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형 투싼, 최상위 트림을 고를 수밖에 없다!
  • 최하림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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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21 09:00
현대차 신형 투싼, 최상위 트림을 고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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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과 무난함을 앞세우던 투싼이 4세대에서 바뀌었다.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가장 파격적이란 사실에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4세대 투싼이 처음 공개되던 그 날, 영상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콘셉트카보다 더 과감한 모습과 상급 차종에 적용되지 않았던 디테일을 보며 ‘이런 하극상은 없었다’고 생각을 했다.

물론, 예상보다 실물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도로 위 개체수가 많아지면 금세 적응될 것 같다. 직접 만난 투싼 하이브리드는 그동안 경험한 스마트스트림 엔진 중 가장 만족스러웠고 효율도 뛰어났다.

다만, 시승 후 읽어본 가격표는 충격적이다. 누구의 소행인지 모르겠지만, 영악하다 싶을 정도로 트림과 옵션 구성이 심상치 않다. 자동차 메이커 입장에서 하위 트림보다 상위 트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판매 촉진 전략을 꾀하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4세대 투싼만큼 최상위 트림을 사는 게 옳다고 느껴지는 국산차는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옵션질의 황제‘ 포르쉐가 떠올랐다.

‘만약 내가 투싼을 산다면?’이란 전제로 트림 및 옵션 구성을 살펴봤다. 투싼을 살 때 주의할 점은 중간 트림에서 어쭙잖게 옵션을 모두 넣으면 최상위 트림의 풀옵션보다 비싸지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 과연 내게 맞은 엔진은?

우선 자동차 구매 시 고민의 시작은 파워트레인 선택이다. 국내 선보인 투싼의 엔진 라인업은 총 3가지다. 현대차 내에서 차세대 파워트레인이라 말하는 스마트스트림 엔진이 탑재되며, 각각 가솔린·디젤·하이브리드로 나뉜다.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과 직분사 기술을 더한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성능과 효율을 높인 2.0리터 디젤 엔진, 그리고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등으로 나뉜다. 성능 및 효율 순으로 나열하면 하이브리드, 디젤, 가솔린으로 정리된다.

현재 가장 선호도가 높은 엔진은 가솔린이다. 여기에 최근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되며 그 수요가 점차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가솔린 대비 적게는 312만원, 많게는 421만원이나 더 비싼 트림별 가격과 긴 출고 대기 기간으로 인해 가솔린을 선택하는 이들도 여전하다. 비율상 ‘가솔린 5 : 하이브리드 4 : 디젤 1’ 정도이며, 계약 후 출고기간은 3~4개월 수준이다.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가솔린 모델은 평가하기가 조심스럽지만, 동일한 파워트레인의 쏘나타 센슈어스를 통해 유추해봤다. 1.6 가솔린 터보 엔진은 2.0 가솔린 엔진보다 회전 질감이나 실용 구간에서 충분한 힘을 보여주고 항속 주행 시 평균 20km/L를 넘나드는 뛰어난 효율 등 좋은 기억이 많았다. 쏘나타 대비 공차중량(2륜 기준)이 60kg 더 무겁지만, 그 차이를 감당 못 할 정도로 엔진 성능이 낮지 않다. 다만, 여기서 70kg 더 늘어나는 AWD 옵션 선택은 개인적으로 말리고 싶다.

충분한 힘과 높은 효율을 원한다면, 하이브리드가 좋은 선택이다. 230마력의 시스템 총 출력은 1.6톤의 공차중량을 다루기에 부족함이 없다. 엔진 회전 질감은 다소 거칠지만 그 분야의 선조 격인 2.0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엔진보다는 훨씬 낫다. 배터리 충전 자체가 빨라지면서 짧게 가고 서는 순간에도 충전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전기모터 작동 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고요함도 인상적이다.

# 트림별 가격·사양·추천 옵션은?

가장 저렴한 가솔린 모던 트림의 기본 가격은 2435만원이다. 기본 사양 구성은 상당히 괜찮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이탈 방지, 차로 유지 보조, 하이빔 보조 등 능동형 안전 기능부터 6개 에어백, 다중 충돌방지 자동제동 기능, 이중 접합 차음 유리(윈드스크린), 4.2인치 LCD 계기판, 2열 폴딩 · 리클라이닝 기능, EPB, 6개 스피커로 구성된 일반 오디오 등이 적용된다.

모던 트림에서 선택 가능한 옵션은 디젤 엔진과 AWD를 빼면, 총 7가지다. 항목별로 외관 1가지, 실내 소재 변경 및 편의사양 확장 3가지, 인포테인먼트 2가지, 능동형 안전사양 1가지 등으로 나뉜다.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가정 하에 익스테리어 1(69만원), 컨비니언스(54만원), 현대 스마트센스(88만원), 멀티미디어 내비 1(191만원) 등을 선택했다.

익스테리어 1은 LED 램프와 18인치 휠 추가에 69만원이면 괜찮은 선택이다. 컨비니언스는 통풍 시트를 선호하는 성향도 있지만, 앞좌석 열선 · 통풍, 가죽 · 열선 스티어링 휠이 적용된다. 현대 스마트 센스는 안전을 위해 뺄 수 없다. 마지막으로 멀티미디어 내비 1은 스마트키와 10.25인치 내비게이션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골라야 한다. 8인치 디스플레이와 후방 모니터를 지원하는 멀티미디어 라이트(79만원)도 가능하지만, 홈페이지나 카탈로그에 관련 사진 하나 없는 것을 보면 ‘사실상’ 고르지 말라 좋게 타이르는 듯하다.

하지만 총 합산 가격은 2837만원으로, 뭔가 단단히 잘못한 것 같다.

모던 트림에 필수적인 옵션을 얹는 것보다 중간 프리미엄 트림을 구매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 일부 사양 때문에 패키지 선택을 강요당했던 옵션들이 대다수 기본 채택됐다. 18인치 휠 · 타이어, 가죽 · 열선 스티어링 휠, 스마트키 · 하이패스, 앞좌석 열선 · 통풍, 전방 주차 센서 등이 적용된다. 프리미엄 트림 가격은 2641만원인데, 앞서 기본형에 옵션을 더한 것보다 196만원이나 더 저렴하다.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 개수는 디젤 엔진과 AWD를 제외하고 총 8가지다. 구체적으로 파노라마 선루프와 빌트인 캠 옵션이 새롭게 추가됐다. 앞서 모던 트림 때와 비슷한 기준으로 옵션을 선택한다면, 익스테리어 2(69만원), 인테리어 디자인 2(59만원), 멀티미디어 내비 2(157만원), 스마트 센스(88만원) 등을 더해 총합은 3014만원이다. 

사실 프리미엄 트림에서 컴포트(113만원)와 플래티넘 1(201만원) 등이 탐났다. 컴포트에는 앞 좌석 8방향 전동시트, 운전석 메모리, 조수석 워크인, 뒷좌석 열선, 뒷좌석 USB 포트,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 전 좌석 원터치 파워 윈도우가 적용된다. 플래티넘 1은 10.25인치 LCD 계기판, 현대 디지털 키, 서라운드 뷰 · 후측방 모니터, 스마트폰 무선충전, BOSE 프리미엄 사운드(8스피커)가 적용된다. 다른 무엇보다도 BOSE 프리미엄 사운드 때문에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대부분 혼자나 둘이 타는 환경에서 심각하게 고민되지는 않았다. 물론, 가족이 함께 탄다고 가정한다면 뒷좌석 편의사양 때문에 고민이 상당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상위 인스퍼레이션 트림을 살펴보자. 기본 가격은 3155만원이다. 앞서 옵션 사양으로 빠져 있던 현대 스마트센스와 10.25인치 LCD 계기판 및 디스플레이, 스마트 테일게이트, 현대 스마트키 등이 기본 적용된다. 사실 프리미엄 트림에 해당 옵션을 더하는 것보다 인스퍼레이션 트림을 구매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여기에 더할 옵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디젤 및 AWD를 빼면 선택 가능한 옵션은 3가지뿐이다. 전부 편의사양과 관련이 있다. 굳이 고를 필요는 없으나 어차피 인스퍼레이션을 구입한다면 플래티넘 3(128만원)만 선택하자. 총합은 3283만원이다.

플래티넘 3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프리미엄 트림에서 옵션 선택 시 눈앞에 아른거린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를 넣을 수 있다. 후측방 모니터는 적어도 한번은 사고 위협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다. 그 외에 선택 가능한 빌트인 캠(59만원)은 어중간한 화질과 번거로운 파일 관리 때문에 싫었고, LED 실내등은 신차 출고 이후 더 쉽고 저렴하게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옵션 구성은 가솔린 모델과 완전히 같다. 가솔린과 동일한 옵션으로 하이브리드 모델 구매 시 가격은 모던 3186만원, 프리미엄 3347만원, 인스퍼레이션 3624만원 등이다.

이 세그먼트에서는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낫다’고 본다. 상위 체급의 깡통차를 타는 것보다 충분한 옵션을 갖춘 차가 더 좋다. 그러한 심리를 알았는지, 신형 투싼의 가격 및 옵션 구성은 기막힐 정도로 절묘했고 가격표를 보는 동안 수차례 뒷목을 잡았다. 실제로 투싼 계약 중 인스퍼레이션 트림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그들의 전략이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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