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 ‘NO재팬’ 1년, 짐 싸는 닛산과 버티는 토요타 그리고 혼다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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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10 09:00
[상반기 결산] ‘NO재팬’ 1년, 짐 싸는 닛산과 버티는 토요타 그리고 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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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촉발됐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1주년을 맞았다. 국내 시장에서 일본차 판매는 불매운동과 함께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며 급격하게 위축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차(토요타·렉서스, 닛산·인피니티, 혼다, 마쯔다) 판매량은 1만91대에 그쳤다. 일본차 불매운동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해 상반기(2만3562대) 대비 57.2%나 급감했다. 올 상반기 수입차 시장은 두 자릿수 성장세(+16.3%)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차 판매량이 반 토막 난 것은 불매운동의 영향임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부터) 토요타 캠리, 렉서스 ES
(왼쪽부터) 토요타 캠리, 렉서스 ES

토요타와 렉서스는 올 상반기 6410대(토요타 2813대, 렉서스 3597대)를 판매햇다. 1만6718대(토요타 6346대, 렉서스 8372대)를 판매했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61.7%나 급락했다.

2019년 상반기 수입 베스트셀링카 3위를 달리던 렉서스 ES(4915대)가 14위(2258대, -54.1%)로 주저앉았고, 7위 토요타 캠리(3313대)는 34위(1028대, -69%)까지 급락했다. 이외 라브4와 프리우스, NX, RX 등 주력 차종 전반이 부진을 겪었다.

최근 토요타는 2021년형 GR수프라 사전계약을 개시하고, 다양한 고객 참여 시승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렉서스도 법인 고객을 위해 차량 서비스부터 유지관리 기능까지 추가한 ‘오토 케어 리스’를 진행하는 등 판촉에 힘쓰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활동이 이미 돌아선 국내 고객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혼다 어코드
혼다 어코드

혼다는 지난해 5689대(5위)에서 올해 1457대(15위)로 무려 74.4%나 폭락했다. 불매운동 이전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4분의 1에 불과하다. 2019년 상반기 5위(3512대)를 기록한 어코드가 31위(1090대)에 그쳤고, HR-V(128대)와 오딧세이(116대) 등도 부진하다.

혼다코리아 역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어코드 터보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취득세·공채할인비·기타 부대비용을 지원하고, 전 차종 평생 엔진오일 쿠폰을 지급하는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다만, 혼다코리아는 모터사이클 판매가 버티고 있는 만큼, 다른 일본차 업체들보다 나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배달 관련 시장 규모가 빠르게 늘며 PCX 등 관련 인기 제품도 수요가 급증하는 모양새다. 

물론, 회사 영업이익 하락이 심각한 수준이다. 혼다코리아는 2018 회계연도(2018년 4월 1일~2019년 3월 31일) 영업이익이 196억6421만원에서 2019 회계연도(2019년 4월 1일~2020년 3월 31일)에는 19억8025만원으로 무려 89.9%나 급락했다.

이와 별개로 지난 19년간 혼다코리아를 이끌어온 정우영 회장이 지난달 퇴임했다. 정 회장은 퇴임과 함께 5% 지분을 매각했고, 회사는 일본 혼다기연공업의 100% 투자법인으로 전환됐다. 

닛산 알티마
닛산 알티마

올해를 끝으로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한 닛산과 인피니티는 올 상반기 2190대(닛산 1866대, 인피니티 324대)를 판매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보다 29.6%가 떨어진 수치다. 

닛산은 지난달 고별 세일을 진행하며 막판 뒷심을 발휘했지만, 앞서 5개월의 부진을 씻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알티마는 올 상반기 1615대 판매되며 20위에 그쳤다. 신모델 투입이 늦어지며 제대로 판매되지 않던 2019년 상반기(173대)보다 늘었지만, 2018년 상반기(2244대)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인피니티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1140대를 판매한 인피니티는 올해 324대에 그치며 1000대를 넘기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 상위 100위 안에 든 모델은 QX50(266대, 80위)이 유일하다. 2019년에는 QX50(341대, 63위), Q30(301대, 67위), QX60(232대, 76위), Q70(131대, 93위) 등 여러 모델이 순위에 올랐던 것과 비교된다. 

닛산과 인피니티는 올해 12월까지만 영업 활동을 이어간 후 철수할 예정이다. 다만, 기존 고객을 위한 차량 품질 보증 및 부품 관리 등 A/S는 2028년까지 8년간 지속된다.

한편, 닛산·인피니티에 이어 다른 일본차도 국내 영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공격적인 할인 정책과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수익 회복을 꾀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경색된 한일 관계가 해소되지 않는 한 일본차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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