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주고 산 포르쉐 911, 지금 팔면 얼마죠? [안녕 포르쉐-③]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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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17 09:25
2억 주고 산 포르쉐 911, 지금 팔면 얼마죠? [안녕 포르쉐-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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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팔기로 하자, 주변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다. 신형 911로 갈아탈 속셈이냐는거다.

어찌됐건, 포르쉐 911을 팔기로 결정했다. 이왕 판다면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싶은 것이 당연한 심리다. 먼저 온라인 시스템들을 통해 시세를 알아보고, 다양한 매각 방식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견적 제시 조건은 모두 동일하게 설정했다. 사진은 전면, 후면, 실내 등 세 장을 첨부하고, 차량 주행거리 등도 동일하게 입력했다. 온라인 견적에는 911에 적용된 모든 옵션을 입력할 수 없는 만큼, 기타 사항에 주요 옵션 및 구입가액을 적었다. 만약을 대비해 딜러 요구에 따라 첨부할 옵션표를 별도로 준비했다.

자동차 등록증에 명시된 차량 가액(부가세 제외)은 1억9406만909원이다. 부가세 등을 포함한 구매 가격은 2억2110만원이다. 수입 스포츠카는 중고차 시장에서 잔존가치가 높지 않은 편이지만, 브랜드 보증기간이 아직 남아있고, 연식 대비 주행거리가 짧은 탓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 KB차차차, A.I.통한 빠른 시세정보…번거로운 접근 방식은 아쉬워

KB차차차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시세 데이터를 안내해준다.

KB차차차는 KB캐피탈이 운영하는 중고차 플랫폼이다. 회원가입 후 차량 번호만 입력하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균 시세를 안내해준다. 인공지능(AI)을 통해 차량의 잔존가치까지도 예측 가능하며, 적합한 매도 시점까지 표시된다.

911 매매 정보를 습득한 인공지능은 벤틀리 컨티넨탈 GT, 페라리 488 스파이더를 대차 후보군으로 안내해줬다. 차량을 바꿔 탈 소비자를 염두해 유사한 가격대 매물까지 추천해준다. 이밖에 차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행거리에 따른 차량 점검 항목 등 부수적인 데이터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준비한 사진은 3장. 그런데 여기는 필수 업로드 사진만 8장이다.

단점도 있다. 홈페이지 디자인이 매우 깔끔하지만, 사용성은 뛰어나지 않다. 견적을 받기 위해서는 차량 정보를 입력해 정회원으로 전환해야 하고, 그마저도 정보를 입력하기에 앞서 보안 정보 프로그램을 2개나 더 설치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만든 중고차 플랫폼이라 그럴까. 여간 깐깐(불편)한게 아니다.

견적 의뢰를 위해 등록해야 하는 사진도 최소 8장부터다. 3장만 등록해도 가능한 여타 플랫폼보다 많다. 단순히 견적 산출만을 위한 목적인데, 필요 이상으로 많은 자료를 요구하는 느낌이다. 물론, 보다 정확한 가격 측정이 목적이겠지만 이용자에 따라 번거로운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결국 평균 시세가 1억2504만원(최저 1억630만원~최고 1억4380만원)이란 데이터만 수집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 첫차, 가장 빠른 승인…견적 의뢰는 많지 않아

첫차는 이름 그대로 사회 초년생을 타깃으로한 중고차 플랫폼이다.

첫차는 다운로드 300만건을 기록한 스마트폰 기반 중고차 거래 서비스다. 차량 정보를 입력해 견적을 요청하면, 시스템 내 인증 딜러들이 가격을 제시하고 원하는 딜러에게 최종적으로 차량을 판매할 수 있는 방식이다.

차량 등록은 스마트폰과 PC로 진행할 수 있다. 세부 차종과 연식을 선택하고, 구매 당시의 결제 형태(리스·할부) 및 원하는 매매 시점을 정하면 된다. ‘시점 미정’을 선택할 수 있는 탓에 단순 견적 산출도 가능하다. 더불어 연락을 받을 수 있는 이메일과 휴대폰 번호 등을 등록하면 견적 의뢰는 2~3분 내 마무리된다.

고가의 수입 스포츠카라 차량에 관심을 갖는 딜러들은 많지 않았다.

등록 이후 영업일 기준 3일간 경매가 이뤄진다. 오전 11시 30분에 매물을 등록한 결과, 오후 3시부터 본 경매가 시작됐다. 3시간 30분 만이다. 타 업체들의 견적 의뢰 시간과 비교할 때 가장 빠르게 이뤄졌다.

다만, 3일간 경매가 끝나기 직전까지 구매 의사를 표시한 딜러는 단 1명에 불과했다. 마감을 20여분 앞두고 6건의 견적이 쏟아졌다. 최대 20건의 견적을 받을 수 있다는 광고가 무색했다. 딜러 매입 최고 가격은 1억1860만원이다. KB차차차에서 확인한 시세보다 다소 낮게 형성되어 있다. 첫차는 첫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20~30대 연령이 주 타깃인 만큼, 고가의 수입 스포츠카에 대한 관심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헤이딜러, 차량별 꼼꼼한 추가 확인 돋보여

헤이딜러는 차량 번호와 주행거리만으로 내 차 시세를 파악할 수 있다.
최근 경매 기록을 기반으로 적절한 매매 가격을 안내해준다.

헤이딜러의 시스템도 첫차와 유사하다. 사용자가 차량 정보를 등록하면, 딜러들이 매입 희망 가격을 제시하는 ‘역경매’ 방식이다. 각각의 제시 가격은 딜러가 확인할 수 없으며, 전화를 통한 매매 권유도 금지됐다.

등록 방식도 첫차와 비슷하다. 차량 번호를 입력하는 것으로 시작해 예상 매입 가격을 노출시키고, 동일 차종의 최근 거래 결과도 보여준다. 차량 사진을 등록한 후 최종단계에서는 보험개발원에서 제공하는 차량 보험 이력도 확인할 수 있다.

포르쉐는 옵션이 많은 탓에 별도의 옵션표 첨부를 요구했다.

등록된 차량이 언제부터 경매가 시작되는지 알려주지만, 911의 경매는 곧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복잡한 옵션 때문이었다. 경매 승인이 나지 않은 배경을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포르쉐는 별도의 옵션표를 요구한다. 옵션에 따라 매입 가격이 천차만별인 만큼, 이를 방지하고자 별도의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옵션표를 회사 측에 전달한 후에서야 3일간 경매가 시작됐다. 이 기간 68명의 딜러가 매물을 조회했고, 12명의 딜러가 가격을 제시했다. 평균 10건의 견적이 산출된다는 회사 측 발표보다 2건이 더 나왔다. 새로운 가격이 제시됐을 때마다 문자메시지를 통해 중간 결과도 전달됐다. 헤이딜러에서 산출된 최고 견적은 1억2300만원이다.

# 중고나라, 견적서 전송 시간까지 명시…기다림은 적지만 전화 연결은 부담

우리가 아는 그 ‘중고나라’가 맞다.

중고나라도 비대면 방식의 내차팔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중고나라가 맞다. 중고나라는 2017년 내차팔기 서비스를 론칭하고, 네이버 카페가 아닌 앱을 기반으로 한 중고차 거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등록 절차는 앞서 소개된 플랫폼들과 유사하다. 다만, 차량 번호를 입력하면 주요 정보가 자동으로 입력되는 탓에 다른 서비스보다 정보 등록 과정이 간편하다. 견적 산출 후, 차량을 즉시 매매할 것인지 단순 견적만 산출하는 것인지 묻는 항목도 마련되어 있다.

비대면 방식이라는 건 동일하지만, 매입 가격은 비교 대상 중 가장 낮았다. 

모든 항목을 입력하면, 문자와 이메일로 차량 매입 견적서가 발송되는 시점이 안내된다. 여기에 매입 최고가를 부른 세 명의 딜러 정보가 전달된다. 이는 일정 기간을 두고 실시간 견적을 제공하는 첫차나 헤이딜러와 다른 점이다. 다만, 세 명의 딜러에게 직접 전화가 온다는 점은 조금 부담스럽다. 가상 번호가 제공되는 탓에 딜러가 소비자 번호를 알 수 없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최고가로 제시된 가격은 1억11만원이다. 8000만원을 써낸 딜러가 세 번째로 높은 가격을 불렀다는 점에서 다소 의아했다. 견적을 전달받은 후 딜러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할 수도 있다. 이 중 1명은 전화가 왔고, 1명은 문자메시지로 명함을 보냈다.

온라인 중고차 매매의 장점은 PC나 모바일로 거래를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입력해야 할 정보도 비교적 단순하며, 시세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딜러 견적서를 비교할 수 있고 매각 진행 절차도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물론, 매매 과정에서 온라인으로 드러나지 않은 차량 상태나 손상 여부에 따라 최종 매매 금액은 낮아질 수 있다. 온라인 견적은 기준점에 불과하다. 특히 포르쉐 911의 경우 중고 매물 및 거래량이 적어 매입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이왕 시작한 일 좀 더 발품을 팔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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