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마틴, 이쯤 되면 ‘항덕’?…F/A-18서 영감 얻은 V12 스피드스터 공개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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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05 19:15
애스턴마틴, 이쯤 되면 ‘항덕’?…F/A-18서 영감 얻은 V12 스피드스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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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플라잉카’가 자동차 업계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항공 및 드론 업계와의 파트너십이 잦아지고 있다. 포르쉐가 보잉과 플라잉카 공동 개발을 발표했고, 현대차와 토요타 등도 관련 스타트업과 협업에 나섰다.

애스턴마틴의 행보는 조금 다르다. 회사 최고경영자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초음속 여객기에 비유하고, 헬리콥터 공동 개발에도 참여했다. 이어 특별한 전투기를 기념하고 거기서 영감을 얻은 새로운 차를 선보인다. 이쯤 되면 회사 내 ‘항공기 덕후(항덕)’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럽다.

# F/A-18 호넷에서 영감을 얻은 V12 스피드스터

애스턴마틴은 이달 4일(현지 시간) V12 스피드스터를 공개했다. 지난 2013년 선보인 창립 100주년 기념 콘셉트카 ‘CC100 스피드스터’의 양산형 모델이다. 애스턴마틴 측은 F/A-18 호넷 전투기에서 신차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F/A-18 호넷은 미 해군이 항공모함에서 운영하는 함재기다. 작지만 강력한 성능을 갖춰 단거리 이착륙 성능이 좋고, 높은 기동성으로 에어쇼에서도 활약하는 기체다.

V12 스피드스터도 이 같은 특징을 반영했다. 전투기의 공격적인 실루엣을 디자인에 그대로 투영했고, ‘스카이 폴 실버’로 명명된 외관 컬러도 F/A-18에서 영감을 얻었다. 차체 전반을 탄소섬유로 구성해 경량화에도 노력했다.

파워트레인은 700마력의 5.2리터 V12 트윈터보 엔진과 ZF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정지상태에서 00km/h까지 도달하는 데 3.5초이며, 최고속도는 300km/h다. 

# 애스턴마틴이 만든 헬리콥터는?

애스턴마틴의 항공기 사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애스턴마틴은 에어버스의 비즈니스 헬리콥터 ‘ACH 130’을 기반으로, 실제 항공기 제작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 

4가지 외장 컬러 조합을 비롯해 실내 인테리어와 시트 등을 제작했다. DB11에서 영감을 받은 시트를 비롯해 인테리어에 적용된 천연가죽과 스웨이드 재질은 전량 수작업을 통해 가공됐다. 헤드레스트에는 애스턴마틴 엠블럼을 적용해 특별함을 더했다.

당시 애스턴마틴 디자인총괄 마렉 라이히만 부사장은 “애스턴마틴은 항공, 건축, 모터사이클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설계 노하우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며 “항공기에 스포츠카의 아이덴티티를 투영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도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 애스턴마틴 CEO, “우리는 콩코드 같은 회사”

애스턴마틴 앤디 팔머 CEO는 프리미엄 디비전 ‘라곤다’를 콩코드에 비유한 바 있다. 콩코드는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개발한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다.

그는 지난 2017년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보잉 777 여객기의 퍼스트 클래스를 연상케 할 정도로 호화롭다”며 “라곤다는 콩코드 같은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팔머 CEO가 이 같은 비유를 한 것은 당시 콩코드 여객기의 지향점과도 무관치 않다. 콩코드는 평소 7시간이 소요되는 런던-뉴욕 간 항로를 불과 3시간 만에 주파할 정도로 빨랐다. 여기에 각 항공사 최고의 베테랑 조종사와 승무원이 탑승객을 맞았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전용기로 사용됐을 정도로 상징성도 컸다.

물론, 단점도 있다. 성능 중심의 설계구조 탓에 승객 거주 공간은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비좁았으며, 티켓 가격도 일반 제트기의 퍼스트 클래스와 맞먹었다. 음속 돌파를 위해 애프터버너를 상시 작동한 탓에 연비도 좋지 않았다. 호화롭고 경쟁자를 압도하는 성능을 가졌지만,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같은 단점 역시 애스턴마틴과 닮았다.

# 지상의 콩코드 꿈꾸는 애스턴마틴, 진짜 콩코드를 품다

애스턴마틴은 올해 2월 DBS 슈퍼레제라를 기반으로 한 콩코드 스페셜 에디션을 공개했다. 영국항공(BritishAirways) 소속 콩코드의 첫 비행 50주년을 기념한 모델로, 애스턴마틴 주문 제작 부서 ‘비스포크 Q’가 10대를 한정 생산했다.

외관은 영국항공 소속 콩코드 여객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차체는 콩코드와 동일한 컬러로 마감됐으며, 루프 라인과 리어 디퓨저, 엠블럼 등에 영국항공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프론트 립에는 영국항공 엠블럼도 새겨넣었고, 루프에는 콩코드 실루엣을 더했다.

콩코드의 흔적은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민간항공관리국(CAA)의 콩코드 식별 코드(G-BOAC)가 차량에 새겨진 데다, 운전석 선바이저에는 당시 콩코드의 객실 전광판에서 영감을 얻은 마하 미터 그래픽이 적용됐다.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패들시프트는 콩코드의 컴프레셔 블레이드를 재활용해 만들었다.

애스턴마틴은 차량을 영국 필튼에 위치한 애스턴마틴 매장에 전시했다. 필튼은 영국 항공우주 박물관이 입지한 곳으로, 이곳엔 가장 마지막으로 비행했던 콩코드 여객기가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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