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용진 의원 “현대차 결함, 숨기면 곪고 곪으면 터진다”
  • 신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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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29 18:30
[인터뷰] 박용진 의원 “현대차 결함, 숨기면 곪고 곪으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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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현대차 그랜저의 엔진오일 감소 문제가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해당 결함을 언급하며,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에게 정부 부처의 관리감독 소홀을 지적했다.

그랜저 엔진오일 감소 문제는 스마트스트림 2.5 가솔린 모델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새 차에 가득 채운 엔진 오일이 금세 줄어들고, 몇몇 차량은 오일이 최저(Low)치 아래로 떨어졌다. 동호회 및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엔진오일 이상 감소 문제가 제기됐으며,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까지 올라갔다. 이는 그랜저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기아차 K7에서도 발생했다.

8월 말, 현대기아차는 그랜저 및 K7 8만9000여대를 대상으로 무상수리안을 발표한다. 국토부는 무상수리와는 별개로 결함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지난 20대 의정 활동에서 현대차 세타2 엔진 이슈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A. 제가 자동차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에요. 자동차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특별한 관심을 가진 마니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부산 싼타페 사고 때문입니다. 그 사고에 자동차 제작 결함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사고 차량 운전자가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거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 싶었어요. 자기 가족을 자기 스스로 죽인 사람이 되어버린 거잖아요. 아무리 자동차가 복잡하고 관련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이 드물다 하더라도 이게 이렇게 처리되서야 되겠냐 싶었어요.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제작 결함으로 인한 피해자 사례 간담회와 초청 토론회 등을 진행하고, 관련 국토부 담당자들 불러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으로 많더라고요. 제작결함으로 의심되는 일로 의해 피해 입으신 분들과 생명에 위협을 느꼈던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근본적인 사과를 받았다는 사례도 없었어요.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끈질기게 문제 제기를 했고요. 문제 제기와 고발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제도 개선으로 끌고 가야한다고 믿었어요. 국토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던 것을 다그쳐 고발하도록 하고 자동차 산업 최초로 강제리콜도 만들어 내고 제도 개선도 이뤄내고, 현대차 측으로부터 엔진 평생 보증 조치까지 받아냈습니다.

Q. 최근 이슈였던 현대차 그랜저 오일감소 문제는 어떻게 접했나요.

A. 이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다시 한 번 확인했는데, 신형 그랜저 오일 문제와 관련해 여러 소비자 불만이 있고 심지어 엔진오일이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으로 인해 차가 멈춘 것도 발견됐습니다. 국토부 장관이 지금 아파트값 때문에 정신이 없어 이와 관련된 준비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모르겠지만, 국회에서 국민 안전과 관련된 부분에 관심 갖는 의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국토부가 조금은 정신 차리고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진=국회방송 생중계 갈무리
사진=국회방송 생중계 갈무리

Q. 현대(기아)차에서 8월 말 리콜은 아니지만 무상수리를 발표했습니다. 실효성이 있다고 보는지, 아니면 이번 결함이 세타2 엔진 때처럼 대규모 심각한 문제로 확산될 수 있을까요.

A. 제가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에요. 그러나 ‘현대차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은 아닌가?’, ‘땜질 처방으로만 일관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은 있어요. ‘이것이 단순한 게이지 문제였을까?’, ‘간단한 부품 교체만으로 해결될 문제였을까?’, 아니면 ‘진짜 제작결함 문제였을까?’ 등 이 부분에 대해 조금 의심스럽게 봅니다. 

저 같은 경우 가장 보수적으로 봐야죠. 이것은 제작 결함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보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회사 측에 이야기하는 겁니다. 감독기관인 국토부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현대차 측 이야기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말고 적극적인 행정조사, 제작결함조사 등을 통해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Q. 현대차 측은 ‘오일 레벨 게이지 교환으로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다’고 하는데, 혹시 공식 발표 외에 추가적으로 전달된 내용이 있나요.

A. ‘간단한 문제이고 또 대규모 생산 과정에서 생기는 부수적인 문제다’, ‘이것은 해결이 됐다’ 이렇게 전달해온 것으로 알아요. 지난번 세타2 엔진 때는 국회에 와서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만드는 세타2 엔진은 문제가 있어서 미국에서 리콜을 했다. 왜냐하면 새 공장이라 먼지가 많았다. 국내 아산 공장에서 만든 세타2 엔진은 오래된 공장이라서 깨끗하고 괜찮다”라고 했어요. 이게 말이 되는 소리를 한 겁니까. 국회에 와서 그렇게 거짓말을 했다니까요. 나중에는 실제 결함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서 그 부분을 숨겼다고 하는 것까지 확인된 거잖아요.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거죠. 이번에도 똑같이 거짓말을 하려는 건지 숨기려 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들이 있어야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현대차에 다시 한번 말씀을 드리는데 자신들이 시장에서 소비자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문제점이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나서야지 숨기려고 하면 곪습니다. 곪으면 터지고요. 그렇게 되면 현대차가 내수 시장에서의 장악을 놓칠 수밖에 없고, 그래서 해외 생산자들에게 뺏기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다. 현대차가 이걸 숨기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땜질처방으로 일관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Q. 현대차 외에도 국토부에서 관련 조사를 별도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혹시 전달된 내용이 있나요. 

A. 국토부 장관은 신고를 접수해서 절차에 들어갔고 단계별로 시행을 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제가 답답한 건 뭐냐면, 그 문제가 제기된 지 몇 달이나 방치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겨우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부분에 대해 싫은 소리를 했었거든요. 

국토부 항공과는 대한항공에서 파견 나온 사람들 아니냐 이런 이야기가 들리고, 국토부 자동차과는 현대차 출장소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국민적 신뢰는 낮고 업계 로비력은 강합니다. 관료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성은 잘 보이지 않고 이러면 국민들 분노 게이지만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오일 게이지 하나 바꿔주는 걸로 국민들 분노게이지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두는 것이 국토부가 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처와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대기업은 물론, 여당 소속으로 정부 부처를 비판하시는데 주변 압박은 없나요.

A. 그런데 어쩌겠어요. 국회의원이 국민 안전, 국민 이익을 우선해야지, 여기저기서 ‘박용진 의원은 왜 그렇게 기업들 못살게 구냐’, ‘현대차 쪽에 아는 사람 있는데 그 사람들한테 자꾸 이야기가 들어온다’ 등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라고 불편함을 왜 안느끼겠습니까. 정부 여당 똑바로 일해라, 국토부 똑바로 일해라 등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왜 같은 편끼리 이러냐’ 이런 이야기도 있을 수 있죠. 그러나 국회의원 역할은 국민의 안전, 국민의 이익, 법의 준수 그리고 제도적 변화 이런 것을 만들어서 국민들을 더 편하게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좀 불편하더라도 자동차 소비자들이 편하시면 국민의 안전이 조금 더 보장이 되면 제가 더 얼마든지 불편해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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