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으로 가는 디자이너들…“짝퉁차는 잊어주세요”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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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22 09:00
대륙으로 가는 디자이너들…“짝퉁차는 잊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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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인의 ‘축’이 바뀌고 있다.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들이 중국 신진 브랜드로 몰려가는 모양새다. 지난 100여년간 자동차 디자인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흘러갔지만, 이제는 중국이 대세다.

심지어 최근에는 테슬라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넘어 ‘디자인 인 차이나(Designed in China)’로의 전환을 말했다. 롤스로이스 디자이너가 ‘대륙의 롤스로이스’로 이동하고, 랜드로버 디자이너가 ‘대륙의 랜드로버’ 디자인 수장을 맡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고액 연봉도 매력적이겠지만, 디자이너들에게 신생 회사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정립한다는 점에서 이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여겨진다.

# ‘대륙의 롤스로이스’ 홍치, 오리지널을 영입하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롤스로이스 디자인을 총괄해온 자일스 테일러가 2018년 10월 중국제일자동차그룹(FAW)에 디자인 수석부사장으로 합류한다. FAW 내 최고급 브랜드인 홍치는 ‘대륙의 롤스로이스’란 별명을 지녔다. 

롤스로이스 재직 당시 8세대 팬텀부터 컬리넌, 103EX, 스웹테일 등 디자인에 참여한 자일스 테일러는 브랜드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롤스로이스에 앞서 재규어에서 이안 칼럼과도 호흡을 맞췄다. 재규어에서 13년이나 근무한 그는 XJ와 XK 등 디자인을 주도했다. 이 같은 그의 디자인 포트폴리오는 보수적 색채를 띈 브랜드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의 스타일링은 최근 공개된 홍치 브랜드의 신차 ‘H9’에서 잘 드러난다. 신차는 폭포형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과 붉은 깃발을 형상화한 엠블럼 등을 특징으로, 보수적이면서도 신선한 파격을 가미한 그만의 디자인 개성이 잘 반영됐다.

# 체리, 스포츠카 DNA를 원하다

체리는 지난 2018년 11월 마쯔다 유럽 수석디자이너 케빈 라이스를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한다. 그는 BMW에서 3시리즈GT, 4시리즈 등 외장 디자인을 주도했으며, 마쯔다로 이직한 이후 MX-5, RX-비전 콘셉트 스타일링 등을 담당했다. 그는 디자인뿐 아니라 신차 초기 제품 설계를 비롯한 공학적 부문에서도 상당한 전문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독자들에게 체리는 ‘짝퉁 마티즈’ QQ를 만들어낸 회사로 익숙하다. 회사는 최근 유럽과 북미 지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라이스 부사장은 체리의 디자인 방향성을 정립하고, 해외 R&D센터의 디자인 프로세스 전반을 총괄한다.

# BYD, ‘용의 얼굴’을 품다

2017년 BYD로 합류한 볼프강 에거는 알파로메오와 폭스바겐그룹에서 디자인을 담당해왔다. 2001년 알파로메오에서 8C 콤페테치오네 디자인을 맡았으며, 2007년 아우디로 자리를 옮겨 발터 드 실바와 함께 폭스바겐그룹 디자인을 이끌었다.

앞서 다른 디자이너들도 그렇듯 볼프강 에거 또한 BYD에서 브랜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직책을 맡았다. 그는 ‘드래곤 페이스’로 명명된 디자인 언어를 BYD에 도입하고, 브랜드 패밀리룩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BYD는 그의 영입에 따른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BYD의 2018년 판매량은 예년 대비 21% 증가했는데, 당시 중국 현지 언론들은 볼프강 에거 영입에 따른 ‘디자인경영’ 효과라고 평가했다.

# 중국 최대 SUV 제조사, 세계 최고를 꿈꾸다

필 시몬스는 2018년 9월 장성기차의 SUV 브랜드 ‘하발’의 디자인 총괄로 합류했다. 시몬스의 전임자는 BMW M 출신 피에르 르클레어로, 그는 2017년 기아차 스타일링담당 임원(상무)으로 합류했다.

시몬스는 앞서 포드와 랜드로버에서만 30년 이상을 근무했다. 그는 랜드로버에서 레인지로버 벨라, 스포츠, 이보크 등 프리미엄 제품군과 디스커버리, 디스커버리 스포츠 등 주력 라인업 디자인을 총괄했다.

중국 최대 SUV 제조사인 장성기차는 2017년 프리미엄 브랜드 ‘웨이’를 론칭하며 고급 SUV 시장 공략을 본격화 하고 있다. 최근 BMW와 합자 회사를 출범시키고, 2021년 첫 전기차 출시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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