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독일 자동차 클럽이 뽑은 2019년 최고의 자동차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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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13 12:15
[이완 칼럼] 독일 자동차 클럽이 뽑은 2019년 최고의 자동차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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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1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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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만 명 이상의 유료 회원으로 이뤄진 독일의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ADAC)는 독일은 물론 유럽을 대표하는 자동차 단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말씀을 드린 바 있죠. 회원들에게 자동차와 관련한 거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 외 유럽 지역에서 회원이 교통사고라도 당하게 되면 헬기가 아닌 제트기까지 띄워 후송을 할 정도로 보호에 적극적입니다.

사진=ADAC

독일 교통 정책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데요. 정책에 대한 의견은 모두 회원의 안전과 편의에 맞춰져 있습니다. 정말 안 하는 거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 수많은 테스트 중에서 역시 신차 평가가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데아체의 신차 테스트는 제조사들이 마치 성적표를 받아보는 느낌으로 그 결과를 본다고 하죠. 그만큼 파급력이 큽니다. 직접 차를 구입해 자동차 전문 매체들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전문적인 장비와 인력으로 2주에 걸쳐 모든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물론 충돌 테스트를 포함해서요. 제조사 눈치를 볼 이유도 없는, 오로지 회원들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이 목적인 테스트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한 신뢰가 남다르다 하겠습니다.

2019년 아데아체는 총 122개 모델을 7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했습니다. 차체, 실내, 안락함, 구동, 주행, 안전, 그리고 연비와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환경 부분입니다. 얼마나 꼼꼼한지, 한 모델에 대한 리포트가 A4 용지로 7~10페이지에 이릅니다. 예를 들어 실내 항목은 운전자가 전후좌우 360도를 본다고 가정했을 때 어느 쪽이 얼마나 시야에 방해가 되는지 그 비중까지 따집니다.

보통 트렁크 용량을 측정할 때는 우리나라는 골프백, 유럽은 여행용 가방 등을 주로 이용하는데 아데아체는 크기별로 준비된 스펀지 블록을 가지고 트렁크 용량을 엄격하게 측정하고 있습니다. 연비, 배출가스도 실험실 결과와 실제 도로 주행 결과를 유럽 기준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해 따지고, 충돌 테스트 역시 자체 시설에서 진행합니다. 노령 운전자 입장에서 승하차와 운전의 편리함까지 장비를 착용하고 측정할 정도이니 말 다 했죠.

트렁크 용량 조사 중인 모습 / 출처=아데아체 PDF

정말 꼼꼼하게 진행되는 평가이다 보니 여기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는 소비자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되고,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사 역시 중요하게 그 결과를 받아들입니다. 그렇다면 내연기관 전기차 가릴 것 없이 이뤄진 지난해 신차 평가 결과는 어땠을까요? 최근 아데아체는 항목별 점수를 포함, 122개 전체 모델의 평점을 모아 공개했습니다. 그 결과 메르세데스  B 220d (8단 DCT 기준)가 총점 1.9점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참고로 독일은 점수가 낮을수록 좋은 것을 의미하는데요. 아데아체의 경우 0.6~1.5점은 매우 우수, 1.6점~2.5점은 우수, 2.6점~3.5점은 만족, 3.6점~4.5점은 충분(보통의 의미), 4.6점~5.5점은 부족으로 나눕니다.

B클래스 / 사진=다임러

아데아체는 B클래스가 7개 항목 모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고 그중에서도 실주행 테스트에서 리터당 19km 이상 나온 190마력 디젤 엔진의 연비,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매우 낮은 점, 질소산화물 역시 기준치 아래로 나오는 등, 환경성에서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테스트 환경이 좋지 않은 추운 날씨, 고속도로에서도 에코테스트 결과는 좋았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는데요. 다만 판매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모델이 top 10에 이름을 올렸고 어떤 자동차가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는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연기관에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모두 연비 측정은 동일한 기준으로 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할 거 같고, 가격과 디자인 등은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종합 평가 상위 10개 모델>

1위 : 메르세데스 B 220d ( 1.9점)
2위 : BMW 320d 스텝트로닉 ( 2.0점)
3위 : 메르세데스 GLE 350d 4매틱 (9단 변속기 기준, 2.0점)
4위 : 아우디 e-tron 55 콰트로 (전기차, 2.0점)
5위 : BMW 730d 스텝트로닉 (2.0점)
6위 : BMW M5 xDrive (가솔린, 2.0점)
7위 : 폭스바겐 골프 1.5 TGI 블루모션 (가스, 2.1점)
8위 : 기아 쏘울EV(64 kWh, 2.1점)
9위 : 오펠 인시그니아 스포츠 투어러 2.0 디젤 (2.1점)
10위 : 기아 니로EV (64 kWh, 2.1점)

그 외에도 2.1점을 받은 모델로는 테슬라 모델 3(스텐다드 레인지 플러스), BMW 118d, 아우디 A5 스포츠백 40 G-트론(가스), 메르세데스 E 300 e (하이브리드), 아우디 A6 아반트 45 TDI 콰트로, 볼보 XC90 B5 사륜, 아우디 A7 스포츠백 50 TDI 콰트로, BMW 745e (하이브리드) 등이 있었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크고, 강한 엔진을 장착한 고급 모델들이 상대적으로 작고, 작은 엔진이 들어간 자동차보다 공간과 안락함, 주행 능력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환경 항목에서 점수가 좋지 않아 총점에서는 조금 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아의 두 개의 전기차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게 눈에 띄는데요. 전체적으로 전기차는 구동 항목에서 엔진 자동차보다 눈에 띄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항목별 최고 평가 모델>

- 트렁크를 포함한 차체 항목 1위 (2.1점)

메르세데스 GLE 350d
볼보 XC 90 B5 / 볼보 XC 90 D5
VW 샤란 2.0 TDI

- 실내 항목 1위 (1.7점)

BMW M5 xDrive / BMW X5 xDrive 30d

- 안락함 1위 (1.3점)

BMW 735e

- 구동 항목 1위 (0.8점)

테슬라 모델 3 Long Range AWD

- 주행 항목 1위 (1.3점)

BMW M5

- 안전성 항목 1위 (1.3점)

메르세데스 B 클래스 / 메르세데스 GLE 350d / 메르세데스 E 300 e

볼보 XC 90 B5 AWD / 볼보 XC 90 D5 AWD

- 친환경/에코테스트 항목 1위 (1.3점)

폭스바겐  골프 1.5 TGI(가스) 블루모션

7시리즈 실내 / 사진=BMW

#<종합 평가 하위 10개 모델>

122위 : 르노 트윙고 Sce 75 (가솔린, 3.5점)
121위 : 알피느 A110 (가솔린, 3.2점)
120위 : 다치아 더스터 Tce 130 2WD (가솔린, 3.1점)
119위 : 르노 메간 R.S. 300 EDC (가솔린, 3.0점)
118위 : 다치아 더스터 블루 115 2WD (디젤, 3.0점)
117위 : 다치아 Dokker 블루 95 (디젤, 3.0점)
116위 : 르노 캡처 Tce 150 (가솔린, 2.9점)
115위 : 마쯔다 CX-3 스카이액티브-G 121 (가솔린, 2.8점)
114위 : 마쯔다 MX-5 스카이액티브-G 184 (가솔린, 2.8점)
113위 :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퓨어테크 110 (가솔린, 2.8점)

출처= 아데아체 PDF

그밖에 2.8점을 받은 모델로는 스즈키 비타라 1.0 가솔린, 닛산 미크라 가솔린, 기아 리오(프라이드) 1.0 T-GDI 등이 있었습니다. 하위권이라고는 했지만 평가 지수를 보면 만족(2.6~3.5점)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는데요. 이 정도면 특별히 못 탈 수준의 자동차는 없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처럼 비교적 상세하게 순위를 소개한 이유는 먼저 먼 독일에서 어떤 차들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이고, 덧붙여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식의 자동차 평가가 이뤄지고 그것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공유되길 바라는 저의 해묵은(?)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0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돌아다닙니다. 자동차 제조업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이며, 이젠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입니다. 하지만 중요성에 비해 우리가 자동차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양질의 정보, 정보의 다양성은 만족스럽지 못한 편입니다.  하루빨리 한국형 아데아체 같은 곳이 생겨 좋은 자료 마음껏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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