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벤틀리 크리스 크래프트 세일즈 총괄 "내년 신형 플라잉스퍼 한국 출시"
  • 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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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18 14:14
[인터뷰] 벤틀리 크리스 크래프트 세일즈 총괄 "내년 신형 플라잉스퍼 한국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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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에서 세일즈와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크리스 크래프트(Chris Craft)가 한국을 방문했다. 짧은 인터뷰를 위해 호텔신라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폭스바겐, 스코다, 포르쉐 영국의 지사장을 역임하며, 폭스바겐그룹에서 24년간 일했다. 폭스바겐그룹 안에서도 어찌보면 극과 극을 경험한 셈이다. 브랜드 성향에 있어서 등고선이 짙은 그의 이력은 폭스바겐그룹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그는 브랜드의 힘이나 소비자들의 성향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지녔을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내 여유롭고 자신감이 넘쳤다.

“폭스바겐그룹은 다양한 브랜드를 갖추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그룹이라고 할 수 있죠. 또한 그룹 내 다양한 브랜드는 각 브랜드가 전문으로 하고 있는 시장에서 명확한 개성, 포지션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코다의 경우 가격대비 훌륭한 상품성, 현명한 방식으로 패키지를 제공합니다. 이에 반해 벤틀리나 부가티는 럭셔리에 특화된 브랜드죠. 상품이 아니라 가치를 파는 것이죠. 벤틀리는 그런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높은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시장에서 매년 1만대 정도 생산하고 있어요.”

벤틀리는 브랜드 최초의 SUV를 내놓으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판매대수도 증가했을 뿐더러, 영업이익도 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벤틀리의 매출액은 13억 유로(1조6741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2% 상승한 수치다. 올해는 신형 컨티넨탈 GT의 덕도 컸다. 여기에 신형 플라잉스퍼까지 가세했으니 흐름이 좋다.

자동차가 회사가 지속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차를 많이 팔아야 한다. 차를 많이 팔기 위해서는 팔 수 있는 차가 많아야 한다. 그래서 포르쉐는 라인업을 확장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크리스 크래프트 총괄은 포르쉐에서도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성공적인 라인업 확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 같았다. 박스터나 마칸과 비슷한 개념의 벤틀리가 도입되면 어떨까.

“벤틀리의 지금 라인업이 근본적으로 변경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재 전략에서는 없습니다. 벤틀리는 럭셔리 GT 세그먼트에서 매우 강세를 보이고 있고, 럭셔리 SUV 시장에서도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세단 라인업도 훌륭하고요. 신형 플라잉스퍼로 한 차원 다른 레벨의 럭셔리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포르쉐처럼 라인업을 확장하기 보다는 다양한 드라이브 트레인을 통해 변화를 줄 것입니다. V8, W12, PHEV 등으로 드라이브 트레인을 확장하고 2025년 말에는 순수 전기차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세그먼트를 확장하는 것보다 기존 모델의 한계를 확장하는 방식이 벤틀리에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벤틀리는 여전히 희소성을 럭셔리 브랜드의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 수익을 내기 위한 방식이 현대차나 폭스바겐과는 다르다. 주문 제작이 좋은 예다. 고객의 취향에 따라 주문생산을 하게 되면 판매가 늘어도 희소성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벤틀리는 주문제작 프로그램 ‘뮬리너’를 크게 강조하고 있다.

주문 제작은 벤틀리의 오랜 전통이고, 이처럼 벤틀리는 전통과 역사를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차를 만드는 당위성, 차를 만드는 방식, 차의 디자인, 차의 가치 등은 한세기 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바뀌고 있는 오늘. 친환경, 전동화, 자율주행 등 그동안 시대가 요구하지 않았던 패러다임이 쏟아지고 있다. 어쩌면 전통과 역사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전통을 지키면서 혁신을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유산, 역사 등 벤틀리가 상징하는 가치들은 앞으로의 트렌드, 기술 등과는 상관없이 계속 제공할 것입니다. 특히 벤틀리가 가지고 있는 럭셔리, 장인정신, 희소성, 운전의 즐거움 등은 전기차가 됐든 자율주행차가 됐든 계속해서 벤틀리의 핵심가치로 유지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현재 벤틀리의 강력한 파워트레인은 높은 토크를 발생시키는 전기모터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전기차로 바꾼다고 해도 주행 특징은 그대로 남아있죠. 자율주행 도입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와 전통이 가진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하다. 긴 시간 자체만으로도 무기가 될 수 있고, 역사의 한 순간을 끄집어내어 이를 현재나 미래에 대입하는 것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것도 계속해서 이슈되고 있는데, 벤틀리에서도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성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전동화, 연료전지, 친환경 에너지 등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단순히 연료뿐만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도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며 이산화탄소 배출 및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영국에 있는 벤틀리 크루 공장에서 사용되는 전기는 모두 공장 내 설치된 솔라 패널과 친환경 전기로 인정받은 공급원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고 크리스 크래프트 총괄은 강조했다.

“벤틀리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EXP 100 GT 콘셉트에는 이런 지속가능성, 친환경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물론, 전기차면서 자율주행도 가능하고요. EXP 100 GT에 사용된 원목은 강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오크나무를 재활용했습니다. 탄소 연대를 측정해보니 무려 5500년이나 된 목재였죠. 이것을 동으로 마감했는데 정말 희귀하고 특별한 느낌이 듭니다. 가죽 같은 경우에도 와인을 만들 때 나오는 포도 껍질 같은 부산물을 합성해 만들었습니다. 친환경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서 소가죽 같은 느낌을 냈죠. 벤틀리는 우리가 현재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면서도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기민하고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가장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크리스 크래프트 세일즈 & 마케팅 총괄이 본사로 돌아간 직후, 벤테이가 V8의 국내 인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벤틀리는 한국을 위한 에디션 모델을 만들 정도로 우리나라를 주시하고 있고, 이번 벤테이가 V8도 벤틀리의 최신 기술과 고급 사양이 대거 기본으로 적용됐다. 특히 벤틀리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시그니처까지 포함됐다.

“한국은 럭셔리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벤틀리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첫번째 럭셔리 브랜드로서, 한국의 럭셔리 시장 성장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벤틀리는 신차를 빠른 시일 내에 한국에 소개하고 인도할 계획이다. 올해 7월 국내에 소개된 신형 컨티넨탈 GT와 컨티넨탈 GT 컨버터블의 인도가 내년 초 시작될 예정이고, 신형 플라잉스퍼도 내년 초 한국에 소개될 계획이다. 국내 시장은 V8 모델의 인기가 높기 때문에 V8 모델을 우선 판매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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