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한국GM 노조가 인천 부평에 위치한 본사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노조는 “지난해 경영적자가 8000억원에 달한다면서 팀장급 이상에는 성과급을 지급하고, 나머지 인원들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는 마치 인종차별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해서 펼쳤다.

기자들이 향후 투쟁 전략을 물어도, 비판적인 여론에 대한 노조의 입장을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이어 “임금 인상은 중요하지 않다”며 “미래가 확보된다면 임금 인상은 양보할 수 있다”고 상반된 입장을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노조는 오는 2022년 이후 GM이 부평 2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카허 카젬 사장은 2019 임금협약(이하 임협) 교섭 중 “2022년 이후 부평 2공장의 생산 계획은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반면, 사측 관계자는 “2022년 이후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장기적인 플랜을 지금 시점에서 확약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이는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일 텐데 노조가 그 이상의 물량 확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GM은 작년에 회사가 어려울 때 산업은행과 정부로부터 투자를 받아 기사회생한 뒤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각 1대씩 신차를 배정해 생산량을 확보했다”면서 “이를 차질없이 이행해 나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부평 2공장은 오는 12월부터 2022년까지 트랙스 수출 물량을 확보한 상황이다. 물량이 확보된 만큼 지난해부터 진행된 1교대 생산을 끝내고 다시 2교대 생산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하지만 노조는 카허 카젬 사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 앞서 본관 곳곳에 카허 카젬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전단지를 붙이고, “사장은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금 즉시 퇴진할 것을 권고한다”면서 “노조의 경고를 무시한다면 퇴진할 때까지 강력하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자사 수입차 불매운동 카드까지 꺼냈다. 사측을 최대한 압박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곧이어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자해 행위다’, ‘자충수다’, ‘자기 회사 차 사지 말라는 노조가 만드는 차를 어찌 믿고 사겠느냐’ 등 매서운 비난이 쏟아졌다.

이날 기자회견장의 가장 ‘뜨거운 감자’ 역시 불매운동이었다.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은 회견이 시작되기 전부터 노조 관계자들에게 불매운동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한 노조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얼마나 절실했으면 우리 차 불매운동을 투쟁 방안으로 냈겠는가”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노조는 “여러 대응 방안 중 하나로 논의 중일 뿐이며, 조합원과 국민 모두의 납득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만약 여론 형성이 이루어져 불매운동이 진행되더라도 콜로라도 및 트래버스의 국내 생산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노조의 태도 변화가 크게 놀라운 모습은 아니다. 현재 한국GM 노조는 전면 파업까지는 선언하지 않고, 매번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마다 부분 파업을 연장하며 투쟁 수위를 조절하는 중이다. 노조는 30일 열린 쟁대위 회의에서도 ‘전면 파업’ 대신 다시 한번 ‘성실 교섭 촉구 기간’을 선언했다.

벌써 세 번째 성실 교섭 촉구다. 이번에는 부분 파업 및 잔업·특근 거부마저 없다. 노조도 더 이상 여론을 벗어난 ’투쟁 일변도’는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자회견장에서 조합원들은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투쟁 전술을 바꾸거나 금속노조 탈퇴 등을 고려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욕설과 고함으로 대답했다. 

노조 입장에서 거북한 질문일 수 있다. 하지만, “사측이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할 시 미래 발전 방안만 가지고도 교섭에 임할 수 있다”는 발언이 진심이라면, 원하는 질문·대답이 아니어도 욕설과 고함으로 대응하는 대신 고민과 성찰을 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한국GM은 향후 10년간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기로 산업은행 및 정부와 약속했다. 썩 미덥지 못하더라도, 진정 임금 인상까지 포기할 용기를 가졌다면 일단 2022년까지 확보된 시간을 활용해 생산성을 증명하고, 국민과 언론의 지지를 등에 업은 다음 사측과 대립해도 늦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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