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시승] 올 뉴 렉스턴만 믿고 간 ‘겨울 차박’…무모한 도전의 결과는?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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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01 14:00
[차박시승] 올 뉴 렉스턴만 믿고 간 ‘겨울 차박’…무모한 도전의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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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차박도 괜찮을까?”

회의 중 가볍게 뱉은 말에서 모든 것은 시작됐다.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졌고 눈까지 내렸지만 왠지 가능할 것만 같았다. 얇은 천막과 핫팩 몇개로 혹한기를 견뎌낸 군 시절을 기억해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차박은 쉬워보였다. 그렇게 매트와 침낭, 핫팩, 그리고 자신감만 챙겨 차박시승에 나섰다. 이번 주인공은 상품성을 한층 강화한 쌍용차 올 뉴 렉스턴이다.

# 든든해진 주행감각

목적지는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약 80km 떨어진 경기도 북쪽 한 계곡이다.

서울을 빠져나오며 느낀 렉스턴의 도심 주행 성능은 크게 나무랄 데가 없다. 2.2리터 디젤 엔진의 풍부한 토크 덕분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2.1톤의 무게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넉넉한 엔진의 힘은 고속 주행에서도 이점을 발휘한다. 제한 속도까지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는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았다. 새롭게 적용된 8단 자동변속기는 주행 내내 엔진을 2000rpm 이하로 유지시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경쟁 차종 대비 눈에 띄는 정숙성도 덤이다. 유압식에서 랙 타입 전동 스티어링 휠(R-EPS)로 바뀐 핸들 조작감은 이전보다 몇수 이상 좋아진 응답성을 보인다.

능동형 주행 보조 시스템 딥컨트롤은 꽤나 똑똑하게 반응한다. 차선을 유지하는 능력과 차간거리 조절 능력도 티볼리·코란도보다 한수 위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터널 진입 시 공조 장치를 내기 순환으로 바꾸고, 과속 단속 카메라와 연동해 스스로 속도까지 줄여내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기아차 모하비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진입한 비포장길에서는 만족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높은 지상고 덕분에 툭 튀어나온 돌멩이는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 차동기어 잠금장치(LD)가 적용된 사륜구동 모드를 이용하니 눈이 쌓인 곳에서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다.

다만, 태생적 한계도 여실없이 드러낸다. 요철을 통과한 후 프레임바디 특유의 잔진동이 제법 오래 이어진다. 예민한 탑승객이라면 금세 멀미를 호소할 것 같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적용했다면 승차감은 더 좋았을 듯하다.

# 시트를 접긴 했는데…

렉스턴의 기본 트렁크 용량은 820리터이다. 동급에서 가장 체격이 큰 쉐보레 트래버스(651리터)보다 넉넉하다. 별다른 불편함 없이 여유롭게 짐을 실을 수 있다. 2열 시트는 등받이 폴딩은 물론, 접힌 시트를 한번 더 젖혀 올려 한층 넓은 적재 공간을 영위할 수 있다.

차박을 즐기기에 앞서 이중 구조로 설계된 트렁크 플로어부터 제거하고, 2열 시트를 젖혀올렸다. 플로어 허용 중량이 60kg에 불과한 탓에 그대로 누웠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플로어와 시트가 제거된 자리에는 사무실에 있던 핫팩을 깔고, 그 위에 매트를 덮어 ‘온돌 효과’를 노렸다.

문제는 2열 시트를 접어올린 자리다. 시트와 차체에 연결하는 쇠고리가 그대로 드러나 위험하다. 트렁크 바닥보다 낮게 움푹 파인 ‘애매한 공간’도 문제다. 매트만으로 공간을 메우기 어려워 배낭으로 평탄화 작업을 했다.

2열 공간은 제법 넉넉했다. 다리를 끝까지 뻗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고, 트렁크 양 끝에 위치한 수납 공간은 태블릿이나 책을 올려두기에 부족함이 없다. 컵홀더나 전자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충전 포트가 마련되어 있었으면 더 편리했을 듯하다.

# 자다 깨기를 서너번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 후 곧바로 차 안에 들어왔다. 스마트키로 트렁크를 여닫을 수 있으니 자동문이 따로 없다. 조명 하나 없는 적막한 어둠 속에서 침낭을 덮고 책을 읽으니 제법 안락하다.

하지만 편안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바닥에 깔아둔 핫팩이 급격히 식어갔다. 설상가상으로 환기를 위해 열어둔 창으로 살을 에는 바람이 들이닥쳤고, 문틈 곳곳으로 냉기가 스며들었다. 몇 번을 잠에서 깼다. 결국, 살기 위해 실내 온도를 높여야만 했고, 1열로 넘어가 시동을 걸었다.

시동을 걸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실내외 조명과 디스플레이는 모두 끌 수 있지만, 주간주행등만은 꺼지지 않는다. 꼭두새벽에 주변 민가나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차내 온도를 높인 뒤 다시 잠을 청했지만 이 또한 오래 가지 않았다. 시동을 걸고 끄기를 두어 차례 반복했고, 당직근무를 선 것처럼 피곤함만 가득했다.

디자인과 주행 성능이 개선된 신형 렉스턴의 변화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8단 자동변속기와 랙 타입 전동 스티어링 휠, 그리고 최신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은 이전의 투박한 느낌을 말끔히 씻어냈다. 다만,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겨울 차박은 후회가 가득하다. 더 많은 준비와 각오가 필요하겠다.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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