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벤츠 E300e vs BMW 530e, 닮은 듯 다른 PHEV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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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15 10:00
[시승기] 벤츠 E300e vs BMW 530e, 닮은 듯 다른 PH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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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자동차 업계는 디젤게이트 이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빠르게 기수를 돌렸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역시 마찬가지. 작년 11월 벤츠가 E300e 모델을 국내 시장에 선보인데 이어 12월 BMW가 530e를 출시했다. 

두 차종 모두 2.0L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가 맞물렸지만, 직접 시승한 결과 서로 다른 매력은 분명했다.

# 고급감·고소음·고진동, E300e

E클래스 최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E300e는 국내 시장에서 익스클루시브 단일 모델만 판매되고 있다. 시승차는 2019년식으로 후륜구동 모델이며 일부 주행 보조 사양이 빠졌지만, 2020년식 모델이 출시되며 사륜구동 시스템 4매틱과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를 추가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하는 가솔린 엔진과 90kW(약 122마력)의 모터가 맞물려 시스템 최고출력은 320마력, 최대토크는 44.9kg·m를 발휘한다. 배터리 용량은 13.5kWh로, 1회 충전 시 최대 31km(국내 기준)까지 전기로만 주행할 수 있으며, 순수 전기 모드로 130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S클래스를 닮은 내외관은 단연 고급스럽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소재, 꼼꼼한 마감 등은 탑승자를 유혹한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접하는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S클래스와 동일한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물리 및 터치 버튼을 배치해 운전 중에도 편리하게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다만, 디스플레이를 직접 터치할 수는 없다. 운전 중 화면을 누르는 것이 위험하다는 브랜드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직관적인 터치스크린보다 여러 단계를 거쳐 오랫동안 다이얼이나 터치패드를 조작해야 하는 지금의 방식이 무조건 더 안전한지는 모르겠다. 초성·중성·종성을 왔다갔다하며 한 글자씩 긴 주소를 입력하는 데 한참이 걸린다. 운행 전 정지 상태에서도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외관처럼 주행성능도 묵직하고 안정적으로 밀고 나간다. 가솔린 엔진의 최대토크가 터지기 전까지 전기 모터가 도와주기 때문에 저속에서 가속력도 제법이다. 배터리만 충분하다면 가속 페달을 밟는 동안은 웬만해서는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다. 전기 모터만으로 도심 고속도로에서 충분히 교통 흐름을 따라갈 만큼 가속력이 발휘된다. 

드라이브 모드는 스포츠·스포츠 플러스·컴포트·에코 등 4종류가 있으며, 이와 별도로 하이브리드·E-모드·E-세이브·충전 등 4가지 구동 모드가 별도로 마련됐다. E-모드에서는 전기만 사용하며, 배터리를 모두 소진한 후 엔진이 가동된다. E-세이브 모드에서는 현재 수준의 배터리를 유지하기 위해 모터 사용이 제한되며, 충전 모드에서는 전기 모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가솔린 엔진만 사용해 동력 및 배터리 충전을 동시에 지원한다. 

충전 모드로 약 65km를 주행하니 텅 비었던 배터리가 가득 찼다. 충전 모드에서는 연비가 소폭 하락하지만, 출력이 떨어지거나 운전자에게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성능 저하는 없다. 하지만 정차 시 충전 모드에서는 마치 디젤차처럼 소음 및 진동이 발생해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약 230km를 달리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공인연비(13.8km/L)보다 낮은 9.8km/L를 기록했다. 배터리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승을 시작해 배터리를 완충시킨 다음에야 하이브리드 모드를 활용할 수 있었다. 트립 컴퓨터상 전기만으로 주행한 거리는 약 59km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2019년식 모델의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아쉽다. 스티어링 휠 진동 기능이 포함된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이나 전방 추돌 방지 보조 시스템이 포함된 프리 세이프 등은 적용됐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로 유지 보조 등 기능은 포함되지 않았다.

# 탈수록 매력적인, BMW 530e

530e 역시 5시리즈 최초로 선보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5시리즈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계승한 가운데, 배지와 e드라이브 모드 버튼, 계기판 등 전용 디자인을 적용해 기존 모델과 차별화를 뒀다.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하는 2.0L 트윈 터보 엔진과 함께 83kW(약 113마력)급의 전기 모터가 작동해 시스템 최고출력은 252마력, 최대토크는 42.9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12.0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순수 전기 모드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39km다(국내 기준). 순수 전기 모드에서 최고 속도는 140km/h이다.

시승차는 여기에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됐다. 사이드 스커트 트림과 직사각형 모양의 듀얼 트윈 테일파이프,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 및 18인치 더블 스포츠 휠 등이 추가됐다.

E300e와 마찬가지로 저속 영역에서 전기 모터가 힘을 더해 빠르게 치고 나간다. 수치상 성능은 E300e보다 낮지만, 일상 영역에서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E300e보다 빠르고 경쾌하다는 느낌이 든다. 정숙성이나 승차감도 더 고급스럽다.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E300e보다 앞선다. 정지 및 재출발까지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 이탈 방지 보조, 자동 주차 기능등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 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다. 탈수록 만족스럽다.

주행 모드는 전기 모터만 사용하는 맥스 e드라이브 모드부터 가솔린 엔진 및 전기 모터가 함께 구동되는 오토 e드라이브 모드, 배터리 충전량을 유지하는 배터리 컨트롤 모드 등이 마련됐다. 배터리 컨트롤 모드를 활성화하고 충전 목표를 100%로 설정하면 전기 모터는 작동하지 않고 배터리 충전을 지속한다. 

E300e와 비슷한 거리를 달린 후 평균 연비는 약 11.4km/L를 기록했다. 복합 연비 16.7km/L 대비 한참 낮은 수치를 보였다. E클래스와 마찬가지로 배터리 주행 가능 거리가 0km인 상태에서 절반 가량을 강제 충전 모드로 달린 후에야 배터리를 사용했다. 연비는 E300e보다 하락폭이 컸다.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더불어 인포테이먼트 시스템도 530e의 완승이다. 터치스크린을 탑재해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고, 기본 내비게이션도 SKT T맵의 지도를 사용했다. 길안내 서비스에서 여타 수입차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음악 재생 정보가 계기판 한쪽에 표시되며, 무선 애플 카플레이까지 지원해 USB 케이블 없이 차량 시동만 걸면 자동으로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무선 충전 패드도 당연히 마련됐다.

# 어떤 차를 선택해야 하나?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자동차 주행거리는 38.5km로 나타났다. 바꿔말하면 집이나 사무실 등에 충전 시설만 갖췄다면, 평균적으로 출퇴근에 필요한 유류비는 월 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기차가 부담스럽다면, 현재로써 PHEV가 답인 셈이다.  

사실 두 차량은 저마다 각각의 매력을 갖고 있다. 결국 운전자 취향에 따른 선택이다.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자면, 올 상반기 판매 성적은 530e가 앞서고 있다. 530e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988대가 판매됐고, 같은 기간 E300e는 596대로 경쟁자의 절반을 겨우 넘겼다(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물론, E클래스와 5시리즈 전체 판매 성적은 그 반대다. 공교롭게도 두 차종은 올 연말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승부는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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