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속 시작된 ‘노사 줄다리기’…올해 전망은?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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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09 09:00
코로나19 위기 속 시작된 ‘노사 줄다리기’…올해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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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여파로 국내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감염자 수가 안정세를 찾으며 내수 판매는 회복세를 보이지만, 해외 수출 상황은 한층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브랜드별 수출 실적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현대차 -26.2%, 기아차 -11.2%, 르노삼성-57.4%, 한국GM -20.8%, 쌍용차 -4.6% 등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통상적으로 5월 교섭을 개시하며, 4월부터 교섭 내용을 준비한다. 

사진=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지난해 현대차는 무려 8년 만에 파업 없이 임단협을 체결했다. 노사 양측은 임금 4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50%+320만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200만원~600만원 근속기간별 차등 지급 / 우리사주 15주) 등을 합의했다.

올해 협상도 무난할 전망이다. 1월 취임한 이상수 노조지부장은 중도·실리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는 ‘투쟁을 넘어 실리의 현대차지부 회복’을 내세우며, 특별채용 조합원 차별 철폐와 장기근속 조합원 처우 개선, 실질적 정년 연장 등을 강조한다. 이 지부장은 “현대차 노조가 나서서 노동자 전체 임금의 인상과 삶의 질 개선이 가능했는데, 귀족 노동자로 올가미 씌우는 것은 억울하다”며 “현대차 노조는 국민의 안티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사측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최근 사측이 주 60시간 근무를 위한 실무 협의를 제안했으나 거절한 것. 현대차는 해외 공장 대부분이 멈춰선 가운데 국내 생산 수출을 통해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내수 시장에서 팰리세이드와 GV80, G80 등을 원활하게 공급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세계 판매망을 담당하는 딜러들이 영업 중단 및 단축 근무를 단행하면서 정상적인 생산을 해도 선적에 차질을 빚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막연히 생산량을 늘릴 수 없어 생산 특근은 주간 단위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사실상 거부의 입장을 밝혔다. 

기아차 노조 24·25대 지부장 이취임식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차지부 홈페이지)
기아차 노조 24·25대 지부장 이취임식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차지부 홈페이지)

기아차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긴 파열음을 냈다. 결국 올해 1월에서야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인 기본급 4만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150% +30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사회공헌기금 30억원 출연 및 사내복지기금 10억원 출연, 휴무 및 연휴 조정, 잔업 관련 노사 공동 TF 운영 등 내용에 합의했다.

올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2017년 통상임금 판결 이후 사라진 잔업 30분으로 인한 임금 손해를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노조는 이미 지난달 30일 소식지를 통해 “사측과 보수언론은 코로나19를 핑계로 노동조합의 양보를 요구하고, 조합원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인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만큼은 명운을 걸고 사측과 한판 승부를 벌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왼쪽부터) 르노삼성 도미닉 시뇨라 사장, 르노삼성 박종규 노조위원장
(왼쪽부터) 르노삼성 도미닉 시뇨라 사장, 르노삼성 박종규 노조위원장

르노삼성은 아직 2019년 임협도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달 XM3가 5581대나 판매되며 10위권 내 이름을 올렸고, SM6 페이스리프트와 유럽 베스트셀링EV 조에 등이 준비되고 있지만 회사 내부 상황은 복잡하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직무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연초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에 대한 임금 손실 보전을 요구했다. 해를 넘기고 협상이 교착 상태를 이어가자 최근 노조는 기본급 인상 대신 공헌 수당 60%→120% 확대 적용, 고과 제도 폐지, 일시금 추가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사측에서 또 한 번 거부했다. 사측은 “고과 제도는 회사 인사권과 연계되고, 일반 사무직군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면서 “고정비가 오르면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기본급 인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정형 PI(생산성 격려금)의 일종인 공헌 수당을 인상하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갈등이 길어지며 XM3 수출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3월부로 종료됨에 따라 매월 5000~1만대 수출 물량이 증발했다. 때문에 XM3 수출 물량 확보가 절실하지만, 르노 본사는 ‘집안싸움’이 끝나지 않는 한 XM3 수출 물량 배정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자칫 XM3 수출 물량 배정이 무산되기라도 한다면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노갈등마저 겪고 있다. 2000여명이 속한 기업노조가 사측과 갈등을 겪는 사이, 70여명이 속한 3노조(새미래 노조)가 기한 내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사측의 요구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이다. 기업노조는 3노조가 ‘어용 노조’라며 즉시 비판하고 나섰다. 기업노조는 6일 소식지를 통해 “노동조합 신설은 노조의 최대 무기인 단결을 저해하는 배신·배반 행위”라며 “노조에 불만이 있다면 뛰쳐나갈 것이 아니라 노조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논의하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나아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한국GM 카허카젬 사장,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김성갑 지부장
(왼쪽부터) 한국GM 카허카젬 사장,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김성갑 지부장

한국GM도 아직까지 2019년 임협을 마치지 못했다. 다만, 지난 3월 25일 임금 동결 및 성과급 미지급, 차종별 100만원에서 300만원 상당의 추가 할인이 가능한 차량 인센티브 프로그램 제공 등의 내용이 담긴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고,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올해 임단협 행방은 2019년 임협의 찬반투표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두 차례 연기된 투표일은 이달 9일과 10일이다. 노조 측은 “조합원의 투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며 “2019 임협 재교섭도, 2020 임단협 본격 준비도 조합원들의 결정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쌍용차 정일권 노조위원장
쌍용차 정일권 노조위원장(사진=쌍용차 노조 홈페이지)

쌍용차 노사 관계는 국내 완성차 가운데 가장 원만한 편이다. 노사 모두 회사의 생존과 고용안정을 위해 생존 경영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10년 연속 무분규 협상 타결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지난해는 기본급 4만2000원 인상, 경영 위기 타개 동참 장려금 100만원 지급, 상여금 지급 주기 변경 등에 합의했다. 해고자 복직 문제도 마무리 지었다.

다만, 회사가 위기다.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현금흐름과 예상 현금흐름을 고려해 쌍용차에 신규 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상화를 위해 향후 3년간 500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지만, 마힌드라가 대규모 투자를 포기했다. 산업은행의 지원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강도 높은 쇄신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수년간 노조가 회사를 위해 양보한 만큼 구조조정 등 강한 쇄신책이 나온다면 노조가 사측의 경영 실패 책임을 물으며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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