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 디자이너 인생 2막…삼성전자 컨설팅부터 하이힐 제작까지 각양각색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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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06 17:02
글로벌 車 디자이너 인생 2막…삼성전자 컨설팅부터 하이힐 제작까지 각양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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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칼럼(사진=칼럼디자인)
이안 칼럼(사진=칼럼디자인)

경자년 새해, 모두가 새로운 목표를 갖고 한 해를 시작한다. 한때 브랜드 ‘얼굴’을 결정짓던 자동차 대표 디자이너들도 자신의 자리를 떠나 새 출발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이 디자인했던 작품을 재창조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살펴봤다.

# 이안 칼럼, 19년 전 자신의 작품을 재해석하다

이안 칼럼이 재디자인한 애스턴마틴 뱅퀴시 (사진=칼럼디자인)
이안 칼럼이 재디자인한 애스턴마틴 뱅퀴시(사진=칼럼디자인)

20여년간 재규어 디자인을 이끈 이안 칼럼은 작년 6월 회사를 떠났다. 그는 은퇴 후 자신의 이름을 딴 ‘칼럼디자인’을 설립했다. 새 회사에는 재규어 출신 디자이너 및 엔지니어들이 대거 합류했다. E-타입 전기차 프로젝트를 지휘한 데이빗 페어번과 C-X75를 디자인한 톰 버드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칼럼디자인은 디자인 컨설팅을 주 업무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제품과 한정판 컬렉션을 제작하며, 자동차뿐 아니라 산업 디자인 전반을 아우른다.

물론, 칼럼디자인의 첫 프로젝트는 자동차와 밀접하다. 이안 칼럼이 포드에서 디자인했던 애스턴마틴 뱅퀴시를 재디자인하는 프로젝트로, 올해 신차가 양산될 예정이다. 새롭게 디자인된 뱅퀴시는 디테일과 하드웨어 구성을 보다 현대적으로 개선한 것이 특징인데, 약 100여가지 이상 항목이 달라졌다.

# 크리스 뱅글, 삼성전자 등과 협업…최근 자동차로 복귀?

크리스뱅글의 공공건축 프로젝트 ‘빅 벤치’ (사진=크리스뱅글어소시에이츠)
크리스 뱅글의 공공건축 프로젝트 ‘빅 벤치’(사진=크리스뱅글어소시에이츠)

크리스 뱅글은 7시리즈(E65)와 5시리즈(E60)를 통해 BMW 디자인 혁신을 일으킨 인물로 평가된다. 2009년 BMW를 떠난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자신의 회사 ‘크리스뱅글어소시에이츠’를 설립했다.

그는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였지만, 이후 공공디자인과 건축, 가전, 예술 분야에 집중했다. BMW 퇴사 후 첫 프로젝트는 일본 양로원 리모델링이었고, 이후 파리 개선문을 캐릭터화한 애니메이션을 내놓았다. 더불어 삼성전자에 합류해 가전 디자인에 대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그렇게 자동차와 멀어지는 것 같았지만, 2017년 전기차 프로젝트를 깜짝 발표한다. 크리스 뱅글과 중국 CHTC(China Hi-Tech Group Corporation)가 제작한 레드스페이스는 빠르면 올해 중국 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 발터 드 실바, 하이힐 디자이너로 파격 변신

사진=발터드실바
발터 드 실바 (사진=발터드실바 홈페이지)

람보르기니·아우디 수석 디자이너였던 발터 드 실바는 2006년 기아차로 떠난 피터 슈라이어의 뒤를 이어 폭스바겐 디자인을 총괄한다. 그는 2015년 폭스바겐을 떠나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성용 구두 회사를 설립했다.

자동차 업계를 떠나 패션 업계로 뛰어들었다는 점은 무척 이례적이지만, 그의 집안은 과거 이탈리아에서 여성용 구두를 제작하는 소규모 공방을 운영한 바 있다. 그는 공방 사업을 이끌던 외조부의 꿈을 이어받아 창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디자인한 여성용 구두의 특징은 독특한 ‘굽’에 있다. 그는 세 갈래로 나눠진 굽 연결부의 디테일을 강조하는데, 이는 중세 유럽의 아치형 구조물과 힐을 신은 여성의 긴장된 아킬레스건 등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 그의 이름(Walter)인 W도 형상화됐다.

# 조르제토 주지아로, 고령에도 여전한 활동량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그의 80주년 기념작 시빌라(Sibylla) (사진=GFG)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그의 80주년 기념작 시빌라(Sibylla) (사진=GFG)

국내에서 현대차 포니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2015년 ‘이탈디자인’을 폭스바겐그룹에 매각하고 회사를 떠났다. 그는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아들인 파브리지오 주지아로와 함께 디자인 회사 ‘GFG 스타일’을 운영하고 있다. 

GFG 스타일은 이탈리아에 본사를 두고 디자인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자동차는 물론, 산업 디자인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새 디자인 스튜디오는 가상현실(AR)을 접목한 첨단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주지아로는 80세를 넘긴 나이에도 현역으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전기스포츠카 ‘렌(Ren)’을 비롯해 2018년 중국 인비전에너지와 합작한 자율주행 전기차 ‘시빌라(Sibylla)’ 등이 최근 작품이다. 시빌라는 주지아로 탄생 80주년을 기념한 모델로, 그의 모친에게서 차명을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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