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 불세출의 자동차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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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17 09:30
[시승기]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 불세출의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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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그래프는 지난 1월, 장기 시승용으로 제네시스 3.3 프리미엄 HTRAC을 구입해 현재까지 약 9000km를 달렸다. 차를 인도받자마자 세차장으로 달려가 물을 뿌려보기도 했고, ‘거북선’ 실험도 해봤다. 강원도 눈길을 달리거나 서킷에서 한계까지 차를 밀어붙이기도 했다. 한두번 타보고 쓰는 시승기가 아니다보니 더 조심스럽다. 

그동안 시승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독일차와 비교하면 어떤가'라는 것이다. 물론 비교 자체가 넌센스인지 모른다. 현대가 차를 만들기 훨씬 전부터 독일 브랜드는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레이싱카와 고성능 스포츠카를 만들었고, 간신히 독자 모델 포니를 출시 했을때 독일은 이미 터보 디젤 엔진을 장착한 세단이 내달릴 정도로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현대차가 빠르게 간극을 좁히고 있다. 엘란트라가 포르쉐와 대등하게 아우토반을 달린다던 허무맹랑한 광고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현대차는 독일에 가장 많은 비유럽 수입차 브랜드가 됐다. 물론 여전히 톱클래스와 차이는 뚜렷하다. 꼴찌에서 중간까지 오르는 것은 쉬워도 상위권 도약은 만만치 않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신형 제네시스는 다른 현대차보다 유독 돋보인다. 더구나 우리 실정에 독일차보다 잘 맞는 부분도 더러 있다. 현대차라고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이 아니구나 생각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 출고를 받은 후 세차장으로 향했다. 물은 새지 않는다. 에어백 테스트는 차마 아직 하지 못했다.

◆ 플루이딕 스컬프처 2.0, “흔적을 지워라”

이전 세대 제네시스는 물론, 현대차의 어떤 모델과도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어찌보면 좀 이상한 일이다. 윈도우든 애플 iOS든 기본적인 골격은 유지하면서 버전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현대차의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은 과거 흔적을 깨끗이 지우는데 주력한 듯 하다.

▲ 국회에 계신 분들도 많이 애용할 것 같다.

비록 이번 제네시스 디자인을 통해 당분간 새로운 패밀리룩을 만들긴 하겠지만, 이렇게 매번 갈아 엎다보면 현대차가 원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정착 시키는건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튼튼한 캐릭터가 기반으로 자리잡아야 그 위에 이미지도 쌓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면 좋겠다. 

▲ 제네시스가 공개되기 전, LED 헤드램프가 장착된 모델의 스퍄이샷도 공개됐는데 막상 판매용엔 적용되지 않았다.

보닛에서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도드라진 캐릭터라인, 보닛과 헤드램프의 디자인이 묘하게 BMW와 닮았다. 측면에서 봤을때는 더 명확하게 BMW 7시리즈의 실루엣이 보인다. 하지만 윤종신이 ‘조인성 닮은 꼴’이라고 자처해도 욕 하는 이가 없듯이 제네시스에 7시리즈라니, 애교로 봐준다.

▲ 미국에서 판매되는 5.0리터 V8 모델은 더욱 멋진 머플러가 장착됐다. 제네시스도 '튜익스' 패키지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오버행은 극단적으로 짧고 휠베이스는 길다. 비율에 있어 나무랄 데가 없다. 트렁크까지 완만하게 이어진 루프 라인도 제네시스의 매력 포인트다. 화려한 테일램프의 LED 구성은 시선을 사로 잡기 충분하다. 

▲ 현대차는 실내에 '리얼' 알루미늄이 사용됐다고 자랑하듯 설명하기도 했다. 운전석은 무릎부분도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또 별거 아니지만 시트 밑받침과 등받이를 동시에 조절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수입차는 따로따로 조절해야하 한다.

실내는 신형 에쿠스의 것을 조금 젊게 다듬은 정도다. 새로울 것은 없지만 이전 세대와 비교한다면 일취월장했다. 알루미늄을 사용하기도 했고, 우드그레인이나 패널도 종류가 다양해졌다. 9.2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나 계기반의 시인성은 뛰어나다. 모든 수입차들을 가볍게 압도하는 수준의 내비게이션도 매력적이다.

그런데 배치가 좀 이상하다. 오디오 볼륨을 급히 줄여야 할때 어김없이 온도조절 스위치를 먼저 돌리게 된다. 다른 자동차들과 반대로 공조장치 온도조절 스위치가 위에 있고, 오디오 볼륨 스위치가 아래 있는데다 모양과 촉감까지 똑같기 때문이다. 꽤 탔지만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현대차에서도 에쿠스와 제네시스만 이렇고 기존 차들은 물론 새로 나온 쏘나타(LF)도 공조장치 스위치가 아래 있어 더 혼란스럽다.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에서도 BMW의 냄새가 난다. 직관적인 조작을 위한 기능별 배치가 결국 비슷한 결과를 낳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에쿠스나 K9을 통해 선보인 바 있는 BMW를 닮은 전자식 기어노브는 장착되지 않아 아쉽다.  

▲ 실내의 소재나 마감도 흠잡을 곳은 별로 없다. 디자인은 알아서 판단하자.

◆ 현대차가 핸들링에 눈을 떴다

세계적인 자동차 트랜드를 보면, 차는 점점 커지면서도 무게는 줄이는 추세다. 차체에는 알루미늄 합금이나 카본파이버 등의 가볍고 강성이 뛰어난 소재가 사용되고, 엔진은 배기량을 낮추고 터보 차저를 장착해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다. 모든 업체가 경량화를 외칠 때, 현대차는 용감하게 반대로 무게를 늘리고 동시에 성능은 낮췄다. 

▲ 정체 불명의 위장막차가 제네시스를 쫓고 있다.

안전 및 편의사양을 추가했기 때문이라지만 어쨌건 딱 늘어난 무게만큼, 줄어든 출력만큼 둔해졌다. 그리 경쾌한 맛은 없다. 결코 부족한 출력은 아닌데 순발력이 떨어지고 반응도 더디다. 실용구간에서의 토크를 높였다는 현대차의 설명은 잘 이해가 안된다. 엔진회전수를 높게 사용해야 비로소 답답함이 해소된다. 그래서 '스포트 모드'를 사용하게 된다. 거창한 이름이지만 엔진회전수만 올라갈 뿐 스티어링이나 서스펜션의 변화는 없다.

▲ 3.3리터 V6 직분사 엔진은 최고출력 282마력, 최대토크 35.4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엔진룸 설계도 공을 들였다. 육각 구조나 스트럿바, 소음 및 진동 차단 등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현대차'와 '핸들링'이란 단어는 결코 닿을 수 없는 평행선 같았는데 신형 제네시스는 그 선을 살짝 기울였다. 서스펜션의 유연한 움직임은 하중 이동을 부드럽게 떠받친다. 한계치에 가까운 속도로 코너링을 해봐도 서스펜션은 당황하지 않고 2톤에 가까운 차체를 최대한 지면과 수평을 이루게 지탱한다. 부드러운 차가 코너에서 믿음직스럽게 돌아가는 느낌은 기묘할 정도다. 스포츠 주행에 적합한 타이어가 적용되면 조금 더 끈적한 핸들링도 기대된다. 

핸들링이 좋아졌음에도 렉서스 GS처럼 극단적으로 우수하지는 않다. 둘다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타도 독일을 외치며 개발됐다지만 신형 제네시스를 스포츠 세단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아직도 부드러운 주행 질감이 강하다. 마초적인 소비자들보다는 일반적인 소비자를 더 배려했다.

▲ 고속주행의 안정감은 독일차 부럽지 않고 서스펜션은 몹시 매력적이다.

현대 위아와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합작사인 ‘위아마그나파워트레인’의 사륜구동 시스템 ‘HTRAC’은 신형 제네시스의 날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다. 평상시엔 앞뒤 40:60으로 구동력을 배분하다가 가속 상황에서는 앞뒤 30:70으로 힘을 전달한다. 사륜구동 덕택인지 고속 안전성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독일차 부럽지 않다. 

연비는 복합 연비에 거의 근접했다. 5129km를 타는 동안의 연비를 측정했다. 총 11번 주유했고, 주유량은 635.13리터였다. 모터그래프 제네시스의 연비는 약 8.07km/l로 측정됐다. 제네시스 3.3 AWD의 복합 연비는 8.8km/l다. 테스트를 목적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모터그래프 제네시스 치고는 양호한 편이다.

▲ 연비 계산을 위해 그동안 써왔던 제네시스 차계부와 영수증을 동원했다.

◆ 치밀함은 부족하지만 장점이 많은 차

차를 구입할때 많은 추가사항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편의사양도 충분히 차고 넘친다. 특히 내비게이션은 현재 국내서 사용되고 있는 프로그램 중에서 단연 최고다. 특히 독일에서 제작돼 현지화되는 내비게이션과는 비교 자체가 안된다. 빠른 길을 알려준다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도 한수 아래다. 기본적인 디스플레이도 훌륭하고 도로 정보나 우회로 검색도 빠르다. 더구나 GPS가 잡히지 않는 지하나 터널에서도 정확한 방향과 거리를 반영한다. 이 정보가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나오니 더 바랄게 없다. 

▲ HD급 9.2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고장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꼭 매뉴얼을 읽어봐야 한다.

렉시콘 오디오 시스템은 선명한 음질을 제공한다. 저음이 부족한 것이 흠이지만 BMW 5시리즈 저가 모델에 비해서는 월등하다. 또 스마트 기기와의 연동도 신속하다. 아이폰의 경우 케이블만 연결하면 곧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다른 독일 브랜드는 별도의 전용 케이블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블루투스를 연결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헤드업디스플레이는 무척 편리하지만 좀 어설프다. 모터그래프는 이미 헤드업디스플레이 불량화소로 교체를 받았다. 교체를 받았는데 역시 어색하다. 약간 기울어져 있는 느낌이고, 대시보드 위의 구멍 자체가 좁아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이곳저곳에 가려진다. 독일 브랜드들처럼 깔끔하지 못한데 헤드업디스플레이는 운전하면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만큼 완성도를 더 높이는게 좋겠다.

▲ 추가사양을 더하면 에쿠스 부럽지 않은 뒷좌석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공간의 부족함은 전혀 없고 기본적인 편의장비도 수준급이다.

각종 기능을 한곳에서 컨트롤 할 수 있는 DIS도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한단계 발전했다. 버튼 배열이나 조작감이 향상됐다. 하지만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조절 스위치가 센터페시아에도 있다. 결국 둘중의 하나는 있으나 마나한 셈. 또 DIS로 음악이나 라디오를 선택한 후 손을 센터페시아로 옮겨서 불륨을 조작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운전의 집중도를 높이자고 만든 시스템인데 오히려 동작이 더 많아졌다.

▲ 더욱 치밀할 필요가 있다.

요즘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차에 빡빡하다. 사소한 문제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그릴에서 김이 솟아난다던 '거북선' 헤프닝이 좋은 예다.

어쨌든 분명한건 제네시스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차다. 잠시 탔던 에쿠스는 그렇게 흉봤는데 장기간 시승 동안 신형 제네시스에 대한 불만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은 나 자신도 의아할 정도다. 물론 꼼꼼함과 치밀함면에서 아직 독일차를 뛰어넘지는 못하겠지만 국산차 중 이런 차가 또 있을까 생각도 든다. 

* 장점

1. 고속 안정성. 기본적인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

2. 정숙성과 승차감. 현대기아차 대형 세단의 정숙성 만큼 예전부터 알아줬다.

3. 넓은 공간과 편의사양. 각종 기기의 작동은 쉽고 신속하다.

* 단점

1. 2% 부족한 출력. 특히 저속에서 차의 무게가 확실하게 느껴진다.

2. 헤드업디스플레이, 패들시프트 등 최신 장비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3.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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