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불매 운동, ‘할인 앞에 장사 없나?’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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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05 16:58
일본차 불매 운동, ‘할인 앞에 장사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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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 불매 운동이 내년에도 이어질까.

지난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수입차 시장에도 즉각 영향을 미쳤다. 앞서 5월 일본차 5개 브랜드(토요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의 국내 판매량은 4421대로, 전체 수입 승용차 판매량(1만9715대)의 약 22%를 차지했다. 국내 판매된 수입 승용차 5대 중 1대는 일본차일 정도로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하지만, 불매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7월 일본차 판매량은 2679대로 급감했고, 9월에는 1108대까지 떨어졌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M/S)도 9월 5.3%까지 위축됐다. 불과 4개월 만에 판매량이 4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수입차 판매 20위 내 일본차 7종이 이름을 올렸지만, 10월에는 단 1대밖에 입성하지 못했다.

이 같은 부진 속에서 한국닛산이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돌기 시작했다. 곧 한국닛산이 “한국 시장에서의 활동을 앞으로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겠다”고 밝혀 철수설은 불식됐지만, 판매량은 꾸준히 감소했다.

9월부터 시행된 신규 번호판 도입도 일본차 기피 현상에 한 몫을 했다. 앞자리가 세 자리로 바뀐 탓에 쉽게 새 차임을 알아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세 자리 번호판을 단 일본차가 법규를 위반한 것을 신고했다”는 인증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불매 운동에 직격탄을 맞은 닛산(5월 300대 → 9월 46대)과 혼다(5월 1211대 → 9월 167대)가 먼저 할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닛산은 엑스트레일 가격을 최대 630만원까지 낮추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고, 혼다는(5월 1211대 → 9월 167대) 파일럿 구매 시 1500만원 할인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인피니티도 11월 자사 파이낸셜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800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혼다 파일럿
혼다 파일럿

이 같은 할인 공세에 힘입어 10월 일본차 판매량은 눈에 띄게 반등했다. 10월 일본차 5개 브랜드 판매량은 1980대로, 9월 대비 78.7%나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체 수입 승용차 판매량 역시 약 10% 증가하며, 점유율은 5.4%에서 8.9%로 3.5%포인트(p)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일본차 판매량은 한동안 증가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워낙 급격한 ‘판매 절벽’을 겪었고, 그나마 버티던 토요타와 렉서스도 연말 할인 공세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차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우선, 할인으로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단기적인 성과는 낼 수 있지만, 불매 운동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더욱이 일본 정부가 무역 마찰에 대한 책임을 한국 정부에게 전가하고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전략은 백약이 무효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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