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MG] “어! 형이 거기서 왜 나와?”…비행기 만든 자동차 회사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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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30 09:00
[주말의 MG] “어! 형이 거기서 왜 나와?”…비행기 만든 자동차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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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이색적인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페라리가 산소호흡기를 만들고, 람보르기니가 마스크를 제작할 줄은 감히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자동차 업체들도 차 외의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사업 확장의 일환부터 불가피한 국가적 위기 등 이유도 다양하다. 전쟁 시 군수물자를 생산하는건 흔하고, 후추 그라인더부터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고속열차까지 품목도 천차만별이다.

놀랍게도, 자동차 업계와 가까운듯 먼 산업이 항공 분야다. 태생이 비행기 엔진 제작사였던 회사도 있고, 창업주의 오랜 꿈을 실현시킨 회사도 있다.

# 롤스로이스, 두 회사 이야기

롤스로이스의 엔진 연구에 활용되고 있는 보잉 747-400

롤스로이스는 1906년 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가 설립한 회사로, 당시 자동차 회사이자 항공기 엔진 회사로 출범했다. 현재는 항공 분야의 롤스로이스홀딩스, 자동차 분야의 롤스로이스모터카로 각각 분리됐다.

홀딩스는 제너럴일렉트릭(GE)에 이은 세계 2위의 엔진 제작사다. 모터카는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럭셔리카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롤스로이스가 처음부터 세계 최고였던 건 아니었다.

1920년대 롤스로이스에게 항공 사업 부문은 큰 돈을 벌어들이는 ‘캐시카우’였다. 1931년에는 벤틀리까지 인수하며 사세를 키웠지만, 1971년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개발 과정에서 도산한다. 결국 항공 사업 부문은 영국 정부가 국유화했고, 1973년 자동차 부문은 영국 중공업 회사 비커스에 매각된다.

지금의 롤스로이스가 만들어진건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다. 롤스로이스 항공 사업 부문은 1987년 마가렛 대처 총리 집권기에 민영화 됐으며, 자동차 사업 부문은 1998년 비커스가 BMW그룹에게 매각한다.

# 미쓰비시가 만든 제로센

영화 진주만에 출연한 제로센 복원기체
영화 진주만에 출연한 제로센 복원기체

제로센 전투기는 전범기업 미쓰비시가 설계 및 생산을 담당했다. 첫 출격은 1940년 중국 침략 때고, 2차 세계대전 후반에는 진주만 기습 공격을 비롯해 태평양 일대에서 미국 전투기들과 교전을 펼쳤다.

도입 초기의 제로센은 경량 전투기 고유의 성능을 발휘했다. 가속 성능과 항속 거리, 날랜 기동능력이 강점이었다. 심지어는 유럽 전선에서 차출된 영국군의 스피트파이어 마저 손쉽게 격추했다. 

한동안 제로센은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항공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대전 말 제로센은 ‘날아다니는 표적’으로 전락한다. 일본의 패색이 짙어진 시기, 제로센은 전함에 돌진하는 ‘카미카제’ 전투기로 사용된 바 있다.

# GM과 크라이슬러가 만든 B-29

사진=미국 공군박물관
사진=미국 공군 박물관

B-29는 1941년 보잉이 미국 육군성에 제안한 모델이다. 지금은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알린 세계 최초의 핵폭격기로 유명하지만, 초기 납품 실적은 의미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당시 2년간 미국 정부가 도입한 물량은 14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군이 1942년 진주만을 공습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의 2차대전 참전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주문량이 100배 이상 급증했다. 1년간 1664대를 생산해야할 보잉은 파트너를 찾는다. 이 때 등장한 구원투수가 바로 GM과 크라이슬러다. 

두 회사는 B-29의 부품 및 기체 생산을 담당했으며, 굿이어 타이어 등 관련 업계도 B-29 생산 라인에 투입됐다. 그렇게 B-29는 1946년까지 4000여대가 생산된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세계 최초의 핵폭격기는 한국전쟁 참전을 끝으로 1960년 공식 퇴역한다.

# 시트로엥, 헬리콥터도 만들었다고?

시트로엥 RE-2, 양산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시트로엥 RE-2, 양산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때 마쓰다가 적극적으로 활용한 ‘로터리 엔진’은 사실 시트로엥에서 유래했다. 시트로엥은 자동차를 넘어 항공기에도 로터리 엔진을 접목시키려 했다.

시트로엥 RE-2는 그 결과물이다. 2인승 구조의 경량 헬리콥터로, 로터리 엔진 고유의 특성을 살렸다. 비록 엔진 크기는 작지만, 높은 출력을 내기 때문에 기체 경량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트로엥은 미국의 벨47과 경쟁을 꿈꿨다.

1973년 연구를 시작했으며, 1975년 12월 24일 첫 비행에 성공한다. 다만, 1970년대 세계를 강타한 오일쇼크의 여파로 단 한 대도 양산되지 못한채 1979년 관련 연구가 모두 중단됐다.

# 혼다 소이치로의 꿈, 혼다 제트

혼다의 첫 시작은 모터사이클이었고, 1963년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다. 하지만,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는 항공기 제작에 열망이 더 깊었다. 혼다의 날개형 엠블럼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후문이다.

혼다가 첫 항공기 연구를 시작한건 1986년이다. 당시 이를 제안한 엔지니어 후지노 미치마사는 2016년 혼다의 항공사업부 ‘혼다에어크래프트’의 사장까지 오른다.

1988년, 프롭기 형식의 MH-01이 완성된다. 5년 뒤 개량형 MH-02 시험비행에 성공한 혼다는 1997년 제트기 양산을 위한 ‘혼다제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후 혼다 제트는 2003년 첫 시험비행 성공 이후 2015년 고객 인도가 이뤄졌다.

혼다제트는 일반적인 항공기와 달리, 날개 상단에 엔진을 마운팅한 구조를 갖췄다. 이를 통해 공기역학 성능을 개선하는 한편, 연비와 정숙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혼다는 현재 소형 제트기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있다.

# 다임러AG는 에어버스 창립멤버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4년 S클래스 출시회를 A380 출고 센터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4년 S클래스 출시회를 A380 출고 센터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속한 다임러AG는 에어버스의 전신인 유럽 항공 방위산업체(EADS) 창설의 주역이다. 그룹 산하 방위산업체 도이치 에어로스페이스(DASA)를 통해 EADS 출범에 참여했다.

EADS 출범은 1995년 록히드마틴 출범과 1997년 보잉 및 맥도넬 더글라스의 합병으로 촉발됐다. 이 시기 DASA는 영국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AE)를 비롯해 유럽의 주요 항공 업체들과 통합을 이어갔고, 2001년 최종 출범했다. 다임러AG는 15%의 지분을 취득하며 최대주주의 자리도 차지했다.

하지만, 2006년 디터 제체의 등장으로 다임러는 항공 산업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그는 크라이슬러와 EADS의 지분을 정리한다. 수익성을 높이고, 자동차 R&D 투자를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다임러는 2013년 7.5%의 EADS 지분을 매각하며 모든 관계를 청산했다. 다임러가 떠난 EADS는 2014년 에어버스그룹으로 재출범했으며, 2017년 에어버스SE로 사명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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