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시승] 척척척 만물박사 콜로라도 VS 경이로운 오프로더 글래디에이터 ②
  • 최하림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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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29 09:00
[비교시승] 척척척 만물박사 콜로라도 VS 경이로운 오프로더 글래디에이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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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비주류로 여겨지던 픽업트럭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선택지도 늘고 있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칸)·쉐보레 콜로라도·지프 글래디에이터가 판매되고 있고, 여기에 포드 레인저까지 출시되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픽업트럭의 가장 큰 장점은 범용성이다. 노면을 가리지 않는 남다른 주행 성능과 갖가지 짐을 투척할 수 있는 여유로운 적재 공간, 레저·캠핑 활동을 즐기기에 좋은 실용성과 견인력 등을 자랑한다. 보험료가 꽤 나가지만, 연간 2만8500원에 불과한 자동차세 역시 상당한 장점으로 자주 언급된다.

1차선을 탈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앞서 언급한 장점들에 의해 완전히 상쇄된다. 최근 모터그래프 홈페이지에서도 국산·수입 픽업트럭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후속 기사로 현재 국내 판매 중인 미국 픽업트럭 2대를 비교 시승해봤다.

앞서 1편에서 실내 및 트렁크를 비교했다면, 이번 2편에서는 직접 주행하며 느낀 특징과 차이를 살펴보려 한다. 

먼저 각 차량에 장착된 순정 타이어를 짚어봤다. 두 차 모두 오프로드 주행 상황을 고려한 접지력 좋은 타이어가 장착됐다. 콜로라도는 굳이어 랭글러 올-터레인 어드벤쳐, 글래디에이터는 BF굿리치 머드터레인 T/A를 신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두 타이어의 지향점은 다르다. 굳이어 랭글러는 정확히 다목적 타이어다. 2017년 출시됐고, 지프 랭글러와 랜드로버 디펜더의 공식 타이어(OEM)로도 친숙하다. 반면 BF 굿리치 머드터레인 T/A는 2018년 출시됐으며, 한층 험로 주행에 집중한 제품이다.

두 차 모두 3.6리터 V6 엔진이 탑재된다. 공차중량 2톤이 넘는 차를 다루기에는 충분한 힘을 갖췄다. 제원상 성능을 떠나 가속 시 들리는 묵직하면서도 매혹적인 6기통 엔진음은 가속페달을 조금 더 밟게 만든다. 두 엔진 모두 매력적인 중저음을 자랑하지만, 개인적으로 글래디에이터가 더 좋게 느껴졌다. 6기통 엔진에 바라는 그 특유의 음색을 기막히게 잘 살렸다.

콜로라도는 GM에서 두루 사용하는 3.6리터 V6 직분사 엔진이 탑재된다. 물론, 차급마다 출력·토크가 다르고 회전수도 차이가 있다. 콜로라도에 장착된 엔진은 최고출력 312마력(6800rpm), 최대토크 38kg.m(4000rpm)이며, 공차중량은 4WD 기준 2035kg이다. 시승 중 확인한 0-100km/h 가속 시간은 7.5초다.

글래디에이터는 FCA에서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3.6리터 V6 펜타스타 엔진이 장착된다. 그랜드체로키 3.6 모델에 탑재되는 그 엔진이다. 최고출력 284마력(6400rpm), 최대토크 36kg.m(40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공차중량은 2305kg이다. 덩치와 무게 등에서 짐작할 수 있듯, 0-100km/h 가속은 8.5초로 살짝 느리다.

두 차 모두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콜로라도는 GM, 지프는 ZF 제품이다. 두 변속기 모두 착실하게 반응하며, 일상에서는 특별한 아쉬움을 느낄 순 없다. 둘 다 간헐적으로 변속 충격이 발생한다. 시승차 문제라기보다 미국차 특유의 성향으로 이해했다. 완전히 정제되지 않은 ‘날 것’ 느낌이 살아있다.

다만 수동 변속 과정에 있어서는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콜로라도는 기어노브를 L에 맞추고, 좌측에 있는 변속 버튼을 눌러 수동 변속을 조작할 수 있다. 신기한 점은 단수를 올리고 내릴 때 바로 반응하지 않는다. 운전자가 단수를 맞추면 상황에 따라 단수를 오르내린다. 사실상 수동 변속 모드보다 가이드 성격에 가깝다.

반면 글래디에이터는 완전한 수동 변속 모드를 지원한다. 기어 레버를 좌측으로 당기면 간단히 수동 변속 모드로 바뀐다. 더욱이 수동 변속 과정에서 최고단수 혹은 최저단수로 가고자 일일이 기어 레버를 조작할 필요가 없다. 기어 레버를 올리거나 내린 상태를 유지하면 엔진 회전수에 따라 순차적으로 수동 변속을 수행한다. 구성만 보면 영락없는 스포츠카다.

두 차는 국적과 차량 성격에 맞게 서스펜션은 무르게 세팅되어 있으며, 선회 과정에서 차체 롤도 상당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올-터레인 타이어가 장착된 콜로라도가 훨씬 편하고 다루기 쉽다.

콜로라도는 화물차답지 않은 승차감을 자랑한다. 물론 평범한 승용차를 탔던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비슷한 성격의 차를 탔던 사람 입장에서는 비단결 같은 승차감을 갖췄단 말이 나올 정도다. 출중한 오프로드 성능을 갖추면서도 온로드 승차감과 정숙성 모두 잘 잡았다. 급가속 및 고속 선회 시 휘청거리긴 하지만, 운전자 예측을 벗어날 정도로 난리 치지는 않는다.

글래디에이터는 바이킹을 모는 것 같다. 유달리 긴 전장과 무른 서스펜션 때문에 동일한 상황에서 차량 앞뒤가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하다. 운전자만 탔을 때도 그렇지만, 4명이 탄 상태에서도 놀이기구 감성을 언제든 재현할 수 있다. 머드터레인 타이어로 인한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간선도로에 진입하면 ‘웅웅웅’ 하는 소음이 크게 들리고, 승차감 또한 불편하다.

온로드에서 느껴지는 글래디에이터의 불편함은 노면 상태가 나빠질수록 놀라움으로 바뀐다. 조금의 틈만 확보된다면, 그곳에 물이 흐르건 돌이 쌓여 있건 거침없이 지나갈 수 있다. 번호판 가드에 ‘Don’t hold back’이 각인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상대적으로 콜로라도는 어느 정도 주의가 필요하다. 오프로드를 달리는 능력은 출중하지만, 범퍼 아래에 있는 큼지막한 립 스포일러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생각보다 낮게 위치해 글래디에이터처럼 달리면 무조건 닿게 된다. 극단적인 예로, 속도를 붙여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저 부분이 긁힐 수 있다. 오프로드 주행을 하게 된다면 립 스포일러는 꼭 떼길 바란다. 콜로라도의 참모습은 그때부터 경험할 수 있겠다.

콜로라도의 가장 큰 장점은 트레일러링 기능이다. 토우 모드, 통합형 브레이크 기능 등을 지원한다.
콜로라도의 가장 큰 장점은 트레일러링 기능이다. 토우 모드, 통합형 브레이크 기능 등을 지원한다.
글래디에이터의 가장 큰 장점은 오프로드 주행 성능이다. 전후 락, 스웨이바 해제, 오프로드 플러스 기능 등을 갖췄다.
글래디에이터의 가장 큰 장점은 오프로드 주행 성능이다. 전후 락, 스웨이바 해제, 오프로드 플러스 기능 등을 갖췄다.

능동형 안전 사양에 있어 예상 못한 세월차가 느껴진다. 

콜로라도는 한 세대 전에 가까운 구성을 갖췄다. 능동형 안전사양은 전방 충돌 경고, 차선 이탈 경고, 헤드업 LED 경고등으로 아주 단조롭다. 사실 능동형 안전사양이란 표현을 쓰기가 민망할 정도다. 그래도 기능은 원활하게 작동된다. 앞차가 가까워지면 여지없이 헤드업 LED 경고등이 점등되고, 차선을 벗어날 때도 곧바로 경고음이 울린다.

글래디에이터는 요즘 차다운 구성을 갖췄다. 앞선 3가지 기능 외에도 전방 충돌 개입,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경고, 후방교행 모니터링 기능이 추가된다. 차선 유지 기능은 없지만, 국도나 고속도로에서 운전 권한을 넘겨줄 수 있을 만큼 차간거리 유지는 곧잘 해낸다. 사실 꾸준히 조향을 해야 하는 지프 특성상 차선 유지 기능이 적용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긴 하다.

#어떤 차를 구매해야 할까?

그렇다면 어떤 차를 구매해야 할까. 각각의 고객층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두 차를 시승하며 서로 다른 매력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동일한 선상에 두기에는 각자의 개성과 특징이 너무나 분명하고 달랐다. 

레저 생활과 트레일러링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콜로라도가 더 좋은 선택이 된다. 순정 상태로 트레일러링이 가능한 점은 무시 못할 강점이다. 여유 있는 실내 공간과 편안한 시트를 갖췄고, 세분화된 트림 구성(5개 트림 · 3830만원~4649만원) 덕분에 합리적인 구매가 가능하다. 미국 현지 수준의 가격은 다수의 가장에게 용기를 심어준다. 부실한 편의사양과 능동형 안전사양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겠다.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고 차별화된 아이콘을 경험하고 싶다면 글래디에이터가 좋겠다. 남다른 풍채를 자랑하고, 디자인 곳곳에 지프 헤리티지가 녹아들었으며, 미국차답지 않게 편의 및 안전 사양도 빠짐없이 챙겼다. 6990만원이란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초도 물량 300대가 순식간에 팔린 걸 보면 소비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다.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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