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벤츠모빌리티코리아, 새롭지도 대담하지도 않다
  • 신화섭
  • 좋아요 0
  • 승인 2019.12.04 15:43
[기자수첩] 벤츠모빌리티코리아, 새롭지도 대담하지도 않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모빌리티코리아 기욤 프리츠 대표이사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3일 서울 가로수길에 위치한 EQ 퓨처 전시관에서 ‘메르세데스-벤츠모빌리티코리아(이하 MBMK)’ 법인 출범을 발표하고, 첫 상품인 프리미엄 장기렌터카 서비스를 소개했다. 이날 MBMK는 ‘We Move You’란 목표 아래,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국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재편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 이미 예견된 성공…특장점은?

국내 1위 수입차 업체가 직접 렌터카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 인증 중고차 네트워크 및 직영 서비스센터와의 시너지도 충분히 발휘될 전망이다. 이미 구축된 딜러망을 통해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후 관리도 쉽게 제공한다. 고객이 차량을 인수하지 않고 반납하더라도 인증 중고차로 처분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사업 성공 여부를 떠나 벤츠가 들고나온 ‘장기렌터카’ 사업이 회사의 설명만큼이나 새롭거나 대단한 서비스인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이날 기자간담회 공식 질의응답으로 “MBMK의 특장점을 찾을 수 없다”, “MBMK의 장점이 무엇인가?” 등 날선 질문이 제기됐다.

MBMK 기욤 프리츠 대표는 “빠르고 쉬우며 디지털화된 것이 강점”이라며 “전 과정을 종이 없이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12개월부터 60개월까지 원하는 기간 동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유지보수 패키지도 제공되는데, 이 모든 비용이 렌트비에 포함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국내 렌터카 업계 한 관계자는 “MBMK가 주장하는 디지털화, 온라인화는 사실 국내 대부분의 업체도 이미 구현한 것”이라며 “압도적인 차별화라고 내세우기에는 힘들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12개월부터 60개월까지 고객이 원하는 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은 사실 장기렌터카의 기본 개념”이라며 “대단한 차별 포인트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 ‘연 단위’는 장기렌터카…그렇다면 ‘분 단위’는?

때문에 MBMK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더 집중되고 있다. MBMK는 사업 출범을 알리며 ‘연 단위부터 분 단위까지’라는 말을 수십번 반복하며 강조했다. 이에 기자들도 MBMK의 분 단위 서비스가 현대차의 ‘딜카’같은 카셰어링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인지, ‘타다’처럼 라이드셰어링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인지 수차례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호했다. 기욤 프리츠 대표는 “분 단위, 시간 단위, 월 단위 등 단기 서비스도 설계해놓았고, 설계해나가는 중”이라며 “현재의 중점은 장기렌터카 서비스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힐케 얀센 대표이사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힐케 얀센 대표이사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이하 MBFSK) 힐케 얀센 대표도 “다임러그룹의 글로벌 전략과 제품에 따른다”면서 “한국 시장에 필요한 서비스가 있다면, 들여와서 제공하는 식으로 나아갈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업계 관계자는 “카셰어링, 단기렌터카, 월간렌터카, 장기렌터카까지 이미 국내에서 다 서비스되고 있는 것들을 메르세데스-벤츠가 통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운영 노하우를 갖춰 모든 이슈에 대응하는 것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서울 2039’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비전 서울 2039’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리스 서비스를 운영 중인 MBFSK 법인을 두고 신규 법인을 출범했다. MBMK는 모빌리티 서비스에 보다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MBFSK의 경우 외부지분이 20%(레이싱 홍 그룹 산하 스타오토홀딩스) 포함된 만큼 수익 분배를 줄이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시됐다.

MBMK는 새로운 모빌리티의 장을 열겠다며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나온 것은 이미 흔한 장기렌터카였다. MBMK가 밝힌 대로 2039년 서울시 미래 모빌리티를 재편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업체들이 닦아놓은 길에 ‘삼각별’을 달고 뒤늦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서비스로 시장을 개척하는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벤츠코리아가 공개한 비전 서울 2039까지 이제 19년 남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