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글로벌 구조조정 칼바람…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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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20 17:42
[기자수첩] 글로벌 구조조정 칼바람…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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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공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완성차 제조사들이 발표한 직접적인 감축 인원만 4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동차 시장의 침체

전 세계 칼바람이 부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동차 시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0대 자동차 생산국의 생산량은 전년대비 4.6% 감소한 1849만대를 기록했다. 특히, 상위 5개국인 중국, 미국, 일본, 독일, 인도 중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에서 모두 생산량이 줄고 악화된 시장 상황을 드러냈다.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은 주된 이유로는 미국과 중국, 양대 시장에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6년까지 7년 연속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약 2% 내외의 보합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사뭇 다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지속된 성장에 대한 피로감이 쌓였고 앞서 오랜 기간 차량 교체를 미뤄왔던 사람들의 억눌린 수요(Pent-Up Demand)가 끝나 당분간 수요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제조사들이 많아지고 기술이 발전하며 생산 능력이 늘어났지만, 연간 판매량 증가율은 둔화되며 과잉 공급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수년간 가동률 부진을 겪어온 베이징 1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 연이은 글로벌 구조조정 칼바람

양대 시장의 부진을 필두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침체 분위기로 넘어가면서 제조사들이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섰다.

다임러는 긴축 경영으로 인해 메르세데스-벤츠 사업부에서 60억 유로, 트럭 사업부에서 2억 유로 등 대규모 비용 절감을 목표로 삼고 1만여명의 인원 감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GM도 지난해 11월 북미지역 일부 공장 폐쇄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1만4000여명의 인력을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4500명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브렉시트로 인한 판매 둔화, 디젤 자동차 수요 급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가장 최근 구조조정을 발표한 포드는 전 세계 사무직 직원의 10%, 그중에서도 관리직을 20%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구조 조정으로 7000여명이 회사를 떠나 연간 6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회 수소충전소 조감도
국회 수소충전소 조감도

# 미래에 대한 투자 그리고 통합

제조사들은 이렇게 절약한 비용으로 내연기관차 생산 대신 다른 분야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아우디는 최근 2도어 스포츠카 TT를 단종하고 비슷한 가격대의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R8에도 비슷한 미래가 기다릴 것이라고 암시했다. 포르쉐도 전동화에 나섰다. 포르쉐는 2023년까지 신제품 개발을 위해 약 150억 유로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올해 9월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전 라인업의 50%를 전기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2022년까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차량 40개 차종과 순수전기차 10종 등 50개의 전동화 차량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V12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을 단종하고 V8 터보 및 하이브리드 엔진에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스웨덴 스타트업 ‘노스볼트 AB’에 10억 유로(약 1조 3300억원)를 투자하고, 1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시설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각 제조사는 살아남기 위해 손을 잡기 시작했다.

BMW와 재규어랜드로버는 전기차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기모터, 변속기 등에 대한 공동 개발에 나선다고 5일 밝혔다. 비록 결렬됐지만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스(FCA)와 르노는 최근 50대 50 합병까지 추진하며 구매 비용 절감, 미래기술 개발 비용 분담 등 비용 절감을 위해 나섰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르노삼성 부산공장

# 국내 상황은?

지난 1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은 0.6% 감소한 95만7402대를 기록했다. 4년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의 경우 내수 물량이 소폭 증가했지만, 해외 수출이 급감했다. 주요 자동차 생산국간 경쟁이 심화되며 국산차의 경쟁력이 다소 약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르노삼성의 경우 지난달 메르세데스-벤츠에도 국내 판매량이 밀렸다. 이제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도 생존 전략을 검토하고 미래 전략에 투자할 때다.

물론, 쉽지만은 않다. 최근 르노삼성 노사가 1년간 끌어온 2018 임단협이 수차례 파업과 협상 끝에 2차 노조투표까지 진행된 후에서야 타결됐다. 노사 중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 가리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노사 분쟁이 매년 이어질 경우 국산차 브랜드는 생산 능력은 물론 차량 자체에 대한 신뢰도마저 흔들릴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해외 제조사들은 경영실적이 최악을 달려 존폐 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이나 공장 폐쇄, 인력 재배치에 나선 것이 아니다. 국내 제조사들과 노조도 이 점을 분명히 알고 당장 약간의 생산성 개선이나 개인의 이익보다는 미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협력에 나서야 할 때다.

지난 30일 현대차의 2019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국내 제조사들의 2019년도 임단협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매년 들려오던 노사 분규 소식 대신, 노사가 미래를 위해 서로 한발 양보해 협력한다는 소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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