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 CT4·CT5, 미국 감성 가득한 ‘뜨거운 형제’
  • 신화섭
  • 좋아요 0
  • 승인 2020.10.01 09:00
[시승기] 캐딜락 CT4·CT5, 미국 감성 가득한 ‘뜨거운 형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넘쳐나는 퍼포먼스 세단들 속에 미국 감성으로 무장한 새로운 형제가 나타났다. 서킷에서 만난 CT4와 CT5 두 형제는 마치 야생마처럼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캐딜락 CT4와 CT5를 직접 만나봤다. 이달 고객 인도가 개시된 두 신차는 세로형 주간주행등과 방패 모양의 스포츠 메시 그릴이 적용되어 멀리서 봐도 한눈에 캐딜락임을 알아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후륜구동 플랫폼 특유의 역동적인 비율과 패스트백 디자인이 안정적이면서도 날렵한 인상을 뿜어낸다.

먼저 CT5에 올랐다. 손잡이 안쪽에 숨겨진 버튼을 살짝만 눌러도 문이 열리는 전자식 도어 캐치가 적용됐다. 럭셔리 세단답게 차량에 앉자마자 알칸타라 소재로 부드럽게 마감된 스티어링 휠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는 메르세데스-AMG 등 고성능 차량에 적용된 것과 비교해 고급감이나 부드러움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GM 특유의 디자인은 그대로라 아쉽다. 계기판부터 버튼 및 다이얼 소재, 위치 등이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비슷하다. 럭셔리 브랜드답게 대중 브랜드와 차별점을 뒀다면 어땠을까.

사실 ‘아메리칸 럭셔리’를 표방하는 만큼 운동성능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4기통 2.0L 터보 엔진의 다소 심심한 스펙도 한몫을 했다. 여기에 4.9m에 달하는 전장과 1750kg에 달하는 차체까지 트랙에서 재미있게 탈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단적으로 현대차 벨로스터 N보다 빈약한 엔진이다.

하지만 트랙에 오르자 머리 속 ‘럭셔리’란 단어는 모두 사라졌다. 트윈 스크롤 터보로 인해 터보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1500rpm부터 터져 나오는 최대토크 덕에 뒷바퀴가 거대한 차체를 매섭게 밀어냈다.

첫 코너부터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았다. 앞서 1시간 가량 트랙을 험하게 달린 차량임에도 브레이크가 과열되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이상은 전혀 없었다. 이후 가속과 제동을 보다 과감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

바로 스포츠 모드로 설정했다. 스티어링 휠이 급격히 무거워졌지만, 서스펜션은 여전히 부드럽게 느껴진다. 노면을 1/1000초 단위로 스캔해 스스로 댐핑력을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발군의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50:50에 가까운 무게 배분이 더해져 타이어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거칠게 코너를 돌아도 안정감 있게 균형을 유지한다. 5m에 가까운 덩치에도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대로 묵직하게 미끄러지듯 따라 들어온다.

강렬한 30분을 보낸 이후 이번에는 CT4에 올랐다. CT5에 있던 전자식 도어 캐치와 리어 카메라 미러, 알칸타라 스티어링 휠 등 일부 고급 소재는 제외됐지만,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과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 엔진 등은 그대로 적용됐다. 앞서 CT5를 시승해본 결과 한결 작은 차체에 동급 사양들이 적용된 CT4가 더 재미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예상대로 CT4는 한결 더 가볍고 경쾌한 몸놀림을 보였다. 가속 페달 반응에는 더 예민하게 반응했고, 코너에서는 훨씬 더 날렵하게 돌아나왔다. CT5와 마찬가지로 앞서 1시간 30분가량 트랙을 달린 차량임에도 엔진이나 브레이크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CT4도 첫 코너 직전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아봤다. 강한 브레이크가 필요할 때 세심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스포츠 주행 시 장점으로 다가온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한 뒤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는 만큼 CT5보다 서스펜션이 살짝 거친 느낌이다. 그럼에도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여전히 우수하다. 코너를 돌 때는 차체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거친 노면에서는 부드럽게 진동을 흡수한다.한결 짧고 가벼운 몸집에 다운포스를 위한 리어 스포일러까지 포함되어 코너링 시 더 안정적이다. 타이어 비명 소리를 듣고 싶어 거칠게 코너를 공략해 봤지만, 노면을 단단히 붙잡고는 좀처럼 미끄러지지 않는다.

CT5는 아메리칸 럭셔리를 표방하는 동시에 트랙에서도 빛났다. CT4는 스포츠세단에 걸맞게 운전의 재미를 톡톡히 챙겼다. 닮은 구석이 많은 형제지만, 직접 몰아보니 다른 점도 분명히 느껴졌다. 새로운 캐딜락은 한껏 멋을 부린 턱시도보다 찢어진 청바지가 어울린다.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