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칼럼] 2019 임단협, 정년 65세 시대를 요구하다
  • 최재원 노무사(노무법인 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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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31 14:24
[최재원칼럼] 2019 임단협, 정년 65세 시대를 요구하다
  • 최재원 노무사(노무법인 넥스트) (pr@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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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3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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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완성차 업계의 임금 및 단체협약은 벌써부터 많은 난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 노동조합은 임단협 교섭이 결렬된 이후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두 곳 모두 70% 이상 찬성률로 가결됐습니다. 앞서 찬반투표가 통과된 한국GM이나 8월 초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르노삼성도 순탄하지 않은 교섭이 예상됩니다.

각 노조의 요구안에는 기본급 인상과 상여금 지급 등이 주요 골자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만, 현대기아차와 한국GM 노조의 경우 ‘정년연장’ 즉, 현재 만 60세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할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미 현행법상 정년인 60세에서 노조는 왜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것인지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 정년연장, 왜 65세인가?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14년부터 60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이 가능한 연령까지 연장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연령은 출생연도에 따라 61세에서 65세까지 상의하며, 1969년 이후 출생자의 경우 65세가 되어야 연금 수령이 가능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즉, 현재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퇴직 이후부터 국민연금 수령까지 약 5년 정도 공백기간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보완을 위해 3개 회사 노조가 정년연장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큰 틀에서 본다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65세 이후로 늦춰진 것은 그 나이까지 노동가능연령으로 본다는 반증이며, 곧 초고령 사회에 접어드는 국내 노동환경에서 정년연장은 빠른 시일 내 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다만, 최근 정년 65세에 대한 논의가 더욱 뜨거워진 것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더 있습니다.

첫째로 대법원에서 지난 2월 21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1989년 이후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2014년 부산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배 모씨의 유족들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실수입을 산정하기 위한 종사 가능 나이를 이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5세까지 가동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적 분쟁의 판단기준이 되는 판례 입장이 전환됐다는 점에서 정년연장의 입법화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다시 붉어지는 큰 계기가 됐으며, 이 전원합의체 판결이후 하급심에서 유사한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둘째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6월 초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생산가능 인구 감소를 이야기하며 정년 연장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인구구조 개선 대응 TF의 집중 논의가 끝나는 대로 정부의 입장을 제시하겠다고 이야기를 하였기에, 정년연장에 대한 정부의 방침에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재계 및 노동계에서는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 정년연장 입법화만으로 충분한가?

사회적으로 필요성이 대두된다면 단순히 입법화하여 시행하면 되는 것일까요. 개인적으로는 좀 더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준비들이 사전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년연장 이슈는 사측 입장에서 당해연도 임금인상 요구 보다 훨씬 더 큰 비용부담으로 다가올 사항이기에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정년연장이 인건비 부담의 급 상승으로 이어지는 바탕에는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 임금체계가 운영 되기 때문이며, 정년을 60세로 연장 시행했던 2016년 전후를 돌이켜보면 이는 자연스럽게 직무급제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연결될 것임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현 시점에도 정부는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을 중점 달성과제로 선정해 추후 사기업으로 직무급이 전파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고 있으며, 이에 공공기관 노조들은 공공성의 약화 및 임금감소 등을 이유로 격렬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직무에 따라 보상수준을 결정하는 직무급제는 임금체계의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을 뿐, 국내 모든 공공 및 민간 조직에 만능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직무급 임금체계의 도입을 단순히 정년연장에 따르는 인건비 부담 증가와 청년층 일자리 축소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안으로만 생각한다면, 준비없이 시작한 직무급제도의 부작용을 고스란히 겪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직종별 도입가능성, 사회적 관점에서 고용유연성, 한국 조직문화와 직무급의 적합성 등을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준비해야 되겠습니다. 

완성차 업계 2019년도 임단협으로 돌아와 각 기업의 상황에서 정년연장 요구를 다시 살펴본다면, 수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이제는 정년연장 자체가 다른 요구안을 주장하기 위한 협상카드가 아니라 빠른 시일내에 노사간의 협의점을 찾아내야 할 교섭사항임이 명확해지고 있는 만큼, 올해 진통을 거쳐 나올 완성차 업계의 정년연장 교섭 결과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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