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SUV부터 전기차까지…“포르쉐가 만들면 스포츠카다”
  • 박홍준
  • 좋아요 0
  • 승인 2020.09.03 18:08
[르포] SUV부터 전기차까지…“포르쉐가 만들면 스포츠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르쉐 월드 로드쇼가 올해도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개최됐다. 포르쉐 독일 본사가 직접 주관하는 글로벌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55개국 4만7000여명이 참가하는 이벤트다.

포르쉐 월드 로드쇼의 백미는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모델과 초고가의 고성능 모델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출시를 앞둔 타이칸과 911 터보S는 물론, GT3 RS와 718 T 등과 같은 진귀한 차량도 경험할 수 있다. 굳이 포르쉐 고객이 아니더라도 모두에게 문이 열려있기 때문에 언제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 타이칸, 뒷목 조심하세요

미션 E 콘셉트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포르쉐가 배포한 전기차 자료는 헤아릴 수 없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이번 행사에는 말과 글보다 직접 차량을 체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직접 시승한 타이칸은 정말 빠르고 조용했으며 역동적이고 민첩하게 반응했다. 특히, 타이칸의 가속력은 놀랄만큼 인상적이었다. 주행에 앞서 “헤드레스트에 확실히 머리를 지지하라”는 인스트럭터의 당부는 허언이 아니었다.

100kg·m이 넘는 강력한 토크는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는 순간부터 터져나왔다. 엔진에서 변속기와 드라이브샤프트를 거쳐 동력이 전달되는 내연기관 차량과는 분명 달랐다. 방심할 틈도 없이 헤드레스트에 머리가 파묻혔다.

코너를 공략할 때는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타이칸은 스티어링 휠 조작에 민첩하게 코너 안쪽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급격한 방향 전환에도 차체 하부에 위치한 배터리가 무게 중심을 잡아 안정적이고 매끄러운 움직임을 구현했다. 차 안에 탄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횡가속력은 녹록치 않지만, 2.3톤의 무게를 잊은듯 현란하게 움직이는 타이칸은 그 이상의 도전을 요구한다.

# 성능은 달라도 달리는 재미는 같다

타이칸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새로운 자극이 밀려왔다. 911 GT3 RS, 718 GTS, 911 카레라, 718 박스터 S 등 포르쉐 2도어 스포츠카 라인업을 경험할 수 있는 핸들링 세션이다. 1대당 1랩씩만 주행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 여운은 더욱더 짙게 남았다. 

첫 주행은 GT3 RS다. 4.0 수평대향 6기통 엔진과 PDK 변속기가 적용된 모델로, 520마력을 자랑한다. 차체 곳곳에 공기 흐름을 고려한 에어 덕트가 마련됐고, 2열 시트가 탈거된 자리를 받치고 있는 롤케이지가 긴장감을 높였다. 특유의 조율되지 않은 엔진음과 9000rpm 인근에서 이뤄지는 변속은 타이칸과는 다른 운전의 즐거움을 전한다.

이어 718 GTS와 911 카레라를 탔다. 새로운 911도 즐거웠고, 작은 차체에 고출력을 내는 718 GTS도 충분히 재밌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모델은 718 박스터다. 포르쉐 스포츠카 라인업의 엔트리 모델이지만, 가벼운 차체와 무게중심 덕에 산뜻하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현실적으로 넘볼 수 있는 포르쉐라 더 인상적이다.

마력과 토크 수치에 상관없이 모두가 각각의 재미를 선사해 더 매력적인 세션이다.

# 달리고, 돌고, 서는 즐거움

세 번째 세션은 718 박스터 T와 911 터보 S를 몰아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다.

슬라럼 코스에서 경험한 718 박스터 T의 움직임은 핸들링 새션에서 경험한 기본형 모델보다 경쾌하다. 주행에 필요한 장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편의 사양을 덜어낸 만큼 더 가볍고 날랜 움직임을 보여준다. 콘 사이를 스치듯 지나가며 반복된 핸들링에서도 절도있게 움직이는 모습은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718의 움직임에 감탄했다면, 다음은 911 터보 S의 가속 및 제동 성능을 확인할 차례다. 왼발로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은 채 오른발로 가속 페달을 전개하면, 엔진회전수가 5000rpm에서 고정되고 런치컨트롤 기능이 활성화된다. 브레이크를 놓는 순간 ‘워프’가 시작된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날고 있다. 제동 포인트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어느새 멈춰선다. 불과 5초 남짓한 시간이 지나갔을 뿐이다. 차에서 내린 이후에도 어안이 벙벙하다. 도로를 박차고 나가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911이 서있던 노면은 깊게 패여 있다.

# SUV도 세단도 포르쉐다

다시 서킷으로 향했다. ‘스포츠카’로 분류되는 포르쉐 세단과 SUV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마칸 GTS, 카이엔 쿠페 터보, 파나메라 E-하이브리드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국내에서 볼 수 없는 파나메라 스포츠 투리스모 GTS도 접할 수 있다.

앞선 경험 탓에 슬며시 긴장이 됐다. 모두 덩치가 크고 무게 중심도 높다. 반복된 서킷 주행에서 한껏 자신감이 올라 있었기 때문에 자칫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경계해야 했다.

물론, 이는 단순한 기우에 그쳤다. 포르쉐가 만들면 세단도, SUV도 다르다는 말을 다시금 확인했다. 카이엔 쿠페 터보와 파나메라 하이브리드는 벅찰 정도로 실력을 뽐냈고, 경쟁차로는 시도하지 못했을 과감한 움직임도 구현했다. 일상에서 넉넉한 공간과 편안한 승차감까지 영위할 수 있으니, 가격표만 아니면 완벽하지 않을까.

# 이러니 반할 수 밖에

모든 프로그램을 이수했다는 수료증을 받고 여러 생각이 스쳤다. 타이칸에서는 미래 포르쉐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커졌고, 911과 718에 쏟아지는 찬사를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가혹한 서킷 환경에서 고장난 차가 단 한 대도 없었기에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높아졌다.

직접 참여해본 포르쉐 월드 로드쇼는 브랜드 특성을 가장 잘 담아낸 행사다. 로드쇼에 참여한 모두가 포르쉐 팬이 될 수 밖에 없는 이벤트다. 글을 마무리 짓는 지금도 박서 엔진 소리가 맴돈다. ‘포르쉐 바이러스’는 약도 없다는 말은 사실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