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N 다이어리-⑫] “순정 상태 롱텀을 마치며”
  • 최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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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23 17:13
[벨로스터 N 다이어리-⑫] “순정 상태 롱텀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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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km를 타며 느낀 벨로스터 N의 단점

출고 8개월 차, 마침내 누적 주행거리 1만km를 돌파했습니다.

여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고, 이를 회차별로 상세히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 제 카라이프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더군요. 개인 업무상 시승차 타는 일이 많았던 것과 별개로 제 차를 의도적으로 봉인한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제 차를 출고하고 1주일 동안 정말 원 없이 다니긴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1주일 안에 기필코 길들이기를 끝내겠다는 ‘사명감’에 불탔었습니다. 그 결과, 신차 출고부터 길들이기 종료 시점인 1500km까지 정확히 7일이 걸렸습니다. 그 이후로는 정말 안 타긴 했네요.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로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제 차를 경험하면서 좋은 점과 나쁜 점 그리고 몰랐던 점을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짧고 굵게 경험해야만 하는 단기 시승 시 알 수 없었던 특성과 면면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벨로스터 N의 장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접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롱텀 시승기에 같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번에는 출고 8개월 차, 누적 주행거리 1만km를 돌파하며 느낀 벨로스터 N의 단점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결과적으로, 순정으로 즐기기에는 좋은 차라는 생각입니다. 추가적인 개선이 이뤄진다면 정말 완벽하겠죠.

18인치 휠로 인치 다운한 이후 차에 대한 만족감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후회 없는 선택!

최근 롱텀 시승기를 통해 제 차의 모습이 바뀐 것을 보셨을 겁니다. 저로서는 정말 큰마음 먹고 바꿨습니다. 제가 장착한 휠은 대표적인 경량 휠, O.Z 울트라레제라입니다. 18인치 사양에 한국타이어의 고성능 제품 RS4를 장착했습니다. 기존 19인치 순정 휠 & 타이어는 바로 지인의 창고로 옮겼습니다. 휠의 생김새도 좋지만, 실은 경량 휠 장착에 따른 자동차의 거동 변화가 너무 마음에 듭니다. 순정을 타는 동안 느끼지 못했던 가볍고 기민함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정말 후회 없는 지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 휠 이야기를 하나 싶으시죠. 제가 생각하는 벨로스터 N의 첫 번째 단점이 바로 순정 휠 & 타이어거든요. 벨로스터 N의 필수 선택사양인 퍼포먼스 패키지에는 다양한 기능이 추가됩니다. 엔진 출력 향상, N 코너 카빙 디퍼런셜, 능동 가변 배기 시스템, 고성능 브레이크 등이 적용됩니다. 구성만 따져보면 196만원이란 가격이 너무나 착합니다. 그러나 함께 적용되는 19인치 휠과 피렐리 P제로 타이어는 휠도 이쁘고, 타이어의 접지력은 천상계 수준입니다. 달릴 때 정말 감사하게 느끼지만, 이 차에는 너무 과합니다.

인치 다운의 믿기 힘든 플라시보 효과. 한국타이어 RS4가 마치 승차감을 중시한 타이어처럼 느껴집니다.

문제는 일반 도로를 달릴 때 발생합니다. 235/35/R19 크기의 피렐리 P제로 타이어는 매 순간 노면을 정직하게 탑니다. 처음에는 운전 자체가 즐거웠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주행 시간이 누적될수록 그로 인한 불편함을 크게 느끼게 됩니다. 타이어 편평비만 봐도 벨로스터 N의 승차감을 어느 정도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벨로스터 N을 타다 보면 예상치 못한 맨홀 뚜껑,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욕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래서 벨로스터 N 오너들은 꽤 진지하게 인치 다운을 고려하는 편입니다. 정확한 비율을 따질 순 없겠지만, 주변의 절반가량이 인치 다운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가장 친한 친구도 제 설득을 이겨내지 못하고 벨로스터 N을 구매해 순정으로 타고 있습니다. 그 친구와 가끔 운전을 번갈아서 할 때마다 승차감 차이에 혀를 내두르곤 합니다. 친구의 경우 저 때문에 차도 샀지만, 제 차를 탈 때마다 극심한 휠 ‘뽐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시트는 튼실한 생김새와 달리 몸과 겉돕니다. 스포츠 드라이빙 시 결국 온 몸에 힘이 들어가게 만듭니다.
가격을 듣자마자 구매욕이 바로 얼어붙는다는 사벨트 SPS 카본 쉘 버킷 시트.

제가 생각하는 벨로스터 N의 두 번째 단점은 순정 시트입니다. 시승차를 처음 접했을 때 튼실하게 생긴 모양새와 허리를 감싸는 사이드 볼스터의 포근함에 빠져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굳이 시트를 튜닝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죠. 정말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정작 오래 운전을 해보니 시트가 많이 겉돕니다. 

결국 벨로스터 N의 순정 시트는 ‘순정의 한계’를 넘진 못했습니다. 몸이 급격히 쏠릴 정도로 빠른 코너 진입과 탈출을 반복하다 보면 몸 전체적으로 경직 현상, 특히 힘을 강하게 준 좌측 무릎이나 허벅지가 쓸리는 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트 포지션이 높은 것 또한 문제입니다. 운전하며 자동차와 하나가 된다는 느낌을 받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아주 간단합니다. 시트를 바꾸면 됩니다. 벨로스터 N을 즐거운 장난감 개념으로 타신다면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튜닝이기도 합니다. 2019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순정 느낌의 버킷 시트로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죠. 여담이지만, 그 차에 장착된 버킷 시트는 사벨트 SPS 카본 쉘 버전으로 신품 가격이 운전석 & 조수석 구성에 8400달러(약 990만원)입니다.

개인적으로 수동변속기 직결감의 최고는 BMW라 생각합니다. 사진은 BMW F87 M2 CS 수동변속기.<br>
개인적으로 수동변속기 직결감의 최고는 BMW라 생각합니다(사진=BMW F87 M2 CS).

제가 생각하는 벨로스터 N의 세 번째 단점은 수동변속기의 직결감입니다.

사실 국내에서 수동변속기의 입지는 좁아지다 못해 증발한 지 오래입니다. 2010년대 초반에는 중형차 엔트리 트림에 수동변속기가 탑재되는 것을 가격표로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조차도 접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가격표에 수동변속기가 명시된 것만 봐도 놀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구조가 간단하고, 효율상 우위를 점하며, 운전의 즐거움이 있다는 점이 수동변속기를 찾는 주된 이유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감성’이 전부라고 봅니다.

수동변속기를 꽤 많이 다뤘다고 생각합니다. 제 소유의 차량 5대 중 3대가 수동변속기였고, 그 외에도 수많은 수동변속기 차량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습니다. 국산차에 탑재된 수동변속기에 대한 기억은 썩 좋지 않습니다. 노브 형상이 손에 잘 맞지 않거나 직결감이 떨어지고 마치 어린 시절 버스 기사분처럼 큰 조작을 요하는 등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실 이 분야에서 한결같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메이커가 BMW입니다. M 존재 여부를 떠나 기어 노브 형상과 직결감 모두 정말 훌륭합니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벨로스터 N 수동변속기의 직결감이 정말 좋아진 것은 맞습니다. 지금껏 경험한 국산차 중 가장 뛰어난 직결감을 보여줍니다. 다만 제작 품질에 따른 차이가 나타납니다. 제 차는 비교적 멀쩡하지만, 가끔 6단을 넣을 때마다 깔끔하게 변속되지 않는 차량들이 있습니다. 의도와는 달리 갈리는 소리와 함께 변속될 때도 있습니다. 몇몇 시승차는 훨씬 더 상황이 심각했고, 다른 오너들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때가 많습니다. 제작 품질을 엄하게 다뤄줬으면 합니다.

이와 별개로 벨로스터 N의 수동변속기가 조금 더 짧게 조작된다면 훨씬 더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벨로스터 N의 네 번째 단점은 바로 N 커스텀 모드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N 커스텀 모드가 하나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벨로스터 N에는 주행 모드를 변경할 수 있는 버튼이 스티어링 휠 좌우에 각각 위치합니다. 좌측은 일반 주행 모드(에코·노멀·스포츠)를, 우측은 깃발 모양 버튼(N·N 커스텀)을 통해 총 5가지의 주행 설정이 가능합니다. 각자 다르지만, 저는 좌측 버튼을 사용하는 일이 정말 손에 꼽힙니다. N 및 N 커스텀 모드 활성화 시 극도로 커지는 배기음을 줄이기 위해 주차 전 사용하는 수준입니다.

한때 ‘일반적인 주행 모드를 너무 등한시 여긴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노멀 모드로 달려본 적이 있습니다. 길어야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아반떼 스포츠를 운전할 때보다 무미건조하게 느껴져 몹시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N 커스텀 모드가 하나밖에 없는 게 아쉽습니다. 마음먹고 크게 달릴 때 그리고 주위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다니는 모드를 우측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쉽고 빠르게 조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BMW의 고성능 디비전, M이 M1 & M2 기능을 제공하는 것처럼 N 커스텀 1 & 2 구성이 가능해지면 좋겠습니다.

N 커스텀의 경우 현대차 최초로 ESC 설정 기록이 그대로 표기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ESC ON, ESC SPORT, ESC OFF에 이르는 세 가지 설정이 추후 N 커스텀 설정 시 바로 활성화되는데요. 벨로스터 N을 제외한 다른 차종들은 차급과 가격을 막론하고 운전자가 원하는 설정을 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버튼을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늘 따랐기에 장족의 발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N 커스텀 모드 ESC OFF로 설정했을 때 깃발 버튼을 3초 이상 꾹 눌러야 합니다. 3초 동안 누르지 못하거나 타이밍을 놓칠 경우 N 모드에 고정됩니다. 아마도 운전자가 모드를 설정하기에 앞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해당 기능은 계기판 내 트립 컴퓨터 설정을 통해 켜고 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초 단위로 싸우는 서킷 내에서는 진짜 이 3초가 10초처럼 길게 느껴집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습니다. 깃발 버튼을 눌렀을 때 N 모드가 아니라 N 커스텀 모드가 바로 작동되게끔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도 불만이었습니다. N 모드 7가지 세부 설정이 전부 스포츠 또는 스포츠 플러스로 설정되는데요. 스티어링, 서스펜션은 해당 모드 설정 시에 운전자를 너무 힘들게 만듭니다. 마음 같아서는 N 모드 자체는 없애 버리고, N 커스텀 1 & 2로만 두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벨로스터 N을 소유하며 느낀 단점에 대해 상세하게 다뤄봤습니다. 글을 마무리하기에 앞서 제가 다룬 단점은 철저히 개인적이고 지극히 사소할 수 있습니다. 글을 보시는 입장에서 그다지 공감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를 비롯해 주위에서 벨로스터 N을 타고 있는 소유주들과 나눈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음을 알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글을 쓰며 벨로스터 N이 정말 남다른 차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순정 시트를 제외한 나머지 단점에 있어 그간 국산차를 타며 느낀 단점과 맥락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벨로스터 N의 출시 당시 단점들이 잡힌 채로 나왔다면 제가 어떤 ‘아쉬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그 외에는 아쉽다고 느낄 만한 단점이 정말 없었거든요.

앞으로 실질적인 벨로스터 N의 판매를 책임질 듀얼클러치 모델 출시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습니다. 각종 루머와 달리 출시 시점을 페이스리프트와 같이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최근 대두된 벨로스터의 존폐 여부는 벨로스터 N 오너들의 마음을 옥죄고 있습니다. 결국 벨로스터 N을 제외한 일반 라인업은 단종할 것이란 이야기를 접했는데, 일반 트림이 단종되면 정말 슬퍼질 것 같긴 합니다.

순정 벨로스터 N의 롱텀 시승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관심 갖고 봐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차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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