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C 챔피언 현대차’ 있게한 주역들의 이야기…“최고의 팀이 비결”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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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10 10:15
‘WRC 챔피언 현대차’ 있게한 주역들의 이야기…“최고의 팀이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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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2년 연속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제조사 부문 챔피언에 올랐다. 동일한 제조사가 2년 연속 챔피언을 차지한 건 2016년 폭스바겐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우승은 코로나19라는 변수 속에 일궈낸 탓에 더 의미있다. 14개 라운드 중 7라운드만 개최됐고, 경기 초반에는 토요타와 점수 차이가 21점까지 벌어지는 등 우승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때 보다 높았다. 이 같은 성과를 일궈낸 현대차 월드랠리팀의 비결은 무엇일까. 2년 연속 제조사 부문 우승을 이끈 주역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안드레아 아다모 감독, “최고의 팀원이 우승의 열쇠”

안드레아 아다모 감독은 2015년 현대모터스포츠에 합류한 이래 R5 경주차 및 TCR 레이스카 판매를 총괄했다. 2019년 시즌 직전 현대차 월드랠리팀의 수장으로 취임했고, 이후 현대차를 2년 연속 WRC 정상에 올려둔 인물이다. 그는 2년 연속 우승은 ‘최고의 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입을 열었다.

Q. 2년 연속 우승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A. 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두 시즌 모두 힘들었던 게 사실이지만, 많은 팀원들이 도와준 탓에 2년 연속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 이렇게 훌륭한 팀원들과 경기에 나서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었고, 하루하루가 믿을 수 없을 만큼 굉장했다.

Q. 우승에 대한 결정적인 비결이 있었다면.

A. 점수를 많이 딴 것이 비결이다(웃음). WRC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은 사력을 다해 임한다. 최고의 팀원과 함께했고, 이들이 성공의 열쇠였다고 본다.

Q. 시즌 중반까지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A. 경기력이 부진했다는 사실에 동의하지만, 어떤 이유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경기력 향상을 위해 팀원 전체가 모여 회의를 하고,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한 게 반등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Q. 올 시즌에 새로 합류한 드라이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올 시즌에 합류한 오트 타낙은 WRC 최고의 드라이버로 꼽힌다. 그의 합류는 우리 모두에게 성공적이었다. 팀에 합류하자마자 모두와 잘 어울렸고,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드라이버 챔피언을 따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냐고들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제조사 부문 챔피언십 획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티에리 누빌, “2021 시즌, 더 나아지길”

티에리 누빌은 2014년 현대모터스포츠에 합류한 WRC팀 메인 드라이버다. WRC 진출 내내 부진했던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올해 우승을 차지하는 등, 팀이 승기를 붙잡는데에 기여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잠정 중단된 상황에서도 레이스카 테스트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 그는 2021년 시즌이 한층 더 나아지길 소망했다. 

Q. 2년 연속 우승에 대해 메인 드라이버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A. 지난 시즌 챔피언 획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한 번 우승을 하게 되면, 다음 시즌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기 쉬워진다.

Q. 개인적으론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을 놓쳤는데 아쉬움은 없는지.

A. 후회하는 점은 늘 있다. 기술적 문제도 있었지만 드라이버로서의 실수도 범했다. 몬테카를로에서 우승했고, 터키와 이탈리아에서 두 번이나 2위를 차지하는 등 기록이 좋았지만, 시즌 후반에 너무 많은 문제들이 불거져나오다보니, 드라이버 챔피언의 가능성이 줄어들었던 것 같다.

Q.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된 동안을 어떻게 보냈는지.

A. 몇 달간 집에 머물러 있어야 했지만, 앞으로 있을 경기를 대비해 항상 몸을 만들어 두려고 노력했다. 쉬는 동안에도 i20 WRC를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쉬는 동안에도 꽤 분주하게 움직인 게 사실이다. 

Q. 2021년 시즌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A. 아무도 다음 시즌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할 수 없다. 그래도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2021년은 정상적인 시즌을 맞이하길 기대한다.

# 오트 타낙 “고향에서의 우승, 뜻깊어”

오트 타낙은 2018~2019년 토요타 가주레이싱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2019 시즌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을 거머쥔 그는 2020년 현대차에 합류해 첫 시즌을 치렀고, 고향에서 열린 에스토니아 랠리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타낙 선수는 2021 시즌에서 드라이버 챔피언 타이틀을 다시 탈환하겠다는 입장이다. 

Q. 현대차에 이적한 이후 보낸 첫 시즌은 어땠는가.

A. 밖에서 봤던 현대차는 아주 강해보였고, 이것이 합류한 이유다. 실제로도 팀워크가 매우 끈끈하다는 것을 느꼈다. 경기 초반에는 여러 변수 탓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제조사 부문 챔피언이라는 결과로 시즌을 마무리 할 수 있어 뜻깊었다.

Q. 시즌 중단 후 재개된 첫 경기가 고향인 에스토니아에서 열렸다.

A. 정식 경기 전 에스토니아에서 진행한 소규모 랠리와 테스트는 성공적이었다. 그 때의 느낌이 좋았던 탓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즌 재개 당시 우리 팀은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고, 실제로 결과도 좋았다.

Q. 지난 시즌 챔피언이었지만, 올해는 아쉽게 3위에 머물렀는데.

A. 이번 시즌은 정상적인 챔피언십은 아니었다. 그래도 경기 하나하나를 잘 해내려 노력했고, 발전하고자 했다. 다음 시즌은 팀의 챔피언십 우승은 물론, 드라이버 타이틀을 탈환하는 것이다. 올해 배운 것들을 이용해 내년 경기에 임할 계획이다.

# 크레이그 브린 “계획한 것 모두 이뤄졌다”

2019년 현대모터스포츠에 합류한 크레이그 브린은 현대차 WRC팀의 백업 드라이버로 활약하고 있는 인물이다. 올해로 두번째 시즌을 치른 그는 에스토니아 랠리 2위에 오르며 팀에 적극 기여했다. 브린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2020년 시즌 전반을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Q. 갑작스레 열린 에스토니아 랠리에서 2위에 올랐다.

A. 올해 시즌은 모든것이 너무 이상하게 흘러갔갔지만, 다른 드라이버들보다 에스토니아에서의 경험이 조금 더 많았던 게 이점이었다. 준비한 것들이 모두 잘 들어 맞았고, 상황이 비교적 완벽하게 흘러간 탓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Q. 개인적으로 세웠던 목표가 있었을 것 같은데

A. 지난 몇 년간 포디움에 서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올 시즌 빛을 발하게 돼 기뻤다. 계획한 것이 모두 이뤄졌고, 개인적으로도 큰 목표를 성취했다. 팀이 2년 연속 제조사 부문 챔피언에 오른것도 기쁜 일이다. 특히, 올 시즌에는 우승에 기여한 부분이 좀 더 있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 코로나19탓에 이상한 시즌이었지만, 결과만 놓고 봐선 만족스럽다.

# 세바스티앙 로브, “i20 WRC, 몰아본 랠리카 중 최고”

세바스티앙 로브는 2000년대 초반 WRC에서 시트로엥의 독주를 이끌어낸 랠리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2019년 현대차에 합류한 로브는 그 해에만 51점을 획득하며 현대차 우승에 기여했고, 올해 시즌에서도 몬테카를로 4위, 터키 랠리 3위를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올해로 현대차와 계약이 끝나는 그는 i20 WRC를 랠리인생 최고의 랠리카라고 평가했다. 

Q. 20년이 넘는 경력 중 올해처럼 다사다난한 시즌은 없었을 것 같다.

A. WRC 뿐만 아니라, 어떤 스포츠 분야도 이런 상황을 겪은 적이 없다. 한 시즌 동안 7개 경기만을 치른게 대단히 특수한 상황이었다. 

Q. 현대차가 2년 연속 챔피언에 오를 수 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A. 챔피언 팀은 당연히 타이틀을 방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처음부터 끝까지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노력해야 하는데, 이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몇년간은 제조사 부문은 물론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십도 따낼 수 있는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다.

Q. 긴 공백 끝에 터키 랠리에서 3위를 차지했는데 소감이 어떤지

A. 자갈로 구성된 코스에서 경기를 치른 적이 없다가 터키에서 경기를 치르자니 불확실성이 컸다. 하지만 코드라이버와의 호흡이 만족스러웠고, 경기 막판에 팀을 위해 큰 점수를 딴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일요일 경기에서 펑쳐(펑크)가 난 것만 아니었다면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Q. WRC 무대에서 당신을 계속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A. 모험의 끝이 보이고 있다. 지난 2년간 현대차가 제공해준 기회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모든 것을 만족스럽게 충족시켜준 프로페셔널한 팀이며, 즐거운 분위기가 가득한 팀이었다. 몰아본 WRC 경주차 중 성능이 가장 뛰어났다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미래의 일은 알 수 없지만, 다음 시즌이 마지막 시즌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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