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수첩] ‘장밋빛 미래’ 그리던 모헤닉, 무리한 사업 확장에 주식은 ‘휴지조각’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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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14 09:00
[MG수첩] ‘장밋빛 미래’ 그리던 모헤닉, 무리한 사업 확장에 주식은 ‘휴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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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모헤닉을 취재한다는 소식에 관련 제보가 쇄도했다. 차량 구매자보다 회사 투자와 관련된 내용이 몇 배 더 많았다. 

# 꿈에 그친 코스닥 상장

모헤닉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사용했다. 그 중 대표적인 하나가 크라우드 펀딩이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온라인을 통해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이다. 주로 벤처기업이 신제품 출시 자금을 모으기 위해 활용한다.

모헤닉은 지난 2016년부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wadiz)’를 통해 6차례나 자금을 모집했다. 이를 통해 모금된 돈은 약 22억원으로, 투자한 만큼 주식을 나눠주는 유상증자 방식으로 진행됐다. 모헤닉은 2018년 3월 진행된 마지막 6차 펀딩을 진행하며 ‘2018년 코넥스 상장’, ‘2019년 코스닥 도전’, ‘2020년 전기차 모헤닉 Ms 출시’ 등을 공언했다. 2019년 6월에는 코스닥 기업공개(IPO)를 위해 삼성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20년 코스닥 상장을 통해 전기차 플랫폼의 세계 진출을 노리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아직까지 코스닥 상장은 진행되지 않았다. 게다가 2018년 11월 등록했던 비상장 장외주식거래시장 K-OTC에서는 하반기 및 연말 정기공시서류 등을 제출하지 않아 올해 3월 31일부로 주식 매매가 정지된 상태다. 

(왼쪽 상단부터) 2018년 3월 크라우드 펀딩 당시 주가, 2020년 거래 정지 시점 모헤닉 주가
(왼쪽 상단부터) 2018년 3월 크라우드 펀딩 당시 주가, 2020년 거래 정지 시점 모헤닉 주가

이에 주가도 폭락했다. 모헤닉이 마지막 크라우드 펀딩을 하며 발행한 주식은 주당 6250원이었지만, 거래가 정지된 시점을 기준으로 주가는 64원에 불과하다. K-OTC 매매 첫날 주가는 장중 4670원까지 치솟았지만, 다시 이 가격까지 오르는 일은 없었다.

모헤닉은 2018년 9월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앙스모멍에프앤비’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다. 앙스모멍에프앤비 역시 모헤닉과 마찬가지로 와디즈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마련된 자금은 새로운 음식점을 오픈하는 데 쓰였다. 두 차례 펀딩을 통해 마련된 자금은 약 5억원이다. 가장 마지막 진행된 앙스모멍 3호점 펀딩에서는 매출액에 따라 연이율 7~16%를 약속했다. 그러나 앙스모멍 측은 만기 하루를 앞두고 투자금 상환 불가를 선언한다. 모헤닉에 모든 자산을 넘겨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와디즈 공지사항에 따르면 현재 앙스모멍과 투자자 간 소송이 진행 중이다.

2019년 4월에는 직접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만든다. 모헤닉은 투자자를 모집하고 액수에 따라 리워드를 받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실물 연동 코인으로 돌려받는 리워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겟크로’를 오픈한다. 가장 먼저 진행된 펀딩은 폴스미스 전시회로,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면 전시회 티켓과 인센티브 리워드(코인)를 지급한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이 역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 않다. 겟크로 홈페이지에 남아있는 진행 펀딩은 총 9건이며, 2019년 8월 이후 신규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폴스미스 전시회 페이지는 코인 재매입을 하지 않아 수익을 낼 수 없었다는 불만만 남아있다. 이후 진행된 펀딩들도 목표 금액은 채웠다고 나와있지만, 실제 펀딩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 K-OTC 거래 정지…휴지조각된 주식

K-OTC 규정에 따르면, 제출기한으로부터 30일 이내 정기공시서류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K-OTC 시장 등록이 해지된다.

모헤닉 측은 “투자자 엑시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매년 5000만원 가량이 드는 회계감사 비용이 부담”이라며 “낮게 형성되는 주가 때문에 투자 유치가 되지 않아 K-OTC 등록 해지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K-OTC 거래가 중지되어도 개인 거래는 가능하다”면서 “모헤닉플래닛스톤(암호화폐)으로 전환하여 스톤엑스(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가 되도록 할 예정”이라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암호화폐 가격도 폭락했다. 5월 7일 오후 2시 기준 모헤닉플래닛스톤은 개당 150원에 거래됐다. 거래가 정지된 주식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하루 거래량이 10만원대에 그쳐 투자금을 회수하기에 턱없이 모자라다.

2020년 4월 14일에는 회계법인이 모헤닉에 대한 감사 의견을 거절했다는 공시까지 올라왔다. 회계법인 보고서에 따르면 “연결재무상태표 등 주석 사항(회계 자료)을 회사로부터 제시받지 못하였다”면서 “대한민국의 회계감사 기준에서 요구하는 감사 절차를 수행하지 못했다”라고 명시됐다.

결국 K-OTC 등록은 해지된다. K-OTC 시장 운영 규정에 따르면 정기공시서류 제출기한이 지난 뒤 30일이 지나도 공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제로 지정 해제 처리되는 데, 모헤닉은 이 기간을 넘겼다. K-OTC 공지에 따르면 5월 8일부터 21일까지 10영업일간 주주들이 한시적으로 보유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정리매매기간이 주어지고, 5월 22일 지정 해제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올해 5월 6일 모헤닉에 대해 소액공모 공시서류, 증권신고서, 정기보고서 제출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과태료 및 과징금을 6980만원을 부과했다. 증권선물위원회에 따르면, 모헤닉은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16년에도 40인에게 4억원의 보통주를 모집하면서 소액공모 공시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또한, 2016년과 2017년 일반공모 유상증자와 보통주를 모집하며 총 2회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이 와중에 김태성 대표의 지분은 꾸준히 감소했다. 모헤닉이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3월 31일 기준 김태성 대표는 375만1330주를 보유해 57.78%의 지분율을 보였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30일 공시에서는 297만2706주(41.87%), 9월 30일 공시에서는 223만7486주(31.51%)까지 지분을 줄였고, 2019년 3월 31일 공시에서는 6만8920주(0.97%)로 사실상 대부분의 주식을 처분했다. 거래를 시작한 2018년 11월 26일부터 마지막으로 거래가 이뤄진 2020년 3월 30일까지 모헤닉 일평균 거래량이 9226주임을 고려하면 김 대표는 K-OTC 등록 전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은 “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에 임대해 준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공시에 따르면 모헤닉게라지스는 대주주로부터 주식 64만9000주를 차입하고 있으며, 17만7600주를 증여받았다. 대표이사에 대한 차입금 잔액도 56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주식 280만여주의 행방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번개표 전기차’가 탄생하지 못한 배경은?

모헤닉은 앞서 언급한 앙스모멍에프엔비 이외에도 다양한 기업 인수를 시도했다. 2018년 12월 트레일러 제작업체 ‘우인모빌‘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다. 영암 드림팩토리에 트레일러 사업부를 신설하고, 폴딩트레일러 제작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우인모빌 홈페이지에 적힌 주소가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에 위치한 모헤닉 드림팩토리 주소와 일치함에 따라 두 회사의 합병이 이뤄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김태성 대표의 말은 달랐다. 김태성 대표가 올린 폴딩트레일러 판매 공지에 따르면, “우인모빌 인수절차를 하기로 했지만, 여러 상황상 협업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면서 “모헤닉과 우인모빌이 함께 만든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모헤닉이 마지막으로 공시한 2019년 상반기 보고서의 계열회사 목록에 우인모빌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실제 인수합병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2019년 12월 12일에는 모헤닉의 자회사인 ‘차세대에너지활성화에쿼티1호’가 ‘번개표’ 조명으로 유명한 금호전기 인수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모헤닉은 2020년 1월 22일까지 대금납입을 완료한 후 23일 임시주총을 통해 경영권을 넘겨받을 예정이었다.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프로젝트와 금호전기의 ‘번개표’ 조명 브랜드를 합쳐 ‘번개표 전기차’라는 시너지를 기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1월 8일 금호전기 측 공시에 따르면, 차세대에너지활성화에쿼티1호는 ‘신주홀딩스’에게 돌연 매수인 지위를 넘긴다. 계약 자체를 다른 회사에게 넘긴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수계약 체결 기사를 통해 이른바 ‘주가 띄우기’를 한 후, 발을 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모헤닉의 주가는 2019년 12월 11일 주당 419원에서 19일 1200원까지 치솟았다. 

처음부터 모헤닉에게 코스피 상장사인 금호전기를 인수할 여력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2018년 모헤닉게라지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담당 회계법인은 ’회사의 부채비율은 799%에 이르며,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약 37억3600만원 더 많은 만큼 존속능력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이후 이렇다할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인수 자금을 모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상장기업 인수를 통한 ‘우회 상장’을 노렸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상 상장이 불가능해진 모헤닉이 상장기업인 금호전기를 인수해 장내 기업이 되는 방식이다. 우회 상장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과거 부실기업이 장내에 진입하며 문제가 되는 경우는 많았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우회 상장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우회상장 시 신규 상장에 준하는 심사를 모두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신규 상장을 진행하는 것이 더 쉽다”라며 “현재 우회 상장은 사실상 불가능한 규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모헤닉은 앞서 언급한 기업 외에도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주회사 격인 모헤닉플래닛(전 모헤닉 게라지스) 산하에 등록된 소속기업으로는 모헤닉파운더스, 모헤닉스테이308, 모헤닉스테이311(폐업), 모헤닉매니지먼트, 모헤닉얼라이언스, 모헤닉티피티, 모헤닉모터스, 모헤닉파이낸스소셜대부, 게라지스엠, 브이케이인터내셔날, 차세대에너지활성화에쿼티1호(전 에이비엠테크놀러지), 켑트(전 모헤닉파워팩토리) 등이 있다. 폐업한 법인을 제외하고서도 여전히 10여곳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 법인의 대표는 김태성 대표가 겸직하고 있다. 모헤닉의 명성을 앞세워 사업 확장에만 치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계속되는 투자와 늘어가는 빚, 그리고 경매

모헤닉과 관련된 앞선 보도에 따르면, 누적 투자 규모는 5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의하면, 2019년 6월 말 기준 모헤닉 소액주주 수는 1722명으로, 이들이 전체 주식의 93.67%를 갖고 있다.

모헤닉은 그간 크라우드 펀딩 외에도 수차례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2016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일반 공모(크라우드 펀딩)를 통한 유상증자 4회, 제3자배정 유상증자(투자) 8회 등 총 20억원 규모다. 하지만 회사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부채는 2017년 3분기 약 84억원에서 2019년 상반기 약 292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자산이 119억원에서 301억원으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부채가 더 많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모헤닉 측은 “단순 실수”라며 “담당 직원 착오로 인해 부채 약 150억원 정도가 잘못 기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정 공시나 공식적인 발표가 없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는 없다. 2019년 상반기 이후에는 공시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라남도 영암군에 위치한 모헤닉 드림팩토리
전라남도 영암군에 위치한 모헤닉 드림팩토리

현재 영암 드림팩토리와 파주 공장은 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 모헤닉 전 관계자는 “영암에 너무 무리한 예산을 들여 공장을 지었다”면서 “그 후 사업 부문별 적자가 누적되며 부채가 급증했다”고 밝힌다.

모헤닉 측은 영암 드림팩토리는 포기한다는 계획이다. 김태성 대표는 공지를 통해 “영암 공장을 중심으로 추진하던 지금까지의 사업구조에서, 영암 공장 없이 중장기적인 전동플랫폼 개발과 모헤닉G EV, 클래식 EV 사업으로 본격 전환을 하였다”면서 “이 계획에 영암공장은 직접적으로 두고 있지는 않다”라고 선언했다.

다만, 그는 “투자유치가 된다면 영암 공장을 인수하여 전기차 생산과 개발을 하겠다는 여지는 남겨두고 추진하고 있다”면서 투자가 있다면 영암 공장이 재가동 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 대표는 “(영암 공장이 경매에서) 2차 86억원에 낙찰되면 투자자들의 채권은 모두 정상 상환되며, 회사를 재건할 여유자금이 발생한다”면서 “3차까지 유찰된다면 4차에서는 (영암 공장을) 직접 낙찰받겠다”고 덧붙였다.

법원에서 정한 영암 공장의 경매 금액은 약 123억원으로 지난 4월 27일 1차 경매에서 유찰됐다. 2차 경매 기일은 오는 6월 8일로, 최저매각가격은 약 86억원으로 낮아졌다. 여기서 또 유찰된다면 3회차에 약 69억원, 4회차에 약 55억원에 경매를 다시 진행한다. 김 대표가 밝힌 대로 4차에 영암공장을 낙찰받기 위해서는 최소 55억여원이 필요한데, 회사에 이만한 자금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스스로 밝힌 대로 모헤닉은 5000만원이 부담되어 공시 서류조차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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