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포르쉐가 CO2와 싸우는 방법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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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24 15:04
[이완 칼럼] 포르쉐가 CO2와 싸우는 방법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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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2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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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뉩니다. 하나는 친환경 자동차라는 것, 또 하나는 친환경의 이미지만 입었지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자동차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구 온난화는 우리 모두에게 닥친 생존의 문제이고, 따라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CO2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우리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를 위해 모든 분야가 이산화탄소 감축에 나서고 있고 자동차도 당연히 예외는 아닙니다.

전기차는 이런 상황 속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달릴 때 배기구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유해 물질이 나오지만 전기차는 어떤 것도 배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환경 이슈 시대에 아킬레스건이나 마찬가지인 자동차의 미래가 전기차로 밝다는 전망도 이런 이유 때문에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 이야기했듯 전기차는 아직 온전한 친환경 자동차가 아닙니다.

생산 단계에서 오히려 더 많은 CO2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유는 역시 배터리입니다. 가솔린이나 디젤 자동차 생산 과정보다 많게는 40% 이상 CO2가 더 배출된다고 합니다. 또 배터리를 충전할 때 사용하는 전기 또한 석탄이나 석유를 태워 만드는 비율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이래저래 전기차는 반쪽짜리라는 얘기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기차 생산과 전기 생산 과정이 친환경적으로 바뀌면 됩니다.

타이칸 / 사진=포르쉐

전기 생산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주도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지만 자동차 생산 과정만큼은 그들의 투자와 노력으로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변화의 움직임은 생각 이상으로 다양합니다. 업계 내에서 요즘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가 ‘탄소중립’입니다.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결과적으로 배출이 제로가 되도록 한다는 게 탄소중립의 기본 개념이죠. 그렇다면 전기차는 어떻게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을까요? 최근 이와 관련해 독일 언론 아우토모빌보헤와 인터뷰를 한 포르쉐 생산 이사 알브레히트 레이몰트 이야기가 눈에 띕니다.

# 체계적이고 치밀하게…모든 과정에서 CO2 지우기

알브레히트 레이몰트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크게 7개 분야로 구분해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원료 공급 문제입니다. 배터리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코발트는 아동 노동력 착취로 문제가 많죠. 그래서 코발트 생산 과정이 투명한지 아닌지를 살피고 있으며 코발트 비중을 현재 14%에서 5%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얼마나 진전되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꼭 계획대로 진행되길 바랍니다.

그다음은 역시 배터리 제작 문제입니다. 공급업체(LG화학)의 협조가 필수적인 부분으로,  친환경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인 제작과정을 통해 생산된 배터리를 타이칸에 장착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이전에 비해 약 80%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였다고 합니다. 2018년부터 폴란드에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 LG화학으로도 가파르게 성장하는 유럽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성능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의 친환경성이 중요합니다.

사진=포르쉐 

물류 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 줄이기도 빼먹을 수 없을 텐데요. 포르쉐 측은 천연가스,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 트럭 등을 사용하고 있으며 부품 업체와의 배송 거리, 이송 횟수까지 따져 CO2 발생량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조립 생산 과정은 더 치열합니다. 우리 돈으로 9천억 원 이상의 돈을 들여 지은 타이칸 전용 공장은 옥상 녹화 사업, 그리고 증축 전 공장에서 나온 자재를 재활용하는 등, 철저하게 계획단계부터 탄소중립형 공장으로 준비됐습니다.

공장 가동을 위한 에너지 역시 친환경적으로 생산이 되고 있으며 심지어 용접 없이 차체 조립이 가능하다든지, 공장 일부 벽면을 질소산화물을 흡수할 수 있는 특수 물질로 코팅을 하는 등, 생각하기 쉽지 않은 영역까지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진정한 의미의 탄소중립 공장이 되도록 하겠다는 게 포르쉐의 계획인데 이런 수준이라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타이칸 조립 라인 / 사진=포르쉐

그 외에도 폐차에서 나온 부품을 활용하고, 다양한 언어로 만들어지는 차량 사용 설명서도 환경을 고려해 종이로는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했으며, 직원들의 점심 식단 구성까지 파리 기후 보호 목표를 고려했다고 전했습니다. 폐전지의 경우 EU 차원의 연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 결과에 따라 폐전지 재활용도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타이칸을 통해 알아봤습니다만 포르쉐는 말 그대로 전사적 자세로 지속가능성 문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지속가능성 자문위원회까지 두고 체계적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죠. 포르쉐만이 아닙니다. 여러 제조사가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탄소중립은 자동차 회사가 진정한 친환경 제조사로 가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제조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며, 전기차를 포함한 더 많은 자동차가 환경 중심의 제작 환경에서 만들어질 것입니다.

<사진4> 타이칸 / 사진=포르쉐

아직도 갈 길이 멀기는 합니다. 하지만 업계 전체가 경쟁하듯 노력한다면 탄소중립 환경은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시작되었든, 제조사들이 벌이는 환경을 위한 투자와 노력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냅니다. 동시에 약속한 것들을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감시하고 자극하는 소비자로서의 역할도 우리 모두 소홀히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전기차의 환경성 논란도 가까운 미래에는 추억의 일이 될 수 있겠죠?  그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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