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시선을 사로잡는 초소형 전기차 르노 트위지와 출퇴근길(왕복 70km)을 함께 해봤다. 귀엽지만 불편한 초소형 전기차는 예상보다 의외의 면이 더 많았다.

첫 만남은 다소 불안했다.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가 35km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집까지 거리가 딱 그 정도다. 트위지는 1회 충전으로 약 55km에서 최대 7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주행거리가 길지 않은 데다 완충 상태도 아닌 채 타려니 걱정이 한가득이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차량을 탑승하는 기쁨도 더해졌다. 설렘 반 기대 반으로 퇴근길을 나섰다.

트위지의 키는 심플 그 자체다. 시동 거는 기능 외에 리모컨 버튼 하나 없다. 트위지는 개방향 차량이기 때문에 문을 잠글 수 없다.
트위지의 키는 시동 기능 외에 리모컨 버튼 하나 없다. 개방향 차량이기 때문에 문을 잠글 수 없다.

시승에 앞서 실제 오너들이 전하는 주의사항을 찾아봤다. ‘트위지는 페달 반응이 일반 승용차보다 둔해 강하게 밟아야 한다’, ‘크리핑(자동변속기 D 체결 시 차가 흘러가는 현상)이 없고, 오르막에서 뒤로 잘 흐르니 조심해야 한다’ 등이 눈에 띈다.

초소형 전기차는 고속도로는 물론, 자동차 전용도로도 달리지 못한다. 평소 퇴근길인 서부간선도로를 피해 시내로 방향을 틀었다.

트위지는 변속기가 없기 때문에 D와 R, 전후 방향만 바꿔준다. 둘 사이를 누르면 뉴트럴 상태가 된다. 파킹 모드가 따로 없어 뉴트럴 상태에서 스티어링휠 좌측 아래에 위치한 사이드 브레이크를 반드시 당겨야 한다.

트위지는 ‘의외로’ 잘 달렸다. 도심 주행에서 치고 나갈 때 부담이 없다. 도로 흐름에 전혀 뒤쳐지거나 밀리지 않았다. 차선 변경도 문제 없었다.

익히 들었던 승차감도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서스펜션은 ‘딱딱’보다 ‘단단’에 가까웠다. 핸들링도 빠릿빠릿했다. 코너 진입 시 불안하지 않았다. 우수한 제동력에 절로 흐뭇해진다.

차에 익숙해질 때쯤 새로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모터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렸다. 방음이 부족한가 싶었지만 사실 이는 가상 사운드다. 트위지는 실제 도로에서 쥐 죽은 듯 조용히 움직인다.

지나치게 조용한 트위지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재미난 장치를 탑재하고 있다. 전조등 레버 중간에 위치한 스피커 모양 다이얼을 돌리면 전자 오락기 같은 소리를 내며 보행자에게 존재를 알린다. 경적은 전조등레버 끝부분에 달렸다. 처음 사용했을 때 앞선 보행자보다 오히려 더 놀랐다. 경적이 지나치게 가깝고 크게 들렸다.

트위지는 창문이 없다. 그나마 외부 공기를 덜 쐬고 싶다면 별도로 구매해 부착해야 한다.
트위지는 창문이 없다.

저속 구간에서는 만족할 만큼의 거동과 승차감을 보였지만, 고속에서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65km/h부터 모터 소리는 날카롭게 변했고, 70km/h가 넘어가면 불쾌한 수준으로 귀를 찔렀다.

또한, 속도가 높아질수록 액세서리 창문은 사정없이 몸부림친다. 플라스틱 윈도우는 도어에만 고정됐기 때문에 차체와 부딪히며 발생하는 소음이 상당하다. 여기에 80km/h가 넘어가면 바람에 날아갈 만큼 요동쳤다.

수시로 앞차와의 간격과 신호를 확인했다. 도로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수준에서 브레이크를 최대한 밟지 않으려 노력했다. 주행가능거리를 늘리기 위해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운전에 집중하는 사이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출발 전보다 주행가능거리가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약 10km 정도를 달린 후 주행가능거리는 36km였다.

오너들에 의하면, 트위지는 계기판의 주행가능거리보다 배터리 칸 수가 더 중요하다. 계기판에는 페달 전개에 따라 1·2·3단계 및 회생모드를 표기하며, 단계를 낮게 유지하며 운전할수록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난다.

시승차를 받았을 때 배터리가 10칸 중 6칸이 남아있었고, 이는 연비주행 시 약 40km 이상 주행 가능한 거리였다.

도어 아랫부분은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이라 도로가 훤히 보인다.

어느 정도 트위지에 적응하니 하나둘씩 불편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의자였다. 등받이 각도 조절이 되지 않아 늘 수직으로 앉아야 한다. 여기에 팔걸이가 없는 것도 한몫을 했다. 시승 내내 의자 팔걸이가 절실했다.

트위지가 ‘자동차보다 모터사이클에 가깝다’고 느낀 순간이 왔다. 사실 날씨에 취약하다는 문제는 공조 장치가 없는 트위지에서 어느 정도 예상되는 단점이었지만, 의외의 복병으로 매연이 있다. 연식이 오래된 화물차가 전방에 있으면 코를 찌르는 매연이 실내로 즉각 유입된다. 게다가 들어온 매연은 실내에 꽤 오랫동안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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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할 무렵, 주행가능거리가 20km 이상 남았다. 이것저것 실험해볼 여유가 생겼다.

지인의 도움으로 뒷좌석을 잠시 경험했다. 트위지 뒷좌석은 탑승한다기보다는 ‘사람이 들어갈 공간이 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구조상 어쩔 수 없이 다리를 벌리고 타야 하는데 장시간 ‘강제 쩍벌’은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특이하게도 운전할 때 신경쓰이지 않았던 뒷유리 부재가 뒷좌석에서 답답하게 느껴졌다. 뒷좌석은 ‘갇혀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뒷좌석 공간은 스포츠 쿠페의 그것 마냥 짐칸으로 활용하면 한층 여유롭게 탈 수 있겠다.

다음날 아침, 한겨울 추위는 방한용품으로 어느 정도 참을만 하다. 하지만 더울 때 탑승이 어려울 것 같다.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한여름 찜통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다.

퇴근길과 달리 가득 찬 배터리 덕에 든든하게 출발했다. 어제와 똑같이 35km를 달렸지만, 회사에 도착했을 때 남은 주행거리는 25km였다. 배터리는 4칸이 남아있었다. 여기서 문득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배터리가 조금만 컸다면 70km 거리를 충전 없이 왕복할 수 있을 텐데.

트위지는 불편한 점이 많다. 날씨 영향을 크게 받고, 고속도로도 오르지 못한다.

그럼에도 분명 재미있는 차다. 모터사이클이나 일반 승용차와는 다른 ‘운전의 맛’이 있다. 지루한 대중교통보다 재미있게 출근할 수 있다. 교통비보다 저렴한 전기료는 덤이다. 1개소 이상 충전할 환경이 마련되고, 왕복 출퇴근 거리가 50km를 넘지 않는다면 충분히 구매를 고려할만하다.

물론, 공조 장치를 추가하고 주행 거리를 100km 이상으로 늘린다면 당장에라도 한 대 뽑겠지만 지금 나에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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