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수첩] 미국과 다른 현대기아차의 세타II 엔진 결함 대응법
  • 신승영·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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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26 18:38
[MG수첩] 미국과 다른 현대기아차의 세타II 엔진 결함 대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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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세타II 엔진 결함에 대한 7번째 공판이 오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검찰은 회사가 해당 결함을 알고도 리콜을 지연했다며 자동차관리법 위반을 적용했고, 현대차그룹은 법 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와 리콜 제도의 헛점을 공격하고 나섰다. 미국에서 첫 리콜이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세타II 엔진과 관련한 일련의 흐름을 간단히 살펴봤다.

# 쏘나타 47만대 미국서 첫 리콜

세타II 엔진 결함이 공식적으로 처음 인정된 곳은 미국이다.

현대차는 2015년 9월 미국에서 2.0 및 2.4 GDI 엔진이 탑재된 쏘나타 47만대 리콜을 발표한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생산된 모델이 그 대상이었다. 해당 차량은 크랭크 샤프트와 베어링이 서로 들러붙는 소착 현상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주행 중 엔진이 꺼지는 결함이 확인됐다 

해당 결함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 과정 중 발생한 금속 이물질이 주 원인으로 지적됐다.

현대차는 무상 점검 및 수리는 물론, 문제가 발생한 차량에 대해 엔진 무상 교체를 결정한다. 또한 파워트레인 보증기간을 신차와 중고차 구분없이 10년/12만 마일(약 19만3000km)로 연장한다.

# '내부고발자' 김광호 부장 등장

2016년 9월 현대차 김광호 부장이 회사 내부 품질 이슈를 폭로하고 나선다. 당시 경향신문 단독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제작 결함을 확인하고도 리콜을 하지 않고 은폐하거나 축소 신고해 고객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세타II 엔진 결함의 경우 공장 청정도 문제가 아니라 엔진 설계상의 문제라고 지적했고, i30 및 쏘렌토 에어백 결함을 비롯한 30여건의 결함 의심 사례를 국토교통부와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그리고 국내외 언론 등에 제보했다.

국토교통부는 김광호 부장의 제보를 확인하고 현대차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 

# 세타II 엔진, 미국 보상 확대

2016년 10월 현대차는 내부고발 이후 한달여만에 미국에서 보상을 결정한다. 앞서 2015년 발표했던 리콜에 2013-14년식 YF쏘나타를 더해 총 88만5000여대로 대상을 확대한다. 

보상 내용은 무상 점검과 수리, 그리고 문제가 발생한 엔진의 무상 교체 등이다. 과거 정비 내역에 따른 수리비와 렌터카 이용비, 중고거래 발생시 손실분까지 모두 지불한다고 선언했다. 파워트레인 보증기간도 신차와 중고차 구분 없이 10년/12만 마일(약 19만3000km)로 연장한다.

# “세타II 엔진 국내 보상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 당시 현대차는 미국에서 실시한 보증 연장 및 기타 보상이 국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힌다. 

현대차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미국 엔진 생산 공정의 청정도 관리 문제로 발생한 사안이므로 국내 생산 엔진에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라며 "북미 지역을 제외한 국내 및 다른 해외 지역에서는 리콜을 실시하지 않고 지속적인 품질 모니터링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김광호 부장의 제보 이후 국토부가 진행한 세타II 엔진 실태 조사에 대해서도 "이슈가 발생했을 때 실시하는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절차"라고 일축했다.

# 거센 민심에 국내도 보증 연장

국내 시장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항의 및 결함 신고가 잇따르며 사태가 심각해졌다. 내수 차별 논란과 함께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이틀 만에 입장을 번복한다. 

2016년 10월 현대기아차는 결함 논란이 발생한 세타II 엔진과 관련해 국내에서도 보증기간을 10년/19만km로 미국과 동일하게 연장한다고 발표한다. 대상 차량은 YF 쏘나타를 비롯해 K5와 K7, 스포티지 등 22만4000여대다. 또한, 기존 유상 수리 고객에게 수리비, 렌트비, 견인비 등을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힌다.

다만, 현대기아차 측은 고객 서비스 강화 측면에서 취한 결정이라며, 미국과 달리 리콜을 진행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공장에서 발생한 생산 품질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세타II 엔진, 드디어 국내 첫 리콜

2017년 4월 국내에서도 세타II GDi 엔진 리콜를 진행한다. 대상 차량은 쏘나타·그랜저·K5·K7·스포티지 등 총 17만1000여대였다. 국내 보증 연장 발표 이후 6개월여 만이다.

이때도 다시 한번 한국에서 진행하는 리콜과 미국의 리콜은 원인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국내는 크랭크 샤프트 오일 홀 가공 공정에서 이물질이 발생한 것이 문제고, 미국은 생산시설 청정도 문제로 크랭크 샤프트 핀의 표면이 균일하게 가공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 미국 집단소송 제기

2017년 8월 미국에서는 리콜 및 보상과 별개로 고객 집단소송이 발생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엔진 설계 결함을 이유로 현대기아차에게 집단 소송을 제기한다. 이들은 '공장의 청정도 문제가 아니다'며 '엔진 오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커넥팅 로드 베어링에서 열이 발생하고 균열과 마모로 인한 누유로 불이 난다'고 지적한다.

# 국회서 "평생 보증" 약속

같은 해 10월, 국내에서는 국회로 공이 넘어간다.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현대기아차 품질총괄담당 여승동 사장은 "한국과 미국의 리콜 원인은 다르다"면서도 "미국과 같은 조치를 취해 평생 보증을 약속한다"고 답변한다.

# 2년 만에 칼 빼든 검찰

2019년 7월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현대차그룹 전현식 임원들을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불구속기소한다. 국토부에서 수사를 요청한 지 2년여만이었다. 정몽구 회장은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기소 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자동차관리법 제31조에 따르면,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 결함이 있을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공개하고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여 결함을 은폐·축소하거나 시정하지 않을 경우 자동차관리법 제78조에 의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세타II 엔진 평생 보증 발표

현대차그룹은 2019년 10월에서야 세타II GDi 엔진 평생 보증 발표한다. LF쏘나타와 벨로스터 등 일부 차량이 추가됨에 따라 평생 보증 대상은 총 52만대로 늘어났다.

하지만 평생 보증이 검찰 수사 이후 발표했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 및 재판을 대비한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 막 오른 공판 그러나…

2019년 10월 '세타II 엔진 결함을 알고도 리콜을 고의 지연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현대기아차 및 전·현직 임직원의 첫 공판이 열렸다. 다만, 첫 공판은 금세 종료된다. 현대차 측에서 방대한 기록으로 자료 복사 및 열람이 늦어져서 공소 사실에 대한 의견을 낼수 없다고 밝혔다.

두 번째 공판에서는 재판부가 "사실관계를 다투던지, 인정하던지 입장을 명확하게 하라"며 현대기아차의 명확한 입장 정리를 요구한다. 

# 미국서는 늑장 리콜 벌금

그 사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세타II 엔진 결함과 관련해 과징금 8100만 달러(약 90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한다. 도로교통안전국은 리콜이나 안전 시설 투자 등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추가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 코로나에 위헌법률심판제청까지

반면, 국내에서는 2020년 6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서를 제출한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관리법상 처벌 조항이 명확성 원칙이나 과잉금지 원칙 등을 위반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위헌심판제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다른 재판은 진행을 멈춘다.

특히나 지난해 코로나 19 여파로 법원 휴정이 잦았고, 그로 인해 재판 일정이 상당 부분 지연됐기 때문에 이제서야 6차 공판에서 증인 심문이 이뤄졌다.

검찰 측은 김광호 부장의 제보 내용을 기반으로, 회사가 제작 결함을 알고도 리콜을 하지 않고 은폐하거나 축소했다고 문제를 지적한다.

현대차그룹은 위헌법률심판제청 외에도 "리콜 조항에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라는 부분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며, 세타II 엔진 결함이 실제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지 여부도 의문"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지금의 리콜 제도가 생산 중 발생한 실수로 인한 결함과 설계상의 결함을 구분할 수 없다며 제도를 공격하고 나섰다. 또한, 늑장 리콜이 아니라 복잡한 자동차의 경우 결함 원인 파악에 상당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강조한다.

오는 29일 세타II 엔진 결함에 대한 7번째 공판이 열린다. 앞서 미국과 한국에서 제품뿐 아니라 결함에 대한 대응법도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만개 부품으로 이뤄진 자동차가 모두 완벽할 수는 없지만, 결함을 해결하는 방법과 태도에는 일견 문제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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