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김상영] 세타 엔진은 잊어주세요
  • 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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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04 16:49
[주간김상영] 세타 엔진은 잊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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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진행한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 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미디어 설명회를 다녀왔습니다. 현대·기아차는 기술 설명회에 인색한 편인데, 이번 설명회에서는 꽤 적극적이었습니다. 기술을 개발한 연구원들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특히 핵심 개발진들은 직접 어셈블리 모형을 들고 기자들에게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자동차 엔진은 흡입, 압축, 폭발, 배기의 과정을 통해 동력을 발생시킵니다. 이 행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연료와 공기겠죠. 밸브는 이들이 실린더로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관리합니다. 효율적이고, 강력한 엔진이 되기 위해서는 밸브가 정확하게 열리고 닫히는 것은 물론이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필요도 있습니다.

기본적인 가솔린 엔진은 4행정이 진행되는 동안 흡기 밸브, 배기 밸브가 한번씩 열리고 닫힙니다. 일정한 타이밍과 일정한 움직임, 일정한 속도로 말이죠. 정확성을 위해 밸브 기구와 크랭크 샤프트는 기어, 체인 혹은 벨트 등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타이밍’이 모든 환경에 적합하지는 않았습니다. 흡기 밸브와 배기 밸브가 열리고 닫히는 시기를 조절하면 엔진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죠. 또 밸브가 움직이는 행동반경에 대한 변화도 주게 되었죠. 가솔린 엔진이 등장한지 130여년이 지났는데, 밸브를 컨트롤하는 기술이 도입된 것은 30여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어렵고, 정교함이 요구되는 기술이죠.

현대·기아차가 선보인 CVVD는 기존 가변 밸브 기술에 ‘시간차’를 도입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빠르게 열린 흡기가 밸브가 천천히 닫히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현대·기아차 가솔린엔진2리서치랩 하경표 연구위원은 “열고 싶을 때 열고, 닫고 싶을 닫을 수 있는 밸브 기구”라고 설명했습니다. 밸브 여닫힘에 시간차가 발생하면, 엔진의 연소 및 압축·팽창 과정의 특성도 바꿀 수 있겠죠. 그래서 오토 사이클, 애킨슨 사이클, 밀러 사이클 등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고 현대·기아차는 강조했습니다.

의외로 CVVD의 구조는 단순했습니다. 모터의 회전, 웜과 웜기어를 통해 캠의 중심 위치를 바꾸는 것이었죠. 달걀처럼 생긴 캠의 중심이 달라지면, 밸브를 누르는 시간과 속도가 달라지게 됩니다. 지속적으로 캠의 중심을 바꾸며, 밸브 듀레이션을 바꿔주는 것이죠. CVVD는 스로틀, 속도, 주행모드 등 여러 요소에 따라 작동하게 됩니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엔진 성능은 4% 이상, 연비는 5% 이상 향상되며 배출가스는 12% 이상 저감된다고 합니다.

CVVD는 직분사, 터보 엔진과의 궁합이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형 쏘나타 터보에 먼저 적용될 예정이고, K5, 투싼, 스포티지 등에도 순차적으로 탑재될 예정입니다. 아마 많은 제조사들이 현대·기아차의 엔진을 분해해서 살펴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를 벤치마킹한 기술도 생겨날 겁니다.

미디어 설명회에는 기술을 개발한 연구원들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특히 핵심 개발진들은 직접 어셈블리 모형을 들고 기자들에게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원들은 말하기 꺼려지는 부분에 대해서도 숨김이 없었습니다. 특히 여러 문제가 불거졌었던, 지난날의 엔진에 대해 품질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하기도 했습니다.

이종섭 현대차 가솔린엔진설계실 상무는 “과거에는 생산 품질이나 여러 요인 때문에 품질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습니다.‘스마트스트림’에서는 이런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발 목표를 잡았습니다. 모듈을 강화했고, 설계적인 측면에서도 신뢰성 기법과 같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담담했지만 어조였지만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현대·기아차의 세타II 엔진은 오래전부터 내구성, 화재, 시동꺼짐, 부품 파손 등 여러 문제를 겪었습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부분도 많고요. 현대·기아차가 CVVD 미디어 설명회 취재요청 공문을 보낸 것은 일주일 전인 지난달 26일 오후였습니다. 그리고 그 전날인 25일 오전 검찰은 현대·기아차의 엔진 결함 은폐 의혹 수사를 위한 양재동 본사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여러 의혹이 밝혀지는 것,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 소비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는 것들도, 열고 싶을 때 열고 닫고 싶을 때 닫는 CVVD처럼 명확하게 처리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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