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 수입차 벤츠·BMW ‘쏠림’ 뚜렷…테슬라 급부상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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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17 12:00
[상반기 결산] 수입차 벤츠·BMW ‘쏠림’ 뚜렷…테슬라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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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수입차 시장은 문자 그대로 뜨거웠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과 경제 침체가 우려됐지만, 두 자릿수 성장세를 달성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16.3% 증가한 12만8929대를 기록했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포르쉐 등 독일 브랜드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8만3883대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44.3%나 급증했다. 수입차 시장 내 독일차 점유율은 65%로, 예년(52.4%)보다도 12.6%포인트(p) 높아졌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년대비 9.6% 증가한 3만6494대를 판매하며 1위 자리를 이어갔다. 지난해 화재 이슈로 어려움을 겪었던 BMW는 42.1%의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다. 디젤게이트 이후 2년 여만에 기지개를 켠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300%에 달하는 성장세를 달성해며 3·4위에 나란히 위치했다. 같은 기간 72.9%의 신장세를 보인 포르쉐 역시 지프보다 한 계단 높은 8위에 랭크됐다.

차종별 통계를 살펴보면, 베스트셀링카 탑10 중 9개가 독일차다. 메르세데스-벤츠는 5개, BMW 2개, 아우디·폭스바겐이 각각 1대씩을 명단에 올렸다. ‘독일차의 놀이터’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입차 시장의 한 축을 차지했던 일본차의 추락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토요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올 상반기 일본차 판매량은 1만91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쳤다(-57.2%). 수입차 시장에서는 독일차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최대 수혜자임을 확인할 수 있다. 

# 테슬라·포르쉐, ‘1만대 클럽’ 진입 가능성 주목

수입차 브랜드에게 ‘1만대’란 숫자는 매우 중요하다. 연 1만대 판매 여부는 브랜드 안착의 척도로 평가된다. 지난해 볼보·미니·지프가 ‘1만대 클럽’에 새롭게 합류했다. 올 상반기 판매량을 살펴보면, 포르쉐와 테슬라의 기록 달성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우선 포르쉐는 올 상반기 누적 판매량이 4440대에 이른다. 이미 작년 한 해 총 판매량(4204대)을 넘어선 수치다. 회사는 올 상반기 신형 911을 론칭한 데 이어 하반기에만 6종의 신차 투입 계획을 밝힌 상태다. 카이엔·카이엔 쿠페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911 타르가, 타이칸 등이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테슬라는 모델3를 앞세워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7079대로, 올해 1만대 판매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기차 만으로 연 1만대를 달성한 브랜드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 끝나지 않은 디젤게이트

물론,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종 논란으로 송사에 휘말리는가 하면, 신뢰 및 윤리 문제로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곳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3만7000여대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받았다. 특정 조건에서 기준치 13배를 초과하는 배출가스가 나오는 것으로 발견됐고, 환경부는 7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검찰이 본사를 압수수색 하는 등 관련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BMW코리아는 화재 가능성으로 리콜된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쿨러를 다시 리콜했다. 일부 부품에서 균열 사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대상 차종은 24만1921대로, 사실상 리콜을 받은 전 차량이 대상이다. EGR 쿨러 균열은 차량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던 만큼 악몽이 재현될 뻔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포르쉐코리아는 본사 지침에 따라 더 이상 디젤차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에 판매된 디젤차로 여전히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해 요소수 분사량 조작이 적발됐고, 올해는 마칸S 디젤 934대의 리콜 결정과 10억원대의 과징금이 결정됐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올해 초 디젤게이트와 관련한 재판 판결문을 받아들었다. 대기환경 보전법과 과장광고 혐의다. 벌금은 260억원 규모로 확정됐고 관계자들의 실형도 확정됐다. 회사 측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를 결정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아우디 A6 등의 화재 가능성으로 인한 리콜, 폭스바겐 아테온 출고 중단 사태 등으로 잡음이 이어졌다. 

# 지속된 불매 여론…닛산·인피니티 철수까지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일본차 브랜드에 큰 타격을 입혔다. 혼다코리아는 영업이익이 90% 가까이 줄었고, 할인에 인색했던 토요타·렉서스도 공격적인 판촉으로 판매량을 방어해야만 했다. 한국닛산은 본사 구조조정과 국내 판매 부진 여파로 국내 철수를 결정지었다.

한국닛산 철수는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첫 철수설을 보도한지 약 8개월 만에 확정됐다. 2019년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실적 발표회를 통해 글로벌 구조조정 계획을 공개했고, 국내를 포함한 해외 주요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비축된 역량은 미국과 중국, 일본에 집중할 계획이다.

닛산 알티마
닛산 알티마

닛산·인피니티는 한때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어왔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자극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인피니티는 과거 국내 수입차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시장이라는 지위도 안긴 바 있다. 

하지만 한국닛산은 이제 빛났던 과거를 뒤로하고, 미쓰비시·스바루에 이어 국내에서 철수한 세 번째 일본차 업체로 전락했다. 다만, 영업 활동은 올해 말까지 운영되며, 품질 보증 및 부품 관리 등 A/S는 오는 2028년까지 지속된다.

# ‘신뢰가 생명’…한국에 관심 쏟는 수입차 업계

수입차 브랜드들은 연초부터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 강화 의지를 내비쳐왔다. 각 회사의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이는 모두 ‘신뢰’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다임러AG의 혁신 플랫폼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서울에서 론칭하고, 국내 유니콘 기업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서울시와 유망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BMW코리아는 인천 영종도 드라이빙센터에서 진행한 5시리즈 월드프리미어 행사를 치렀다.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에서 월드프리미어를 가진것도 처음인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BMW그룹 첫 공식 행사라는 점도 의미를 더했다. 미니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컨트리맨 부분변경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그간 서울시 관내 중학교에서만 진행하던 ‘투모로드스쿨’을 전국 단위로 확대시켰다. 이는 미래 모빌리티를 주제로 자유학기 시행 학교들에 제공하고 있는 융합 교육 프로그램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높이는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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