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Z4 M40i ‘두 얼굴의 로드스터’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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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11 17:15
[시승기] BMW Z4 M40i ‘두 얼굴의 로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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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2인승 로드스터 BMW Z4가 10년 만에 3세대 풀 체인지 모델로 돌아왔다. 신형 Z4는 순한맛(s드라이브 20i)과 매운맛(M40i)을 선택할 수 있다. 3일간 매운맛과 함께 도심 출퇴근과 800km 장거리 주행에 나섰다.

신형 Z4는 특유의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 넓고 낮은 차체는 첫인상부터 ‘좀 달릴 줄 아는 놈이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이어 차체 중앙에서 살짝 뒤편에 위치한 시트 포지션이 눈에 들어온다. 덕분에 운전석에 앉으면 차가 무척이나 길어 보이지만, 전장은 4325mm로 현대차 아반떼보다 300mm나 짧다. 실제로 주행 시 크기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다. 작은 차체에서 오는 민첩한 움직임이 오히려 운전의 재미를 배가한다.

타이어는 미쉐린, 앞·뒤 각각 255/35 ZR19, 275/35 ZR19 사이즈를 신는다.

2인승 로드스터의 실내 공간은 작고 아담하다. 헤드레스트 일체형 버킷 시트의 몸을 감싸는 느낌이 제법 포근하다. 다만 시트 자체는 작은 편이라 덩치가 큰 사람은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실내는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신형 3시리즈와 비슷한 구성이다. 스티어링 휠도 동일한 것이 적용됐다.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빠졌기 때문에 오히려 3시리즈의 것보다 심심한 느낌이다. 인테리어 측면에서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수납 공간은 다소 부족하다. 도어 수납함은 500ml 물병도 들어가기 힘든 크기다. 컵 홀더는 콘솔 박스 안쪽에 위치해 음료를 두려면 항상 덮개를 열고 다녀야 한다. 동승자 왼팔은 갈 곳을 잃는다.

시트 뒤편 수납공간은 언뜻 좁아 보이지만, 그 활용도는 높다. 서류 가방, 백팩, 패딩 등을 간편하게 둘 수 있다. 짐이 날리지 않도록 그물망이 설치돼 비교적 안정적으로 물건을 적재할 수 있다.

늘어난 트렁크는 희소식이다. 신형 Z4는 트렁크 공간이 281리터로, 이전 세대 대비(180리터) 56.1%나 늘어났다. 이는 여행용 캐리어 두 개가 가능한 공간이다. 하드톱에서 소프트톱으로 돌아온 덕이다. 

소프트톱의 방음은 꽤 훌륭하기 때문에 지붕을 닫고 주행하면 여느 쿠페와 다를 바 없다. 우려했던 잡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자잘한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은 크게 들려오는 엔진음에 쉽게 묻혔다.

물론, Z4의 진정한 맛은 오픈톱 상태이다. 천정을 거둬내면 비로소 내가 로드스터를 타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숄더 체크를 할 때면, 뻥 뚫린 시야가 낯설 정도다.

땡볕을 맞으며 달렸던 한여름보다 겨울철 오픈 에어링이 훨씬 쾌적하다. 윈드 디플렉터를 설치하면 바람이 실내로 유입되는 양을 다소 줄여준다. 여기에 히터와 열선시트, 그리고 열선 스티어링 휠 등의 적절한 조화가 쾌적한 오픈 에어링을 돕는다.

Z4의 소프트톱은 50km/h 이하 속도에서 10초 만에 개폐가 가능하다. 주행 도중 갑자기 비가 쏟아져도 걱정 없는 수준으로 신속하게 작동한다. 주차를 마친 후 톱을 닫아도 느리지 않다.

매운맛 M40i는 최고출력 387마력, 최대토크 50.9kgf·m의 3.0리터 직렬6기통 트윈 스크롤 싱글 터보 엔진을 탑재해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4.1초 만에 주파한다. 쥐어짜는 느낌의 4기통과 다른 여유로운 느낌이다. 가속 페달을 조작할 때마다 ‘그르렁’거리는 실키식스의 소리가 인상적이다.

강력한 엔진과 가벼운 차체가 만나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칼 같은 코너링 성능은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고속에서 역시 안정적인 차체 거동을 보여준다. 뒷바퀴만 굴리는 Z4는 조금만 방심해도 여지없이 휠 스핀이 발생한다.

톱을 열면 체감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세차게 들어오는 거센 바람이 속도감을 더해준다. 그렇다고 마냥 시끄러운 것만은 아니다. 제한 속도 이내에서 엔진 소리와 바람 모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잘 달리는 만큼 멈추는 능력 또한 훌륭하다. M 스포츠 브레이크가 적용된 M40i는 급제동 시 빠르고 정확하게 멈춘다. 일상 주행에서도 원하는 만큼 멈추는 브레이크 답력은 칭찬 요소다. 훌륭한 브레이킹 능력은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Z4는 출근길에서 한층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고성능 후륜 구동 로드스터이지만, 컴포트 및 에코 모드에서는 부담 없는 주행이 가능하다. 스톱 앤 고 시스템이 적용돼 막히는 출근길 연비 걱정도 조금이나마 덜었다. 복합연비는 10.2km/l. 고성능 엔진을 얹고도 높은 연비를 달성했다. 시내 및 고속도로를 포함한 800km 장거리 주행에서 실연비는 10.7km/l를 기록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귓가를 자극하던 스포티한 엔진음이 100km/h 정속 장거리 주행 시 피로감으로 바뀌었다. 역동적이고 감각적인 사운드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조금 더 부드럽고 편안한 사운드를 제공했으면 어땠을까.

로드스터는 ‘여행’이라는 등식과 달리 매운맛의 Z4는 출근길에서 더 재미있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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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4 M40i는 ‘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제공하는 몇 안 되는 선택지 중 하나다. 2인승 구조와 소프트톱이 내는 아우라는 실용성과 타협하지 않는다. Z4는 그저 재미있게 운전하기 위한 차량이다. ‘세컨드카’ 혹은 ‘펀카’로써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로드스터의 멋과 387마력 고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912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경쟁 모델인 포르쉐 718 박스터 GTS보다 20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387마력의 힘이 과하다면 더 부드러운 197마력 순한맛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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