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XC90, 볼보가 정의한 럭셔리 SUV란?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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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03 11:40
[시승기] XC90, 볼보가 정의한 럭셔리 SUV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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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1세대 모델 이후 무려 13여년 만에 출시된 2세대 XC90은 볼보 브랜드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첨단 SPA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최신 기술을 반영해 21세기 볼보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었다. 

2세대 XC90은 출시 직후 ‘2016 북미 올해의 트럭’과 ‘2015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15 오토익스프레스 올해의 차’, ‘2016 영국 올해의 SUV’ 등 총 70여개 글로벌 수상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한국자동차기자협회 및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가 선정한 ‘2017 올해의 SUV’에 동시 선정되며 2관왕에 올랐다.

과연 새롭게 선보인 신차도 그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일단 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외형 변화는 눈에 확 띄지 않는다.

신형 XC90은 플래그십 SUV만의 강력한 정체성과 고유 아이덴티티를 유지한 채 디테일에 힘을 줬다.  

전면 중앙에 자리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프레임 사이즈를 확대하고, 측면 윈도우 및 하부 도어 몰딩과 조화를 이루는 수직 크롬 바로 구성된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했다. 전면 로고에 카메라를 통합해 현대적이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밖에 전·후면 크롬 마감 처리된 범퍼와 통합형 루프레일, 새로운 디자인의 듀얼 테일 파이프, 다이아몬드 컷 휠 등이 추가됐다.

실내는 고급스러운 가죽에 나무 소재 장식을 더해 우아하면서도 품격있는 느낌을 발산한다. 시트 옆에는 깨알같이 스웨덴 국기를 달아 감성을 더했다.  V60 크로스컨트리나 S90 등 브랜드 내 다른 차종과 비교해 대시보드 상단, A필러, 도어트림 등에 사용된 가죽 비율이 높은 편이다.

센터 콘솔에는 익숙한 세로형 9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내비게이션은 도로명이 아닌 도로 번호로 진행 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에 다소 낯선 느낌이지만, 다양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제공한다.

다만, 터치스크린 자체는 꽤 불만스럽다. 지문이 잘 묻고 눈에도 잘 띄는 재질이다. 공조 장치나 열선 등 기능은 운전 중 직관적인 조작이 어렵다. 더불어 몇몇 기능을 실행하기 위한 스크롤도 불편하다.

또한, 스마트폰을 수납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애플 카플레이 혹은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USB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는데, USB 포트는 좁은 센터 콘솔 안에만 있다. S90에는 케이블을 꽂은 채로 스마트폰을 세울 수 있는 거치대가 있는 만큼 더 아쉽다.

시승은 디젤(D5) 및 가솔린(T6) 모델 모두 진행했다. 둘 다 3열에 시트 2개가 추가된 7인승 모델이며, 외관 차이는 뒤쪽 배지 외에는 없다.

2열 시트는 리클라이닝이 가능하다. 단순히 등받이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가 앞으로 나가면서 등받이를 눕히는 방식이다. 2열 승객을 위해 독립적으로 온도 조절이 가능한 송풍구가 무릎 쪽과 B필러에 위치하며, 12V 단자와 220V 콘센트 등도 제공된다.

상대적으로 3열은 매우 좁다. 183cm인 기자가 3열에 앉았을 때 무릎이 2열 등받이에 닿아 도무지 편하게 앉을 수 없다. 3열에 별도 송풍구와 컵 홀더까지 마련하며 승객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인이 앉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7인승보다는 트렁크 공간이 넉넉한 5인승 모델이라 생각하는 것이 맞다. 3열 폴딩 시 트렁크 용량은 1007L까지 늘어난다.

XC90 D5는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8.9kg·m의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이, T6에는 최고출력 32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각각 탑재됐다. 2톤에 달하는 육중한 덩치에 비해 2.0리터 4기통 엔진은 다소 작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직접 운전해보니 엔진에 대한 아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모든 파워트레인에 상시 사륜구동 및 힐 스타트 어시스트 시스템이 적용돼 경사로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볼보 XC90 T6

슈퍼 차저와 터보 차저가 조합된 T6 모델이 제원상 성능은 훨씬 더 좋다. 하지만 일상에서 운전의 즐거움은 D5 모델에서 더 크게 다가온다. D5 모델은 가속페달 조작에 따라 즉각적으로 RPM을 올리며 경쾌하게 가속하는 반면, T6 모델 반응은 한 박자 느리다. 물론 T6 모델도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면 이후에는 거침없이 부드럽게 쭉 올라가지만, 도심 구간 가속력이 아쉽다. 

뛰어난 반응속도를 내는 D5 모델의 비결은 ‘파워 펄스’라고 불리는 압축 공기 저장 시스템이다. 터보차저는 배기가스의 압력을 통해 터빈을 돌려 엔진 내 공기를 과급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기가스의 압력이 충분해질 때까지 ‘터보 랙’이 발생하게 된다. 볼보는 터보 랙을 줄이기 위해 일반 주행 중 공기를 압축해서 저장해놓고, 저속에서 압축 공기를 이용해 터빈을 돌려 터보 랙을 완화했다.

정부 공인 연비는 D5가 10.9km/L, T6가 9.3km/L이다. 시승 기간 실제로 기록한 연비는 D5 12.3km/L, T6 8.3km/L이다. D5로는 고속도로 주행을, T6로는 산길 주행을 각각 했음을 고려하면 둘 다 공인연비와 비슷한 수준의 실연비를 보였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오프로드, 인디비주얼 등 5가지가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관계자는 “드라이빙 모드별로 운전 감각에 차이가 나도록 세팅이 되어 있다”라고 설명했지만, 에코·컴포트·다이내믹 사이에서는 가속력만 극명하게 차이가 날 뿐 스티어링 감각이나 서스펜션 세팅이 변하는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에어 서스펜션이 최상위 모델인 T8에만 탑재되어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 오프로드 모드는 시속 40km/h 이하에서만 작동해 테스트를 위해 잠깐 켜봤을 뿐 시승코스에 오프로드 구간이 없어 사용할 일은 없었다.

XC90 D5 및 T6의 전륜에는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후륜에는 인테그랄 링크 리프 스프링이 탑재됐다. 차량 서스펜션은 평소에는 부드럽게 요철은 넘다가도, 급격한 변화에서는 단단하게 차체를 고정한다. 와인딩 코스를 다소 거칠게 달려도 네 바퀴가 지면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어 안정감이 있다. 특히 뒷자리에 둔 가방이 밀려날 정도로 차량을 급하게 조향해도 금새 부드러움과 여유로움을 되찾는다.

실내에는 1·2열 모두 이중 접합 차음 유리가 적용되어 정숙한 편이다. 하부 소음이나 기타 잡음도 적다. 다만, 높은 차체 때문에 풍절음은 피할 수 없다. 고속 주행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거칠 수 있다.

늘 그렇듯 볼보의 파일럿 어시스트는 우수하게 작동한다. 차선과 앞차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차량을 움직이며, 차선을 넘으려고 할 때 스티어링휠 진동으로 알려준다.

볼보 XC90 D5 및 T6를 시승하며 높은 완성도에 만족감을 느꼈다. 전반적으로 XC90는 크게 모자라거나 넘치는 구석없이 뛰어난 주행 감각과 안전 사양 등 우수한 상품성을 갖췄다. XC90는 운전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다양한 지형과 운전 환경에서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며, 안전 사양들이 작동한다.

볼보는 ‘스칸디나비안 럭셔리’, ‘스웨디시 럭셔리’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자신들만의 럭셔리를 구축하고 있다. 어느 한 면에서 특출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난하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우수한 완성도를 갖춘 만큼 럭셔리 시장에서 그 인기는 한동안 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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