완전 근절은 어렵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차량마다 지문이나 홍채인식 장치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인식해준다면 소용이 없게 된다”라며 “업체도 더욱 노력해야겠지만, 소비자도 명의도용은 범죄라는 인식을 가지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카셰어링과 비슷하게 비대면 서비스를 추구하는 인터넷 전문 은행은 이미 1인 1디바이스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례로 카카오뱅크의 경우 스마트폰을 교체하거나 다른 스마트폰에서 로그인 할 경우 이전 단말기에서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또한, 대출 등 본인 인증이 필요할 시에는 화상통화 등을 이용해 본인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 은행의 서비스 과정이 번거롭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온라인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만 하더라도 이미 큰 장점이기 떄문이다.

카셰어링 서비스도 편리함 이외 내세울 장점이 충분히 많다. 직원을 만나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예약부터 결제까지 가능하며 차량 제어까지 가능하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 여기에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던 본인 확인 단계 등이 추가되어, 지금보다 조금 번거로워 지더라도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자사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업체나 사회 전반적으로도 이득이다.

무면허 운전은 운전자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도 위협한다. 보다 강력한 규제와 위반 시 처벌이 필요한 이유다. 인터뷰 결과 업체들은 이미 방법은 알고 있었다. 다만, 소비자가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시행을 미루고 있었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한 결단을 통해 성장 중인 카셰어링 시장에 올바른 문화를 정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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