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해외 자동차 10대 뉴스…합종연횡 vs 각자도생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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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06 16:04
2020년 해외 자동차 10대 뉴스…합종연횡 vs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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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산업과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과 리더십 교체 작업이 이어졌다. 이와 별개로 전동화 및 자율주행 등 미래를 위한 발걸음은 지속됐다. 2020년을 되돌아보며 글로벌 자동차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 전염병의 역설, 변화를 가속하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산업의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한층 가속화됐다.

폭스바겐그룹은 당초 2025년까지 580억 유로(78조원)를 쓰기로 했던 미래차 투자 예산에 18조원을 추가했고, 아우디 주도 아래 미래차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는 '프로젝트 아르테미스'를 새롭게 가동한다. 2030년까지 완전 전동화를 목표로 하는 벤틀리도 아우디AG 산하에 편입시켜 고급 브랜드 간 시너지 효과를 추구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각 브랜드의 간섭 현상 최소화를 위해 지역별 시장 전략을 수정하고, 공동 연구 비중도 높이기로 했다. 닛산은 미국·중국·일본, 르노는 유럽·러시아·남미·북아프리카, 미쓰비시는 동남아시아·호주 등에 각각 집중하는 한편, 플랫폼 통폐합과 신기술 공동 연구를 통해 연 22억 달러(한화 2조7000억원)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신생 모빌리티 업계도 사업 전략 재편에 집중했다. 우버는 차량공유 사업 인력 25%를 감축하고, 인공지능, 자율주행, 화물운송 서비스 등 비주력 사업 지출도 줄였다. 대신 코로나19 확산으로 급성장한 배달 시장 공략을 위해 우버이츠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 테슬라의 폭발적 성장과 이어진 논란

테슬라는 2019년 3분기부터 작년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상하이 기가팩토리 가동이 본격화되며 모델 3와 모델 Y 공급을 본격화했다. 배터리데이 행사를 통해 성능을 한층 끌어올리고 생산 원가는 낮춘 차세대 배터리 출시도 예고했다. 

이는 주가로 이어졌다. 테슬라 주가는 작년 한 해에만 743%나 폭등했다. S&P500 지수(Standard & Poor’s 500 index) 편입에 힘입어 상승세는 한층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테슬라에게 호조만 있었던 건 아니다.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 '오토파일럿'이 세계 각국 법원에서 허위 광고라고 판결을 받았다. 레벨5 자율주행을 달성하겠다는 일론 머스크 CEO의 발언에 대해서도 각계각층 전문가들 비판이 이어졌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FSD) 베타버전을 배포한 것에 대해서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 생존·미래를 위한 합종연횡

지난해 GM과 폭스바겐그룹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 합종연횡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폭스바겐그룹은 미국 트럭 제조사 나비스타 인수를 추진했다. 2016년 지분 16.6%를 사들인 데 이어 37억 달러(한화 4조원)에 회사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나비스타는 스카니아, 만(MAN), 폭스바겐 상용차가 속한 폭스바겐그룹 산하 트라톤의 일원이 됐다. 폭스바겐은 이를 통해 프라이트라이너를 보유한 다임러AG, 맥 트럭을 거느린 볼보와 북미 시장에서 직접 경쟁을 펼치게 됐다.

폭스바겐그룹은 이와 별개로 부가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지분 교환 방식을 통해 리막이 부가티를 인수하고, 포르쉐는 리막의 보유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리막의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확보하고,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부가티를 털어낼 계획이다. 

GM은 LG화학과 친환경차 기술 협력을 한층 강화했다. 얼티엄 배터리 생산을 위해 양사가 1조원씩을 출자하고, 차세대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자회사 '얼티엄 셀즈'를 설립했다. 혼다와는 전기차 기술 및 내연기관 부문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한편, 토요타·포드 등과 자율주행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외 LG전자가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 부문에서 'LG마그나 e-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 니콜라, 사기 의혹 증폭

수소 트럭과 전기 픽업 출시 계획을 내놓으며 '제 2의 테슬라'로 주목받은 니콜라는 사기 의혹에 휘말렸다. 힌덴버그 리서치가 내놓은 공매도 관련 보고서로 인해 주가는 급락했다. 더욱이 창업자 트레버 밀턴은 성추문까지 제기되며 회사를 떠나야 했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니콜라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이 과장됐고, 수소트럭 '니콜라 원' 영상은 차량을 언덕에서 굴려 찍은 조작 영상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니콜라는 영상 연출이 사실인 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했지만, 예정대로 신차 출시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조사에 나섰고, 투자자로 참여한 GM도 협력 철회를 발표했다. 한때 주당 79 달러까지 올랐던 니콜라 주가는 최근 16달러 선을 형성하고 있다.

# 세계 4위 자동차 메이커 '스텔란티스' 출범

FCA와 PSA 그룹의 합병사인 스텔란티스(Stellantis)가 기업이미지(CI)와 사명을 확정짓고,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측 이사회는 최근 합병을 최종 결의하고 이달 중 하나의 회사로 출범한다.

그룹 산하 완성차 브랜드는 FCA 소속 피아트, 크라이슬러, 지프, 닷지, 램, 알파로메오, 란치아, 마세라티, 알파로메오를 비롯해 PSA 소속 푸조, 시트로엥, DS오토모빌, 오펠, 복스홀 등이 포함된다. 더불어 모파, 마그네티 마렐리, 텍시드, 코마우 등 부품 계열사도 포함된다. 이와 별개로 FCA에서 분리시킨 페라리는 독립 운영된다.

2019년 기준 FCA 판매량은 세계 8위, PSA 9위에 그치지만, 합병 후 연간 판매량은 870만대, 매출액은 1700억 유로(한화 22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규모만 놓고 볼 때, 폭스바겐, 토요타,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에 이은 세계 4위다.

# 글로벌 자동차 업계 수장 대거 물갈이

2020년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를 이끌던 수장들도 연이어 교체됐다. 

르노는 루카 드 메오를 CEO로 영입한다. 루카 드 메오는 세아트를 이끌며 4년 간 영업이익을 6배 이상 끌어올린 바 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미쉐린과 르노에서 성과를 보인 티에리 볼로레를 수장으로 앉혔다. 애스턴마틴은 메르세데스-AMG의 폭발적인 성장을 주도한 토비아스 뫼어스를 CEO로 선임했다.

이어 폭스바겐은 랄프 브란드스태터를, 포드는 짐 팔리를 새로운 CEO로 결정한다. 두 명 모두 각 브랜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한 공통점을 지닌다. 이들은 새해 신차 생산 차질 문제와 악화된 현금 흐름을 개선해야하는 중책을 떠안았다.

# 돌아온 올드보이

한때 ‘빅3’로 불렸던 포드·GM·FCA가 시대를 풍미했던 올드보이들을 잇따라 부활시켰다. 포드 브롱코가 24년만에 돌아왔고, 허머는 GMC 브랜드의 전기 픽업트럭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프는 30년 만에 왜고니어 복귀를 선언했다.

브롱코는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살린 정통 오프로더다. 도어와 루프를 탈착할 수 있고, 오프로드 지도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추는 등 강력한 정체성을 투영시켰다. 미국에서만 누적 계약 19만대를 넘어서며 지프 랭글러를 위협하고 있다.

허머 EV는 GM 산하 GMC 브랜드 라인업에서 처음 선보이는 순수전기차다. GM의 최신 얼티엄 배터리와 GM이 자체 개발한 EV 드라이브 유닛인 얼티엄 드라이브가 탑재된다. 3개의 전기모터가 최고출력 1000마력, 최대토크 1만1500lb.ft(약1590kg·m, GM 추정치 기준)의 성능을 발휘한다. 올해 인도될 초도 물량은 계약 시작 10분만에 완판됐고,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에 오를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왜고니어는 차체 크기에 따라 왜고니어와 그랜드 왜고니어 등 2개 모델로 출시될 예정이다. 왜고니어는 포드 익스페디션, 쉐보레 타호 등과 비슷한 크기이며, 그랜드 왜고니어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쉐보레 서버번 등과 경쟁할 예정이다.

# 아이폰 만들던 폭스콘, 전기차 산업 진출

애플 아이폰의 위탁생산 업체로 잘 알려진 대만 폭스콘이 자체 전기차 플랫폼 ‘MIH’를 공개하고, 전기차 부품 업체로 도약을 선언했다.  2025년까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회사는 MIH 플랫폼을 'EV 산업의 안드로이드 시스템'으로 정의했다. 플랫폼을 오픈 소스로 개방하고, 다양한 차종 설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전기차 산업에서 폭스콘 고유의 생태계를 형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고체 배터리도 2024년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다.

폭스콘은 앞서 FCA와 합자법인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FCA의 차세대 전기차 생산도 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폭스콘은 FCA 전기차에 독자 개발한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 기술 적용을 염두하고 있다.

# 해밀턴, 슈마허 기록을 넘어서다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소속 루이스 해밀턴이 2020년 시즌 종합 우승을 통해 월드 챔피언 7연패를 달성했다. 'F1 황제'로 불렸던 미하엘 슈마허와 동률이다. 

해밀턴은 지난 2008년 맥라렌 팀에서 첫 월드챔피언에 올랐고, 2013년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로 이적한 뒤 여섯 시즌에 걸친 종합 우승을 거머쥐었다. 

더불어 지난 10월 진행된 포르투갈 그랑프리에서 92번째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하며 슈마허가 보유했던 그랑프리 최다 우승 기록도 경신했다. 해밀턴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게 됐다. F1 드라이버가 현역 기간 중 작위를 수여받는건 그가 처음이다. 

# 바이든 당선, 미국 자동차 시장 지각변동 예고

미국 제 46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보호무역주의를 완화하고 다자간 자유무역주의 체제를 강화할 전망이다. 더불어 파리 기후변화협약 재가입과 함께 친환경차 산업 육성도 계획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연방정부 차원의 연비 규제를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캘리포니아주(州)의 규제를 미국 전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캘리포니아주 기준이 적용될 경우 업체들은 2025년까지 갤런당 54.5마일(23.1km/L)을 맞춰야 한다. 평균치가 상향된 만큼 친환경 고효율 차량 생산에 대한 압박은 높아질 전망이다.

결국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동화 모델 판매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당선인도 유세 과정에서 공공부문 차량을 전량 전기 또는 수소차로 교체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친환경차 제조사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관련 산업에서만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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