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0 한 대 값이 옵션?!’ 포르쉐 911 사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안녕 포르쉐-①]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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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09 11:50
‘G80 한 대 값이 옵션?!’ 포르쉐 911 사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안녕 포르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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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3일, 모터그래프는 포르쉐 911(991MK2)을 구입했다. 회사 설립 2년 9개월 만이고, 이후 4년여의 시간을 함께 했다.

그 흔한 ‘애칭’ 한 번 지어주지 않았지만, 911은 정력적으로 활동하며 모터그래프와 달렸다. 영상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시승차와 기꺼이 비교당했고, 취재 기자들을 현장까지 빠르고 재미있게 때로는 편안하게 데려다줬다.

# 911, 스포츠카의 아이콘이 되다

911은 포르쉐의 역사이자 아이콘 그 자체다.

최초의 911은 1963년 356의 후속모델로 등장했다. 세상에 나온 지 벌써 57년이나 됐고, 지난해 8세대로 거듭났다. 해외 자동차 서적을 찾아보면 유독 포르쉐 911을 다룬 책이 많은데, 그만큼 이 차가 가진 상징성과 가치는 독보적이다.

오랜 전통을 지닌 모델인 만큼, ‘최초’라는 수식어도 많이 붙는다. 911의 독특한 후미를 완성시킨 ‘덕테일(ducktail)’은 양산차 최초로 적용된 스포일러였으며, 마지막 공랭식 모델이었던 993은 911 최초로 알루미늄 섀시와 트윈터보 엔진을 적용했다. 2006년형 911 터보는 대량 생산 모델 최초로 가변식 터빈을 장착했다. 2011년 공개된 7세대 911(991)에는 세계 최초 7단 수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오랜 기간 911이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지키며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911이 차를 넘어 ‘아이콘’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911의 외관은 동그란 헤드램프와 길게 뻗은 테일램프, 개구리가 웅크린듯한 패스트백 스타일로 요약된다. 차를 잘 알지 못해도, 이 차가 포르쉐라는 걸 단숨에 알게 한다. RR 방식과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고집하며, 이를 발전시켜왔다는 점도 자동차 마니아를 열광시켰다.

2019 포르쉐 911
2019년 8세대로 거듭난 911은 올해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모터그래프는 지난해 신형 911을 미리 경험했다.

‘데일리 스포츠카’라는 점도 911의 매력이다. 2+2 시트로 구성됐으며, 일반 도로에서 여느 슈퍼카처럼 신경질적이지 않다. 수제작으로 만들어지는 경쟁 차량들과 달리, 대량 생산되는 탓에 가격도 비교적 합리적(?)이다. 심지어 1967년에는 독일차 최초로 미국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키기도 했다.

내구성은 또 어떤가. 이제는 올드카로 분류될 구형 911도 여전히 현역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1963년부터 2017년까지 생산된 100만대의 911 중 70만대가 여전히 도로 위를 달린다. 오래된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박물관에서나 봐야하는 것과 사뭇 대비된다. 이런 점들이 911을 더 가치있게 한다.

유명 인사의 사랑도 독차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회사가 성공한 직후 911을 첫차로 구입한 바 있으며,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차체에 작은 흠집이라도 발생하면 같은 색상의 신상 911을 구입할 정도였다. 실제로 그의 딸이 출간한 회고록에 따르면, 잡스는 6개월 단위로 911을 바꿔 타기도 했다.

# 우리 911은요

풍만한 뒤태 탓에 사무실 주차타워를 들어갈때마다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모터그래프가 구입한 911은 7세대 부분변경 모델(991MK2)이다. 구체적으로 1억5860만원의 911 카레라 4S 모델이다. 차량은 2015년 11월경 계약됐다. 출고가 이뤄진 2016년 5월까지 우리가 키를 쥐는데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포르쉐코리아는 당시 7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통해 포르쉐 익스클루시브(Exclusive) 프로그램을 최초로 선보였다. 우리는 당연히 익스클루시브를 적용해 다양한 편의사양을 추가했다. 정신을 좀 차려보니, 옵션으로 지출한 금액만 6250만원. 차 값으로 총 2억2110만원을 지불했다.

국산차 상품 구성이 무색할 만큼, 포르쉐의 ‘옵션질’은 악명높기로 유명하다. 국산차에서 기본 사양으로 제공될 보편적인 기능마저 높은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패키지가 아닌 개별 선택 품목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도 나중에는 소비자 고민을 한층 더 늘린다.

911의 옵션은 악명높기로 유명하다. 표만 봐도 머리가 아프다.

어느 정도일까. 구체적으로 모델명이 적힌 엠블럼을 새기는데 60만원이 들었고, 열선 시트를 추가하는데 70만원을 냈다. 후방 카메라가 포함된 주차 보조 시스템은 230만원, 20인치 휠을 끼우는데 300만원이 추가된다. 16방향으로 조절되는 전동 시트는 무려 460만원을 더 내야한다. 

우리는 모름지기 ‘자동차 전문 매체’다. 911을 깊게 파악하고, 포르쉐가 자랑하는 첨단 신기술을 경험해야만 했다. 차량 성능과 직결된 옵션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스스로를 설득시켰다.

우선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에 560만원을 지불했다. 이는 주행 중 차체 롤링을 안정화시키는 컨트롤 시스템으로, 서스펜션의 댐핑력과 차체 거동을 제어한다. 방지턱이 많은 국내 도로의 특성상 차체 전방의 지상고를 높여주는 프론트 액슬 리프트 시스템(320만원)도 필수다. 코너링 시 후륜 조향을 반대 방향으로 꺾어 코너링 능력을 높이는 후륜 조향 시스템에 320만원을 썼고, 섀시와 변속기, 엔진 등을 한층 기민하게 반응시키는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290만원)도 적용했다. 요즘 말대로 ‘플렉스(FLEX)’ 해버린 셈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차량 가격이다. 취등록세 등 기타 비용이 빠졌다. 취득세는 1358만4260원, 공채 매입 비용은 174만6540원, 번호판 발급 및 등록 대행 수수료로 15만원 등을 냈다. 번호판을 달기 위해 정확히 1549만800원이 더 들었다.

이게 끝은 아니다. 보험료와 자동차세를 매년 납부해야 한다. 올해를 기준으로 911의 연간 보험료는 376만1960원. 이마저도 만 30세 이상 운전자를 한정한 결과다. 니로나 스팅어처럼 모든 연령대가 가능한 보험을 들었다면 500만원을 훌쩍 넘겼을 것이다. 여기에 작년 한 해 납입한 자동차세는 총 76만1500원으로, 유류비를 제외하고 매년 450만원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셈이다.

# 유튜브를 넘어 나무위키까지 진출

911은 굴욕적인 대결도 서슴치 않았다. 가운데에 선 편집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911이 독자들에게 최초로 공개된 시점은 2016년 5월 17일이다. 차량을 출고 받은 지 4일째 되던 날로, 360도 VR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통해 911 곳곳을 공개하는 한편, 롱텀 시승기도 본격적으로 예고했다.

차량을 보유한 4년여의 기간 동안 911은 독자적인 콘텐츠 외에도 약 20여종의 차량과 대결을 펼쳤다. 또한, 모터그래프 기자들을 취재 현장으로 부지런히 실어날랐고 개개인의 운전 실력을 높이는 데 사용됐다. 단 한 명의 운전자에게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 팔자 좋은 친구들과 달리 주인을 잘못 만나 영락없는 ‘회사차’로 이용됐다.

사실, 나무위키에 등장해있는 911을 보고 제법 당황했었다.

비교 콘텐츠로 맥라렌 720S와 같은 걸출한 상대도 맞붙었지만, 이른바 ‘깜냥’이 되지 않는 차량들과도 비교당했다. 2016년 11월 르노삼성 QM3와 인제 스피디움에서 레이스를 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날 강병휘 레이서와 여성 초보 운전자의 대결 결과는 모터그래프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회사차는 나무위키에도 등재됐다. 직접 측정한 0-100km/h의 가속 측정 결과다. 모터그래프 보유 차량을 소개하는 문서에는 “지금까지 험하게 탄 차 중 1대”라 적혀있는데, 사실 앞서 BMW M4나 포르쉐 박스터, 현대차 벨로스터, 제네시스(DM), 기아차 스팅어 및 니로 등 다른 회사차량들과 비교하면 911은 상대적으로 소중하게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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